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또 다시 투표율 저조로 무산됐다. 11월 22일부터 본투표 4일과 연장투표 3일을 합쳐 7일간이나 진행된 투표에서 최종 투표율은 48.74%에 그쳐 선거가 성사되는 기준인 투표율 50%를 넘지 못했다. 2009년 11월 53대 총학 선거, 2010년 4월 53대 총학 재선거에 이어 또 다시 서울대는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Ready Action』, 『분노하라 상상하라』, 『Humanitas』 등 세 개의 선본이 출마해 치열한 선거전을 벌였으나, 투표함도 개봉하지 못한 채 끝나게 됐다.
순탄하지 않은 투표 진행은 투표 첫 날이었던 지난 22일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하루 동안의 투표율은 11.16%에 그쳐, 무산되었던 2010년 4월 선거의 12.17%보다도 1%나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투표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30일까지 투표율이 41.70%에 그치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투표를 성사시키려 했으나, 그 힘은 역부족이었다. 학생들 전체에게 발송한 투표 독려 문자도, 이동 투표소도 결국엔 무위로 돌아갔다. 서울대학 근처의 유흥가이자 자취촌인 녹두와 기숙사, 서울대입구역 등에 야간 투표소가 설치되었고, 심지어 야간 수업 시간표에 맞춰 강의실 코앞까지 투표소를 이동 배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본장 회의 ⓒ 서울대저널

이번 선거의 투표율 저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꽤나 다수의 학우들이 투표 무산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세 선본 모두 자격미달이고, 뽑을 곳이 없어서 차라리 선거가 무산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학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세 선본이 모두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선본이라서, 운동권에 거부감을 가진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투표율을 낮춘 이유로 분석된다.
두 번째 이유는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 그 자체이다. 이번 선거는 30개 이상의 투표소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소는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연장투표 둘째 날이었던 11월 30일에는 하루 내내 342명밖에 투표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투표가 계속됨을 생각해볼 때 한 투표소당 한 시간에 한 명 꼴로 투표한 꼴이다. 7일 간 밤낮으로 투표소를 지켰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허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투표의 무산으로 인해 서울대 총학생회 구성은 일단 내년 3월에 열릴 재선거를 기약하게 됐다. 학생사회는 단과대학 대표자 연석회의의 형태로 유지된다. 그러나 이 연석회의는 공식적인 학생 대표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여 학교 측과 소통하는 데 큰 한계를 가진다. 특히 현재 서울대 법인화와 관련해 학생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인데, 연석회의 체제에서는 학교 본부 측과의 교섭에서 정당성과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상태로 법인화가 추진된다면 2012년 3월, 즉 총학생회 재선거 이전에 이미 서울대는 법인으로 전환되게 된다.
‘만인의 대학동문’을 자처하며 SNS를 통해 전국의 대학 정보를 모아 퍼뜨리고 있는 1인 미디어 하이네(@Kor_Heinrich) 씨는 연석회의의 식물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투표 무산은 학생 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배경은 기성 정치권과 유사한 학생 사회 정치 행태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선거가 무산되면 그 대학은 등록금 협상이나 학내 사건사고가 있을 때 학생들이 대처를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편 투표 종료 2시간 반 전인, 1일 오후 9시 40분경, ‘후마니타스’ 선본원이 선거인명부에 문제를 제기하여 투표 종료 후에 이에 관한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선거인명부에 기재된 외국으로 교환학생 나간 학생들의 명단은 제외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서울대의 선거 관련 규칙에서는 ‘부재자의 경우 투표일 전 특정한 날을 정하여 별도 실시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 교환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투표율 미달이 예상되자 선거인명부를 바꿔 분모를 줄이려는 ‘꼼수’로 해석 가능한 문제였다. 이는 결국 선본장 회의를 통해 수용되지 않았고, 선거는 그대로 무산되었다.
지난 2010년 4월 있었던 총학생회 재선거에서도 선거인명부와 관련해 논란이 벌어진 전례가 있다. 당시 선관위의 잘못으로 총 유권자 수를 잘못 표기하여 투표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선본들에서 휴학생을 제외한 새 선거인명부를 작성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