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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도 아름다울 수 있다 –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매닉스) 의 20년

‘좌파’라는 말에서는 혁명적 이미지, 노동계급의 투박함, 좌파 특유의 사회 전복적인 태도 가 연상된다. 그렇기에 아름답다는 이미지는 ‘좌파’라는 말 속에서 쉽게 도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좌파임을 드러내면서도 미학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으며, 나아가 좌파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음악으로 증명해내는 이들이 있다. 영국의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 이하 매닉스)가 바로 그들이다.

매닉스는 86년도에 결성한 후 92년도부터 1집 [Generation Terrorist]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대에 같이 활동했던 밴드가 거의 해체하거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동안에도 매닉스는 그들만의 고유한 음악세계를 지켜나가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2010년 [Postcards from a young man]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그들은, 이번에는 20년 음악 활동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베스트 앨범 [The Complete singles- National Treasures]을 내며 격정적이고 힘겨웠던, 그러나 찬란하게 빛났던 매닉스의 음악 역사를 정리했다.

매닉스는 멤버교체조차 없이 제임스 딘 브랫필드(보컬, 기타), 니키 와이어(베이스), 션 무어(드럼) 그리고 실종된 멤버 리치 제임스(리듬기타) 이렇게 4명으로, 그리고 리치제임스가 사라진 이후에는 3명으로 밴드활동을 지속해왔다. 그들은 거장 반열에 오르거나, 롱런하는 뮤지션이라면 당연히 그렇듯이 남다르고 독특한 경력을 쌓아왔다. 초기 3장의 앨범에는 그들은 노동계급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자의 시선이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자본주의 체제에 비판적인 메시지를 펑크의 형식에 녹아냈는데, -물론 당시 유행하던 건즈앤 로지스를 위시한 헤비메탈의 영향도 분명히 보인다.- 그들은 표면적으로 펑크밴드라고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이 세상을 보는,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시각은 어느 펑크 록커들보다 급진적이었다. 이미 너무 유명해진 이야기지만, NME의 기자가 “매닉스가 추구하는 음악이 뭐냐”며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자 리치제임스가 팔에 칼로 4real이라는 글자를 새긴 것은 초기 매닉스의 태도를 입증해주는 일화다. 그들은 강렬했고, 증오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종종 섬뜩할 정도로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달라진다. 3집 [The Holy Bible]을 내고 투어를 준비할 무렵 ‘4real 사건’의 장본인, 밴드의 가사를 담당하며 정신적 상징역할을 했던 리치 제임스가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실종 된지 2주일 만에 리치 제임스의 차만이 파손이 심하게 된 채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되었으며, 그 곳에서도 리치제임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머지 멤버 3명은 동료의 실종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그 때 밴드는 해체의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그들은 동료의 실종을 견뎌내고, 4인조에서 3인조로 변화해서 새 앨범을 낸다. 바로 그 앨범이 매닉스를 브릿팝의 대표주자 반열에 오르게 한 [Everything Must Go]다.

공교롭게도 이 앨범은 그들의 최고작으로 남게 된다.

 [Everything Must Go] 앨범은 유려한 멜로디, 현악세션의 적극적인 사용이 돋보이며, 동료의 죽음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있어서 그런지 앨범 명처럼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가 돋보인다. 전작 [Holy Bible]의 염세적이고 편집증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이 경쾌해졌다고 해서,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마저 밝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동료 리치 제임스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두 곡의 밝은 노래에 담았고(Everything Must Go, Australia) 대중적인 멜로디 속에서도 노동계급의 주체성을 이야기하기도 했으며.(A design for life) 퓰리쳐상을 받고 자살한 사진기자 Kevin Carter의 비극적 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들이 음악속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를 볼 때, 그들은 변절한 것아 아니라, 발전했을 뿐이다. 이제 그들은 가장 경쾌한 멜로디 속에, 가장 슬프고 진지한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었고, 가장 팝에 가까운 멜로디 속에, 가장 급진적인 구호를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그 이후 [This Is My Truth Tell Me Yours]나 [Know Your Enemy]에서도 이어져 매닉스의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 잡는다. 서정적이면서도, 그 서정성의 기반이 사회현상, 잃어버린 인간성, 자본권력 비판 등의 진지한 주제라는 것이 매닉스의 음악적 정체성을 규정하게 된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현재 사회나,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투영시켜서, 음악에서의 감성적인 부분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말하는 이념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는 공허하지 않다.

혹자는 리치 제임스가 있던 초기3장의 앨범이 그립다고 말하며, 그들의 변화를 비난한다. 매닉스의 정치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온건해졌으며,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초국적 자본의 대형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고 앨범을 내는 것도 사실이므로, 그들의 행동을 주류에 대한 타협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영국의) 노동계급이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 스타일로, 노동계급에 속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근본적인 태도로 사회주의자들의 이념을 말하는데 그치면서 자본주의 시장과의 타협을 거부했다면, 정작 현실 자본주의 사회에 반감을 갖고 있는 노동계급은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매닉스는 좋은 대중음악의 미학을 추구했고, 그로인해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매닉스는 피델 카스트로의 초청에 의해 영미권 밴드 최초로 쿠바에서 공연을 하고 왔다.

사실 매닉스를 이야기 할 때 단순히 ‘정치적인 밴드’ ‘좌파 밴드’라는 점에 중점을 두기에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매닉스는 음악 자체만 들어도 훌륭한 밴드이며, 한국의 매닉스 팬들도 처음부터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알고 좋아한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독특한 소재의 가사에 매료되다가 훗날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게 된 팬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매닉스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음악 내적이든, 음악 외적으로 드러나든- 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매닉스 음악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매닉스가 좌파 밴드로서 매닉스가 일관되게 음악에 담으려는 메시지는 평범한 노동계급의 일상이며, 그 일상을 무너트리거나 망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다. 나아가 노동계급을 소외시키는 모든 주류체제에 대한 반감이다. 매닉스의 음악적 힘은 그들이 좌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베스트 앨범 [The Complete Singles – National Treasures]을 듣는다면 매닉스의 음악 세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대별로 37곡이 정리되어있어서 그들의 음악적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닉스의 주요곡들 속에서 그들이 ‘좌파밴드’로서 추구해왔던 ‘일관된 흐름’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 앨범의 감상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Avatar
    과객

    2011년 11월 16일 03:39

    좋은 리뷰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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