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판사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사용하는데 있어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논란은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FTA를 반대하는 뉘앙스의 글을 올린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최 판사의 글에 논란이 되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났고 다른 판사들이 “보수 편향 판사도 물러나라”고 대응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대법원의 권고가 대치되는 주장 가운데서 나온 것이라 사실상 판사들의 SNS사용을 규제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고름이었다. 직업 때문에 언행을 스스로 규제하는 것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것은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이상 판단의 근거도 명확치 않다. 여기서 유념해야 하는 건 어느 것에 더 우선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논란에선 판결에 있어 중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직업 정체성이 우선이냐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개인의 정체성이 우선이냐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우리가 참고로 삼는 선진국들의 규정도 제각각이다. 독일같이 직업공무원의 SNS 사용을 훈령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도 있는 반면, 프랑스는 사법부 노조가 있을 정도로 정치적 발언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 또한 주마다 그 규정이 다르다. 이렇게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역사가 훨씬 오래된 국가들도 규정이 차이가 있는 건, 결국 어디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지가 다르다는 얘기다.

대법원이 허둥지둥 댄 것도 관련 규정에 이런 가치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SNS확산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존 사고방식이 과거의 유물이 되지 않았나는 의문은 여기서 나온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관련 규정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SNS의 등장으로 개인 의사표현의 장은 확대됐다고 평가받는다.

대법원의 결정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최 판사의 발언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는 하나 판사들 전체에 ‘신중을 기하라’는 권고는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당사자들인 판사들에겐 대법원의 권고가 최 판사가 잘못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의미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규제하는 위축효과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문제는 같은 상황에서 자신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그땐 권고만으로 끝날지 모른다는데 있다.

막스베버는 어떤 사상을 대할 때에 자기의 감정이나 가치 판단을 억압하고 그것을 하나의 현실 사실로서 사고하며 파악해야 한다며 가치중립을 주장했다. 그러나 FTA는 그 성격상 가치중립을 지키가 더 힘든 사안이다. 또한 사적영역이 점점 공적 영역화 되가는 상황에서도 SNS가 사적 영역이 아니라는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법원이 곧 SNS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한다. 거기엔 반드시 사회의 변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대한 고려가 들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