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폭풍우가 지나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의 폭풍우는 누구에게는 풍년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흉년을 주고 떠났다. 2011년 11월 11일, 숫자 1이 6번 연달아 들어가 1000년에 한 번 온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로 불리며 일부 기업에는 최고의 매출을 주는 날. 반면 안 그래도 힘든 농민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 날이었다.

  이 날은 ‘농민의 날’로 1996년 정부가 법정 기념일로 지정한 날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11월 11일에서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농업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흙, 즉 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이 날은 한편 가래떡 데이로도 불린다. 가래떡 데이라고 불린 것은 2003년, 안철수 연구소에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으로 상업적인 색채가 강한 ‘빼빼로’ 대신 선조의 전통이 깃든 ‘가래떡’으로 간식을 나눠 먹으면서 시작됐다. 2006년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농민의 날’ 행사의 목적으로 가래떡 데이를 함께 기념했다.

 가래떡 데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지난 10일 수능 시험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합격기념 가래떡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었다. 또 그와 동시에 각 지방 단체와 지역 사회에서 가래떡에 관한 행사를 했다. 당시 옥션에서 일주일간 가래떡을 포함한 떡 카테고리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전년도와 비교해 21% 상승했고, 지난해의 가래떡 판매량이 전년 대비 460%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가래떡의 판매량은 빼빼로의 판매량의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11월 11일이 가래떡데이보단 빼빼로데이로 유명한 날이기 때문이다. 빼빼로데이는 1996년 부산지역 여중생들이 숫자 1처럼 날씬해지기를 기원하며 ‘1’을 닮은 빼빼로 과자를 ‘1’이 네 번 들어가는 11월 11일에 서로 주고받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11일 옥션에서는 올해 이날을 맞아 최근 일주일 동안 과자매출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년보다 51%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가 천 년에 한번 찾아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고, 수능 시점과 맞물려 초콜릿 과자를 중심으로 과자 카테고리 전체 매출이 급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효과들이 겹치며 옥션에서는 같은 기간 과자매출이 올 초 발렌타인데이 시즌과 비교해 39% 증가했으며, 화이트데이보다는 무려 82% 상승했다.

 같은 날에 시행된 두 ‘데이’. 하지만 그 판매량과 관심에는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둘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날까? 혹자는 ‘가래떡 데이는 취지가 좋으나, 빼빼로처럼 쉽게 살 수도 없고 연인에게 고백하기엔 로맨틱하지 않다’고 말한다. ‘빼빼로데이’가 성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빼빼로라는 과자가 구매의 용이성과 깔끔하게 먹고 휴대할 수 있는 편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빼빼로는 서로에게 키 크고 날씬해지라는 마음을 전달하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고, 나아가 젊은이들의 사랑∙우정의 표현방식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 이렇듯 빼빼로 데이의 성공은 휴대와 먹기의 간편함, 의미부여, 마음의 표시 등의 삼박자를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래떡데이는 이러한 전략이 부족했다. 그도 그럴것이 기업이 주로 광고하며 홍보하는 빼빼로데이와 달리 가래떡데이는 뚜렷한 광고가 없었다. 길거리에서 종종 가래떡데이 관련 행사 현수막을 볼 수 있었으나, 빼빼로데이와 같은 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은 드물었다. 빼빼로데이가 소비자의 선호에 의해 만들어졌고, 기업이 마케팅수단으로 이용했다면, 가래떡데이는 국가에서 기념한 행사에 가깝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적을 수 밖에 없었고, 한편으론 농민의 날(가래떡데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는 약점도 있다. 게다가 가래떡은 과자와 달리 구매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유통기한의 문제점, 먹기의 불편함까지 있어 빼빼로보다 판매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듯 가래떡은 빼빼로보다 많은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의미로 보자면 빼빼로데이보다는 농민에게 자부심과 관심을 줄 수 있는 농민의 날이 훨씬 의미 있을 것이다. 천 년 전에는 빼빼로가 없었다. 하지만 떡은 있었다. 선사시대부터 존재해온 떡은 우리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역사가 깃든 떡은 우리와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관심이 멀어져 갔다. 무관심 속에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의 떡. 밀로 만든 막대과자에 묻혀 버린 농민들의 애환이 빼빼로와 가래떡에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