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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구에서 서울로, “학점교류, 어렵지 않아요!”

누군가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 갈 예정’이라고 이야기하거나, 교환학생 경험을 말한다면 보통 상대방의 반응은 백이면 백 이런 식일 거다. “어디로 갔어? 미국? 유럽? 거기 좋아?” 그러고 나면 그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 또 거기서 만난 수많은 유학생들과 문화 차이 이야기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대화 주제가 되곤 한다.
 
그런데 어디로 교환학생 다녀왔냐는 질문에 ‘한국’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긴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국내대학교환프로그램’을 이용한 학생들의 경우다. 굳이 잘 다니던 대학 놔두고 국내의 ‘다른’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는 이유는? 졸업을 위해 꼭 필요한 과목이 재학 중인 대학에 열리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학교를 같이 다니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 교환학생을 해 보고 싶은데 외국까지 갈 여건이 안 됐을 수도 있다. 뭐 어쨌든 각자의 이유로 ‘자발적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캠퍼스 곳곳을 누비고 있다.
 
고향인 대구를 떠나 서울에서 학점교류생의 생활을 하고 있는 김혜원 씨(계명대 언론영상학과 3학년)를 만나봤다. 인터뷰 장소는 그가 이번 학기 수업을 듣고 있는 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였다. 그녀는 캠퍼스 생활에 아주 익숙해진 것처럼 보였다. 가방도 들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연희관의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세대학교 캠퍼스 (출처 : http://www.with-art.com/)

 
Q. 학점교류에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대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서울에서 갑자기 자취라니 뭔가 망설여졌을 것 같은데요.
 
동기 중에 한 친구가 서울대학교로 학점교류를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도 학점교류에 대해 잘 몰랐는데 친구의 추천을 듣고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서울에서 생활해 보는 것도 좋고, 또 커리큘럼이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좋고, 처음 해 보는 자취도 기대되고요. 이래저래 새로운 경험, 체험을 해 보고 싶어서 망설임 없이 학점교류를 신청했어요.
 
Q. 학점교류를 신청하는 절차나 다른 학교에서 들은 수업을 학점인정 받는 절차가 복잡하지는 않던가요?
 
절차가 별로 복잡하진 않았어요. 신청서를 개인적으로 작성해서 학교에 내고 발표를 기다리면 됐거든요. 다만 연세대학교에서 학점교류가 가능한지 발표가 8월 23일에야 나서 개강 1주일을 앞두고 부랴부랴 서울에 방을 잡고 짐을 옮기고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긴 했죠. 학점인정도 여기서 수업을 들은 후에 교수님들에게 나중에 신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간단한 편이죠.
 
Q. 새로운 대학, 새로운 환경에서 석 달쯤 생활하셨는데요. 좀 새내기 같은 기분도 들었을 것 같아요. 적응하는 거라든지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적응을 빨리 한 편이긴 해요.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신만만하게 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계명대랑 연세대가 학사 시스템에 차이가 좀 있다 보니까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생기기도 했어요. 계명대는 시험기간에도 휴강을 하면 휴강 공지가 되거든요. 근데 연세대는 시험기간에는 모든 강의가 다 휴강이더라고요. 그걸 몰랐던 거예요. 하루 종일 수업이 다 휴강인데 저는 모르고 잠긴 강의실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죠. 또 연세대 셔틀버스에 탑승하려면 학생증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 쓰여 있거든요. 근데 그게 사실 안 보여줘도 탈 수 있는 건데, 저는 그 말을 그대로 믿는 바람에 한동안 셔틀버스를 아예 탈 엄두를 못 냈었어요. 학교가 넓은 편이라 걸으면 좀 불편할 때도 있는데, 학생증이 없으니 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걸어 다녔었어요.
 
인터뷰이 김혜원 씨
Q.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진 거잖아요. 외롭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처음 자취를 해 보는 거라 뭐 다른 자취생들이 겪는 그 정도는 겪는 것 같아요. 아팠을 때 부모님이 매우 보고 싶고 그런 거? 그런데 사실 낯선 곳에 ‘혼자’는 아닌 게, 이번에 같은 과 동기 친구랑 함께 학점교류를 왔거든요. 그래서 항상 같이 다니고 자주 이야기하고 하다보니 의지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Q. 아, 밥은 혼자 먹냐고 다음 질문으로 물어보려고 했는데 밥메이트는 있으시겠네요. (좌절) 그럼 혹시 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 ‘학점교류생이구나’라고 인식했던 순간 같은 게 있었나요?
 
