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예비군의 본질
 

향토예비군은 1968년 1월 김신조를 주축으로 한 북한의 특수전 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하고 이틀 후엔 동해안에서 미해군 푸에블로호 납치가 납치당하면서 생겨났다. 당시 미국은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에 대해서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으나 김신조사건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이 없을 시 북한의 도발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자주 국방 정책의 일환으로 예비군을 창설했다.



국방부가 밝힌 현 제도의 문제는 강원도 지역에 소요되는 예비군 11만여명 가운데 서울과 경기에서 7만6천여명이 동원되고 있을 정도로 강원도 예비군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비군 편성 체제를 변경한 주된 이유는 따로 있다. 국방부가 현역부대에서 예비군훈련을 받게 하는 일이 국방력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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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동원 지정제 변경은 예비군의 존재 목적과도 거리가 먼 정책이라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예비군 편성은 일상생활에 피해를 최대한 끼치지 않기 위해 거주지에서 가까운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걸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군은 평시에는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유사시에는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퇴역장병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집단이라는 정의를 국방부 스스로가 바꾸려고 하는 셈이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게다가 “지금은 교통망과 교통수단이 발달하는 등 여건이 바뀌어 30여년 만에 새로운 동원지정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통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적을 타격하기 전쟁무기는 그보다 더 빨리 발전한다. 초음속항공기인 콩코드여객기는 사라졌어도 더 뛰어난 성능을 지닌 전투기는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 F-22 랩터

 

사실 인터넷을 비롯한 우리의 실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많은 것들은 전쟁을 대비한 군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군 시스템은 단 한번의 공격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1969년 ARPA(알파 : 미국방성 고등연구계획국)는 중앙집중적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군의 최첨단 연구소를 연결한 분산관리방식의 네트워크인 ARPNet(인터넷의 전신)을 구축했다.



이 선후관계는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들의 발전보다 전쟁을 위한 것들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을 짐작케 한다. 즉 국방부가 바꿀 뻔 했던 예비군 동원제도 아래서 우리가 현역 복무부대에 가기 전에 적군이 우리를 공격하는 게 더 빠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금 민간업체에 수주하는 군 물품들은 전쟁이란 목적에 맞게 더욱 특화돼가고 있다.

탁상공론을 막으려면 




군에 대한 논란에는 항상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료 대다수가 면제라서 그런다’는 비아냥이 따라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군인들은 자신들이 그런 비난에서 벗어 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병생활을 해보지 못한 장성을 비롯한 장교들은 비난에 중심에 서게 될 수 있다. 이번 동원지정제 변경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일이기 때문이다. 예비군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로 잠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 있지만 장성들이 그런 면을 고려했을 지는 알 수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와 관련해 군 내부에서 아무런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데 여론을 제외하곤 견제기간이 없는 군은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동원 지정제도 변경 같은 정책이 또 나올 수 있다. 국방부가 이틀 만에 정책을 포기했다는 사실은 자신들이 탁상공론을 내세웠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시범 운영에서 나온 자료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탁상공론을 일삼는 지금의 군이 60만 명에 이르는 현역 병사들과 앞으로 입대하게 될 예비 병사들, 그리고 수백만에 이르는 예비군들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온전히 지녔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더군다나 예비군 정책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군이 민간인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상 군도 민주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군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에도 견제장치가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