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생각해 봤을 만한 국토 대장정, 대부분은 국토대장정을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지원하는지도 모르고, 또 주위 사람들의 만류와 자신감 부족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20대가 생각에만 그쳤던 일을 이번 여름방학 때 실행에 옮겼다는 은나씨를 만나보았다.



Q. 이번에 국토 대장정을 다녀왔는데 어떻게 알고 지원하게 된 거야?

아, 그거요 인터넷 카페에 ‘스펙업’이라는 곳에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거에요. 제가 평소에 도전정신이 약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게 제 부족한 점을 많이 보완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보자마자 지원해버렸죠.(웃음)

Q. 네가 국토 대장정 한다고 하니까 주위 반응이 어땠어?


말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셨죠. 특히 엄마는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그냥 외국에나 가라고 하셨죠. 그러나 아빠는 조금 달랐어요. 제가 아빠한테 국토 대장정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내 딸 너무 자랑스럽다고 격려해주시고, 제가 국토 대장정 가기 전까지 주위 분들에게 은나 국토 대장정 간다고 자랑을 하시는데, 저한테 힘이 많이 됐죠.

 


Q. 아버님께서 개방적이시네. 이번에 국토 대장정 경로를 어떻게 갔어?

이 지도를 보시면 알 수 있어요. 저번 기수 때는 사천에서 출발해서 동해로 둘러 갔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18박 19일 똑같은 일정으로 가되 경로는 작년과 조금 다른 내륙 국도로 지나갔죠.




Q. 국도로 가면 조금 지루한 면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거는 모르는 말씀이에요. 계속 걸으면서 가니까,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지역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지역에서 나는 과일 또는 그 지역만의 특색들을 볼 수 있어서 나름의 매력이 있었어요. 

 

Q. 그래? 아무리 경치가 좋았다 하더라도 계속 걷다 보면 힘들었던 점도 많았을 것 같아. 특히 이번 여름에 태풍이 많이 와서… 힘들지는 않았어?

일단 저희가 출발할 때는 여느 여름처럼 더울 줄 알았는데 이번 여름 초에 태풍이 많이 와서 그런지 오히려 시원했어요. 저는 날씨보다는 물집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발톱 밑에 물집이 생기면 정말 아픈 거 알죠? 오빠는 군대 갔다 와서 잘 아실 텐데,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행군을 계속하다 보니 물집에 대해서도 나름 노하우가 생기고 적응도 되니까 끝날 때쯤에는 뭐… (미소)



Q. 생겼다는 노하우라는게 뭐니?

노하우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애기들이 바르는 파우더 있잖아요. 그거를 발에 뿌리니까 물집도 덜 잡혔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끝나간다는 생각 때문에 아픈 줄도 몰랐죠



Q. 덥지는 않았어?

물론 아니죠. 저희 대장정이 끝나기 10일 전부터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거에요.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그때 이렇게 얼굴이 다 탔어요.



Q. 원래도 그러지 않았니?(웃음)  불볕더위가 내려쬐는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걸을 수 있게 했던 너만의 원동력은 어떤거였니?

앞에서 말했듯이 제가 참여한 이 국토 대장정은 故 박영석 대장님과 함께 했던 행군이었거든요. 대장님께서는 매일 밤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보여 주셨는데 그걸 보니 우리는 지금 우리들의 어려움을 말하기에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이제는 행군에 대해서 물어볼게. 행군 평상시 일정이 어떻게 됐니?

하루 일정요? 새벽 5시반에 기상해서 체조를 하고, 대장님께서 저희들에게 오늘 일정과 조언들을 말씀해주셨죠. 그리고 7시 20분까지 식사와 행군할 준비를 끝내죠. 그래서 최소 8시쯤에 출발해요. 그렇게 해서 1시간 걷고 10분 쉬고, 또 1시간 걷고 10분 쉬고, 계속 걷는거죠. 걷다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대장님께서 매일 행군이 끝날때쯤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도착하게 일정을 짜두셔서 매일 학교에서 출발해서 학교로 도착했죠.



Q. 그렇게 매일 매일 걷다보면 힘드니까 팀원들끼리도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싸운적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전혀요. 우리 조원들이 착해서 그런지 모두 힘드니까 서로 더 배려하려고 했죠. 그런데 그게 독이 된 적도 있어요. 제가 행군 중간쯤에 몸이 조금 안 좋아지는 거에요. 그래도 조원들에게 짐이 될까봐 숨기고 계속 걸었죠. 그렇게 2일정도 걷다보니 몸이 너무 안 좋아져 버린 거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열외자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죠.



