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7월 경북 포항의 한동대학교에서는 수업과 상관없는 정치적 발언을 한 윤상헌 교수가 3개월 간 10% 감봉이라는 내용의 징계를 받아 이슈가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학생 및 학부모들은 “윤 교수의 수업을 듣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며 징계를 요구했고, 학교는 교수의 직무윤리, 품위손상 및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윤 교수를 징계했다. 학생들은 ‘의사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했다’며 학교에 항의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이 윤 교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총학생회는 “윤 교수가 징계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학습권 침해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의 정치적인 발언이 위 사건만큼 매 순간마다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대학에서 수업은 진행되고 있고,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도 사람인지라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교수가 수업 도중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내비치는 사적 발언을 해도 괜찮은 것일까? 이에 대한 학생들의 경험과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출처 동아닷컴
4년 전 국내 굴지의 건설 회사 전무가 겸임 교수로 출강한 전공 수업을 수강한 K대 건축학과 표창연 씨는 교수가 매 수업시간마다 정치적 성향을 서슴지 않고 드러내 난감했다고 말했다. 극우의 정치 성향을 지닌 교수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을 힐난했고 친미 발언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한 두 번 언급한 것이 아니었어요. 수업을 들을 때마다 건축학과는 상관없는 민감한 정치 이야기를 편향된 시각에서 격한 어조로 하는 것이 매번 거북했어요.” 당시 수업을 들은 동기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교수에게 항의할 용기도 없어 교수의 정치적 발언에 묵묵히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E대 재학 중인 변주연씨도 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내가 지지하는 방향이든 아니든, 정치적 사견을 수업 중에 드러내는 것은 실망스러워요. 교수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학생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것 아닌가요? 교수가 가르치는 것 중에는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 제시도 포함되는데, 그 와중에 정치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한편 교수의 수업 중 정치적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졸업을 앞둔 조은정씨는, 지난 학기 모 보수 언론지에서 일하던 교수가 수업시간에 했던 발언들을 떠올렸다. “카다피를 지지한다”, “무상급식은 빨갱이스러운 발상이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그저 멍하니 교수의 극단적인 발언들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은정씨는 이러한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히면 안 되지만 대학 교수는 법적인 규제가 없잖아요. 그 이유는 대학생 정도라면 교수의 그런 발언을 들어도 충분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만하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그래서 교수의 정치적 발언이 내 생각과 맞든 안 맞든 수업 중 발언권은 교수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다른 대학생들도 의외로 조 씨와 같은 견해를 보였다. 대학생은 적어도 성인이기 때문에 교수가 수업시간에 어떤 발언을 하든 자신의 의견과 구분하여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교대 재학 중인 김희애 씨는 교수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학교 수업 환경 자체가 중, 고등학교 때의 주입식 교육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한 형태를 보여서 이런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 같아요. 대학에서도 토론 수업 중엔 간혹 교수와 학생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며 토론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수업 시간 내내 교수는 말하고 학생은 경청하는 분위기가 문제라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었다. “교수든 학생이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반박하되 존중하는 환경이 생긴다면 이런 건 문제가 안되지 않을까요?” 충분히 고민해볼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