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졸업 전시회를 위한 학생들의 사비 지출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미대생들은 유난히 바쁘다. 졸업을 앞두고 ‘졸업 전시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쁠 뿐만 아니라 상당한 비용 지출도 예상 된다. 미대는 원래 등록금도 비싸고 평소 재료값도 많이 드는 편인데 졸업 전시회를 위해서 또 사비를 지출해야 한다.


올해 10월 26일 아시아 투데이 뉴스에는 ‘대학 졸업작품전시회 한다고 5000만원이나 걷다니’라는 기사가 있었다. 홍익대 세종 캠퍼스에서 하루 대관료가 31만 5000원인 서울 상암동 DMC센터 누리꿈스퀘어 파빌리온센터를 빌려서 졸업 전시회를 열었고 한 학생당 50만원의 사비를 털어서 학생 98명이 약 5000만원의 돈을 모았다는 내용이다.


홍익대 세종 캠퍼스가 아닌 다른 미대의 경우는 어떨까? 미대의 경우도 디자인과 공예과 서양화과 등등 세부적으로 나뉘는 과가 다양하고 과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갤러리 대여와 도록의 부수 그리고 참여 학생 수에 따라서 졸업 전시회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화를 시키기는 힘들지만 위의 예가 미대생들에게 그렇게 충격적인 일도 아니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의 2008년 졸업 전시회 모습

                                            (출처 http://www.cyworld.com/hellomang-a/2317291)

트위터에서는 산업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한 미대생을 통해 자신의 과  학생들이 이번 졸전에서 개인 당 100-150만원의 사비를 써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미대생은 아니지만 역시 타 학교 산업디자인과의 졸전 비용을 알고 있다는 한 대학생도 자신의 지인이 졸전으로 인해 100만원 가량의 사비를 지출해야 했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학교별로 개인이 돈을 얼마나 내는지를 떠나서 다른 과 학생보다 100만 원 가량의 돈을 더 지출하는 미대 학생들이 졸업 전시회 때문에 학교 지원금 이외에 또 사비를 쓴 다는 것은 부당해 보인다. 매 학기 남들보다 100만원 씩 더 지불한 돈은 다 어디에 쓰일까? 졸업 을 앞둔 마지막 행사인 졸업 전시회는 학교의 지원금만을 가지고 충당 할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미대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서울여대인들을 위한 게시판 슈먼 닷컴(http://www.swuman.com/)에 서울여대 미대생들이 졸업 전시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미대를 졸업했다는 ‘공기하자’라는 닉네임의 서울여대 졸업생은 “미대를 다녔고 학생회를 했다. 그래서 아는데 학생은 참 힘이 없다. 졸전이 비싼 것도 다 그들이(학교가) 돈을 넉넉히 주지 않아서 발생하는 일이긴 한데 당장 학생이 힘쓴다고 해결 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미전(미대 졸업 전시회)은 내 최상의 결과물을 이끌어 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 한다.” 라는 댓글을 남겼다.
 


컴퓨터 공학과의 졸업 프로젝트 대행


졸업 작품 하면 흔히 미대를 떠올리지만 공대 특히, 컴퓨터 공학과에는 졸업 프로젝트가 있다. 개인별로 또는 팀을 짜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어플 개발을 주제로 잡는 경우가 많다. 미대의 경우 졸업 전시회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컴공과에서는 ‘졸업 프로젝트 대행’이 문제가 된다.


안드로이드 폰 개발자나 이용자들이 많이 모인 ‘안드로이드 펍’이라는 사이트에는 공공연하게 졸업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글들을 볼 수 있었고, 네이버에는 프로그래밍 과제/졸작 대행 카페라는 카페 또한 있었다.

                                                                  안드로이드펍(http://www.androidpub.com/)


고함 20에서는 이러한 졸작대행이 실제로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안드로이드 펍’ 구인 구직란에 돈을 받고 어플 개발을 해주겠다고 글을 남긴 이태성씨(가명)에게 술자리 게임 어플을 의뢰하는 것으로 가장하여 전화를 걸어 보았다.


안드로이드 어플 개발을 한 지 2년 정도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태성씨는 술자리 게임 어플을 의뢰 한다고 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기자의 목소리가 학생 같았는지 “혹시 졸작이에요?” 라고 먼저 말하고는 웃었다. 졸작 의뢰를 많이 받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졸작이 맞다. 괜찮겠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는 “졸작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 이 아니라 학생들이 아이디어는 좋은데 구현이 가능하지 않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어플을 많이 의뢰해서 곤란하다.” 라고 답했다. 금액에 대해서 묻자 “원래 1주일 동안 개발하는데 100만원의 페이를 받는다. 하지만 학생이고 어렵지 않아서 하루 정도에 끝날 수 있는 어플 이라면 30만원에 해줄 수 있다.” 라고 말했다. “30만원도 학생이라서 부담이 된다. 다른 학생들도 다들 이 금액에 하느냐. 혹시 대행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는 질문에는 “다들 이 정도 금액에 많이 하죠. 다른 학생들도 많이 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왜 학생들이 졸업 작품을 30만원 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대행까지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 서울여대 컴퓨터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유리(가명)씨에게서 “대행이 아니라도 연줄이 닿는 친구들은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이번 프로젝트 과목에서도 정말 개발을 잘 한 친구들은 다 IT분야에서 일하는 아는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알 고 있어요. 물론 그런 친구들이 학점도 잘 나왔겠죠.”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졸업 프로젝트를 자신의 실력 이상으로 잘 하려다 보니 한계가 생기고 의욕이 과잉되어 연줄을 이용한 도움을 받거나 아예 대행업체에 의뢰를 하는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졸업 작품, 즐거운 추억이 될 수 는 없을까?


졸업 작품의 취지는 대학생들이 자신이 4년 동안 배운 지식을 총망라하여 스스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 이다. 4년 동안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고 그 실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심이 클 것임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만들어 내는 작품이므로 대단하게 만들고 싶고 멋진 장소에 전시하고 싶을 것 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떤 사람에게는 무리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사비지출이 대학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분위기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또한 남을 통해 대단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졸업 작품은 무리한 시도가 아니라 즐거운 추억이 되어야 한다. 졸업 작품은 정말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다. 대학교정을 걷고 교정 안에서 친구들과 웃을 수 있었던 대학생활의 마지막 과제인 것이다. 또한 대학생 때보다 훨씬 삭막해 지고 경쟁이 몇 배 더 강요될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 여유이기도 하다. 돈을 많이 들여서 라도 대관료가 비싼 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려는 미대의 졸전 비용 문제도, 어떻게든 뛰어난 작품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생기는 공대의 졸작 대행 해프닝도 과정은 어떻게 됐던지 결과만 멋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결과중심주의’의 하나 인 것 같아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