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오면 취업을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실업계, 전문계로 통칭되는 고등학교의 공식 명칭이다. 그런데,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은 과연 모두 취업을 할까? 2004학년도부터 전문계 고등학교 특별전형이라는 이름의 특별전형을 실시해 대학마다 5% 내외의 특성화고 출신 학생을 뽑고 있다. 그렇지만 2013, 2014학년도 입시에선 이러한 특별전형이 취업 대신 진학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현재 정원의 5%에서 3%로 축소되는 등 폐지 수순에 놓여있다.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들은 왜 취업을 하지 않고 대학에 왔는지, 그들의 대학생활은 어떤지,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인 대학생들을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용우 : 저는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10학번으로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한 남용우입니다.
지승 : 저는 미디어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0학번에 재학 중인 정지승입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suwonnaeil/136280630

Q. 우선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 대학에 진학하게 되셨나요? 

지승 : 저 같은 경우는 바로 취업을 하겠다고 특성화 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은 아니었어요. 집안 사정의 문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컸었죠. 원래부터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었구요. 어떻게 보면 특성화 고등학교를 갔다고 바로 취업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인 거 같기도 해요. 특성화 고등학교를 가는 학생들 모두가 대학을 안 가고 취업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용우 : 지승이가 다닌 미디어 고등학교와 제가 다닌 상업고등학교의 다른 점은 취업을 하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에요.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아니고.. 상업고등학교라는 특성도 있구요. 그런데 저도 처음부터 바로 취업을 하려고 상업고등학교를 간 경우는 아니고 가정형편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상업고등학교라지만 학교에서는 학교의 이미지 때문에 진학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특성화 고등학교 특별전형이 생기고서는 진학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았구요. 그래서인지 진학반도 따로 만들고 야간자율학습도 하면서 학생들의 진학을 장려하기도 했는데, 진학반에 들어간 학생 중에 성적이 좋은 학생은 장학금도 줬어요.

Q. 그러면 ‘특성화 고등학교 특별전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듣기로는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이 아닌 직업탐구 영역을 본다고 들었어요. 전형의 특별한 점은 뭐가 있는 지 궁금합니다.

지승 : 대학마다, 과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아예 안 뽑는 과도 있고, 지금은 또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구요. 그렇지만 소수의 인원을 뽑는다는 건 확실하죠. 정원 외 5%를 뽑는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은 줄어들고 있고 이제 곧 폐지할 거라고 해요. 아무튼 제가 들어온 10년에는 연세대학교에서 거의 모든 과마다 1명씩 뽑아서 38명 정도가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연세대학교 학생 수가 2만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적은 숫자죠. 전형에서는 그냥 일반 수시처럼 언어, 수리, 외국어의 일정 등급을 요구해요. 대신 사회탐구영역대신 직업탐구영역을 보는 것이나 정시에만 그 전형이 있다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언어, 수리, 외국어는 똑같이 공부하니까요.

Q. 지금 10학번이시니까 2학년이신데 2년 동안 대학교를 다니면서 어떤 특별한 점은 있었나요? 본인의 대학 생활 얘기를 해주세요.

지승 : 똑같아요. 그냥 일반 학생들처럼 수업 듣고 공부하고 동아리도 하고 그렇죠. 굳이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만 밝히지 않으면 똑같은 대학생이에요. 그런데 자진해서 밝히게 되지는 않죠.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특별한 점은 아니고 저는 입학해서는 연극부 활동을 했었고, 현재는 학내 방송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미디어 고등학교에서 공부했던 컴퓨터 관련 지식들 때문에 컴퓨터나 기계에 무슨 문제만 생기면 다른 친구들이 저를 찾더라구요. 그게 아마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어요. 

용우 : 아무래도 대학에 여러 가지 전형이 있으니까 친구들도 그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거 자체가 특별하게 부각되거나 하지는 않죠. 저도 하고 있는 활동들을 말씀드리자면 문과대학과 밴드와 불문과 밴드를 하고 있고, 얼마 남지 않은 학생회 선거를 돕고 있어요. 

Q. 말씀을 들어보니까 대학 생활을 정말 잘 하시고 계신 거 같은데, 그래도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으로써 이 점은 불편하다는 것은 있으신가요?

용우 : 물론 저희도 열심히 했고, 기준에 맞춰서 들어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공부량이 조금 부족한 느낌은 있어요. 글쓰기 시간에도 보면 다들 글을 잘 쓰는 거 같은데 저는 글이 그렇게 잘 써지지도 않았구요. 그리고 일단 교과과정이 다르잖아요? 학교에서 일반사회, 일반과학만 1학년 때 배우고 2학년 때부터는 상업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배우고 들어왔으니까 기초적인 소양이나 상식이 부족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지승 : 솔직히 저는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는 건 없어요. 대학교에 와서는 똑같이 수업듣고 공부하니까요. 실업계 학생들 중에 학점이 잘 안나온다고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을테지만 학점이 안나오는 건 굳이 특성화고를 나와서가 아니라, 동아리 활동하느라, 노느라, 각자의 활동에 바빠서 공부를 못해서가 아닌가해요. 그렇지만 본인 스스로가 ‘특성화고 출신이라서 그런걸까?’하는 자괴감을 갖게 되는 게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다른 친구들이 30분 만에 쓴 글을 1,2시간 걸려서 쓰게 되면 괜히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는 제 자신한테 자괴감이 들기도 하니까요.  

용우 : 지승이처럼 모든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죠. 그렇지만 아는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 11학번 후배가 있는데 저에게 1학년을 마쳐가는 시기에 회의감이 찾아오지 않았냐고 물어오더라구요.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공부량이나 소양이 부족한 건 아닌 지하는 자괴감이 드는 경우가 분명 있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보는 영어시험 중에 하나는 웨이브(상위 10% 성적을 받으면 영어 과목을 이수 면제 받는 제도)가 나왔어요. 네, 자랑입니다(웃음)  

그들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특성화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왜 취업을 하지 않았냐?”는 첫 질문은 고정관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그 질문으로 돌아와 이야기해봤을 때, 정지승씨는 만약 특성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사회에서 취직도 잘 되고 대우도 나쁘지 않다면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굳이 대학을 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 고등학교가 단순히 취업이라는 목적 대신 진학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특별 전형은 곧 없어진다. 그녀의 말처럼 대학교를 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더 큰 문제인데, 취업 대신에 진학을 하는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만 그 책임이 돌아가는 건 아닐까?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 졸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고 요구받는 문제는 그들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