Q. 열외자 대열은 뭐니?

그냥 말 그대로 열외자 대열인데요. 열외자 대열은 대장님이 직접 지휘 하셨는데 대원들이 자신감을 잃을까봐 재미있는 얘기도 해주시고 격려도 계속 해주시죠. 그러다 보니 보통 대원들보다는 속도가 느렸죠.



Q. 대장님이 자신도 힘들텐데, 대원들까지 챙긴다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겠는데?

대장님도 정말 수고하셨죠. 또 저희를 직접적으로 관리해 준 요원님들도 대장님 못지 않게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분들은 저희가 행군하는 경로를 차량통제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 대비하신다고 매일 매일 뛰어다니셨죠. 저희는 걷는 것도 힘든데 그분들은 매일 매일 뛰어다니시는데 정말 대단하시더라구요. 



Q. 관리해주시는 분들을 요원님이라고 부르는구나. 그리고 먹는 거에 대해서 조금 궁금한데?

먹는 거요? 행군하는 동안 밥 차가 저희를 계속 따라다녔죠. 아! 어느 날 아침을 먹었는데, 대원들이 음식 찌꺼기를 너무 많이 남긴거에요. 대장님이 화가 나셔서 점심을 안 주신다는 거에요. 저희는 설마했죠. 그런데 정말 안 주시는 거에요.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배를 굶주린 채 계속 걸어야 했죠. 저녁 먹기 3시간 전인가? 대장님께서 요원들에 사탕 3개씩을 줬는데 다들 산삼 먹은 듯이 눈빛이 달라져서 걸었어요. 그때 이후로는 요원들이 잔반을 남기는 일이 거의 없어졌죠.(웃음)



Q. 평소에는 사탕은 줘도 잘 안 먹는데(웃음) 씻는거는 어떻게 해결했어?

씻는 거요? 오빠! 저희에게는 씻는 거는 사치였어요. 발 치료시간도 없는데 씻을 시간이 어딨어요. 제가 행군시작해서 10일 만에 샤워를 했을걸요? 매일매일 고양이 세수정도, 가끔은 물이 부족할 때도 있어서, 샤워는 물론이고 샴푸는 금지품목이었죠.




Q. 씻는거는 사치다?(웃음) 마지막 도착지가 서울시청이었지?

마지막 도착지가 서울시청이었어요. 도착지에는 전 서울시장님이랑 주요 유명인사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들끼리 매우 좋아서 그분들이 오신 줄도 모르고 계속 고함지르고 그랬죠.



Q. 나 같아도 그분들이 안보였을 것 같아. 19일 내내 서울 시청하나만 보고 걸었왔으니까? 이번에 국토 대장정 완주가 네가 원하던 자신감을 준 것 같니?

네, 물론이죠. 또 휴식의 중요함도 깨달았죠. 자신이 뭔가 다시 하려면 쉬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마지막으로 사람을 얻었어요. 이번에 국토 대장정을 같이한 우리 조원들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국토 대장정이 아니고 마라톤을 하자고 하던데 최대한 시간을 내보려고요.



Q. 자신감에 사람까지 얻고, 부럽다. 내년에 이런 국토대장정을 참여할 후배들에게 하고싶은 이야기 없어? 
아, 일단은 단체에서 챙겨오라는 준비물을 잘 챙겨야 될 거에요. 특히 약은 필수죠.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모든 게 짜증이 나서 틀어지게 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자신의 마음가짐이에요. 자신이 여기서 무엇을 얻어가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놔야 할 것 같아요. 가끔 보면 그냥 친구랑 얘기만 하다가 몸이 지치니까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안타깝죠.

 



옛말에 칼은 두드릴수록 단단히, 또 아름답게 만들어진다고 했다. 바꿔말하면 칼을 계획했던 것보다 적게 두드릴 경우 칼이 빨리 부수어질뿐만 아니라 보기도 안 좋다는 얘기다. 마치 대장장이에게 망치질을 맞듯, 젊음을 불태운 은나의 칼은 다른 어떤 젊은이의 칼보다 단단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칼에게 도전이라는 망치질을 해보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