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대화명을 ‘쫄지마’로 바꿨다. 잠시 뒤 친구가 말을 건다. “나도 나꼼수 팬!!! 쫄지마ㅋㅋ” ‘나꼼수’는 시사풍자 토크쇼 ‘나는 꼼수다’의 준말이다. ‘쫄지마’는 나꼼수 사회를 맡고 있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자주 하는 말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과도 “이번 주 나꼼수 들었어요?” “○화 언제 나왔어?”로 인사를 대신할 때가 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연예인이나 스포츠 소식으로 범벅됐던 20대 젊은이들의 수다에 나꼼수라는 새로운 화젯거리가 생긴 것이다.

나꼼수는 각하헌정방송이라는 모토 아래 각종 권력과 인물, 정치, 사회 이슈 이면의 꼼수를 폭로한다.

팟캐스트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는 4월 28일 방송을 시작했고, 7월 9일 9회에 아이튠즈 다운로드 1위에 오른 이후 지금은 회당 다운로드 건수가 평균 600만 건에 달한다. 나꼼수는 ‘무상급식과 오세훈 서울시장’, ‘장자연 자살 사건’, ‘인천공항 민영화 시도’, ‘10.26 재보선’,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등을 다루며 주류 언론에 버금가는 여론 형성, 의제 설정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나꼼수의 개성은 고정 출연진 4명에게서 드러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민주당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각자의 역할과 캐릭터가 분명하다. 사회와 진행을 맡은 김어준 총수는 직설적인 표현과 화통한 웃음소리로 청취자의 귀를 시원하게 뚫어주고, 김용민 평론가는 뉴스자료나 배경음악, 효과음으로 나꼼수를 더욱 맛깔나게 편집한다. 수다 욕심과 시도 때도 없는 깔때기로 유명한 정봉주 전 의원은 친근하고 솔직한 정치인 이미지로 신선한 재미를 준다. 뒤에 합류한 주진우 기자는 ‘악마기자’로 불리며 정치적 폭로와 디테일한 사실 확인으로 나꼼수의 위력을 높이고 있다.

나꼼수 4인방

시사계 아이돌이라고 해도 무방한 나꼼수 4인방은 거침없다. 대통령과 그 팔들,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언론사 사주, 외국 기업 등 모든 권력 세력의 꼼수를 낱낱이 까발린다. 그들의 언어 또한 거침없다. 근엄한 분위기나 꼰대같은 가르침 없이 곧바로 비판하고, 풍자적으로 비유하며 때론 욕설 같은 추임새도 곁들어진다. 나꼼수의 정체성은 비장미가 아니라 해학미다. 그렇다 보니 청취자들은 나꼼수 이빨들이 풀어놓는 이야기에 웃으며 공감한다.

그렇다고 방송이 장난으로만 끝나거나 진정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꼼수는 시민들의 그 불만과 불안의 근원이 ‘정치’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몸소 보여준다. 그리고 나꼼수는 인터넷 방송 청취뿐만 아니라, 전국 콘서트와 책 싸인회, 강연, 시위 등 실제 만남과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꼼수다 콘서트 포스터

나꼼수로 생긴 변화는 가시적이다. 정치를 재미없는 이야기로 생각하던 20대들이 나꼼수를 챙겨듣고, 나꼼수 출연진이 쓴 책을 사서 보고 콘서트를 예매한다. 어떤 이는 나꼼수가 시민들을 근거없는 소문과 비난으로 선동한다고 걱정하지만 그간의 격식을 파한 나꼼수라는 시사토크 쇼가 더 많은 사람, 특히 젊은층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확대가 한국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