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할 꼼수가 벌어졌다. 10.26 재보궐 선거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홈페이지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은 사건에 여당 국회의원이 개입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10월 26일 오전, 선관위 홈페이지와 박원순 당시 서울 시장 후보의 홈페이지가 디도스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오전 약 6시부터 8시 반까지 공격을 받아 접속에 장애를 빚었다. 이후 홈페이지를 정상화했지만, 디도스 공격은 오전 11시까지 5시간여 지속됐다. 이로 인해 오전에 투표를 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 했던 수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더군다나 투표소가 급작스레 변경된 곳이 많아 혼란은 더 가중됐다.

 떠들썩한 선거가 지나가고 디도스 공격이 잊혀져 가던 찰나,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선거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한 혐의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 모씨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공씨는 친구인 IT업체 대표에게 디도스 공격을 의뢰했고, 업체 대표는 회사 직원 2명과 함께 200여대의 좀비 PC로 선관위와 박원순 시장 홈페이지를 공격하여 2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최구식 의원은 비서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 선을 그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과 그의 수행비서 공 모씨.

 짐작은 했지만, ‘설마’ 했다. 하지만 그 ‘설마’ 했던 일이 사실로 밝혀지고 말았다. 투표와 선거가 갖는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의 권리이다. 설명하는 것 조차 새삼스러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런 투표권을 한 나라의 집권 여당이라는 세력이 사이버 공격을 동원해 방해하려 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놀랍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은 “만약 제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한 데 대해 의원직 사퇴로 ‘퉁’치겠다는 그 발상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투표를 방해하려 했다는 것은 투표의 결과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민심은 돌아서고 있고 선거는 패배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권력을 잃을 것이 두려웠던 걸까.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작 떠올린 것이 투표 방해라니, 잘잘못을 떠나 그들의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발각될 경우 치러야 할 뒷감당이 무섭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발각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발각된다 하더라도 유야무야 없던 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도덕성은 물론이고 정치적 판단 능력까지 상실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뿐이다.

 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비서 공씨가 범행 전날 밤 국회의장 비서관 등과 술을 마신 것이 추가로 밝혀졌다. 국정원이 사건을 알고도 눈감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사건을 초기부터 인지했음에도 이에 대한 일말의 해명도 없다”고 조직적인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진실에 드리웠던 구름이 걷혀질 때, 거기에 누가 서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깊어지고 있다. 특정 정치 세력의 투표 방해 행위,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재연되고 있는 지금, 2011년의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