아무래도 아직 연세대 지리나 학교 내에서 쓰는 줄임말 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거요? 조모임을 하는데 루스채플에서 모이자고만 딱 말하는데 루스채플이 어딘지 몰랐을 때도 그렇고요. 또 조모임 때 다른 학우들을 처음 만나서 자기소개를 하면 괜히 혼자 걱정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 학점교류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난 좀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긴 하더라고요. 또 아무래도 시험공부를 할 때도 교수님 정보 같은 걸 알기 힘들고 족보를 받을 선배가 없다는 것? 그럴 때 좀 그런 느낌이 오죠.
 
Q. 학점교류생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혹시 기분을 언짢게 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사실 그런 부분을 걱정했던 게 있었어요. 제가 교류학생이라는 걸 밝히면 조모임에서 나를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했었는데, 정말 기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운이 좋은 걸 수도 있지만 다들 잘 해주고, 특히 교수님들도 더욱 잘 챙겨주세요. 교수님이 제가 교류학생으로 와서 자취한다는 걸 알고 특별히 연구실로 부르신 적도 있고, 밥 한 끼 사 주고 싶었다며 저녁을 사주신 적도 있고요. 또 수업 전후로 수업 따라오는 게 어렵지는 않은지 물어주시고요.
 
Q. 학점교류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어떤 걸까요? 또 잃은 게 있다면요?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또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연세대학교 학생들 중에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영어 공부가 많이 모자라다는 걸 느끼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기도 했고요.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다보니 여기서 잘 적응해낸 것처럼 다른 것들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얻었어요. 또 좋은 사람들도 많이 얻었고요. (잃은 건?) 음, 아직까진 없는 것 같네요! 다른 학우들에게도 학점교류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 영남대학교 사이버홍보실

 
사실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도 다른 학교에 학점교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다른 환경의 학교 안에서 매우 외로운 아웃사이더로 지냈고, 또 여러 가지 차이와 편견 같은 것들을 마주하곤 했다. 그래서 이 인터뷰를 하러 가던 처음에는 약간 무거운 걱정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혜원 씨의 밝은 모습, 또 학점교류생으로 있는 삶이 참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교류학생 생활과는 다르게 그녀의 교류학생 생활을 즐겁게 한 것은 따뜻한 주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학교 같은 꼬리표를 떼어내고 사람이라는 본질을 상대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혜원 씨는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한 학기가 끝나가는 시점이어서 그런지 매우 익숙해 보이는 걸음이었다. 그녀가 향한 강의실에는 학점교류생인 그녀를 외롭지 않게 한 교수님과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혜원 씨가 “내년에 4학년이지만 가능하다면 한 학기 정도 더 여기 있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말이다.
 

국내대학 학점교류, 어렵지 않아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들은 대학 간 협정을 통해 재학생들 간의 학점교류를 보장하고 있다. 교류대학이 많은 고려대의 경우에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경희대, 성신여대, 한예종은 물론 경남대, 부산대, 전남대 등 전국의 대학까지 총 30개 대학에서 재학생들이 교환학생으로 수학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대구의 계명대는 서울대, 연세대, 제주대 등 총 12개 대학, 서울시립대는 건국대, 숙명여대, 부산대 등 총 11개 대학에서 학점교류가 가능하다.
 
대학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내대학 간의 학점교류를 신청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까다로운 서류 및 면접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해외대학 파견과는 달리 희망하는 학생들 거의 모두가 교류학생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직전학기 평점이 3.0을 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 3,4학년 학생들만 교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유의할 것!
 
학점교류 과정에서 약간 까다로운 수강신청과 학점인정 절차다. 수강신청은 재학대학의 수강신청 날짜와 교류대학의 수강신청 날짜, 그리고 시스템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교류대학의 수강신청 날짜와 방법, 또 어떤 과목을 신청할 수 있고 없는지를 미리 체크할 필요가 있다. 대학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유명한 신촌 지역의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의 경우에는 재학대학의 수강신청 날짜에 자기 계정을 사용해서 자유롭게 타 학교의 강의를 수강신청하기도 한다.
 
학점인정 절차는 약간 까다롭다. 또 학점을 인정받으려는 과목이 전공이라면 더더욱! 학점교류를 나가기 전에 담당 교수님의 싸인을 미리 받아놓은 후, 학점을 취득하고 나서 학교 측에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을 깜빡 했다면 기껏 학점을 취득해놓고 인정을 못 받는 암울한 상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니 유의할 것!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2 Comments
  1. 정PD

    2011년 12월 3일 17:03

    이런 것도 있었네요. 국내 학점 교류라ㅋ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ㅋ

  2. 메멘토모리

    2011년 12월 28일 02:12

    오 재밌겠네요 ㅋㅋ
    활력소를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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