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 규정상 대표팀 감독의 경질여부는 기술위원회를 거치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번 경질은 기술위원회가 아닌, 축구협회 회장단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거둔 성적을 떠나, 절차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동네 조기축구회 감독도 이렇게 자르지는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축구계 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사회 전반에 산재해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조광래 감독이 단순히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것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질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전격 경질된 조광래 감독

먼저 외압 문제다. 축구감독의 평가요건이 지도 능력과 성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또 그 두 가지를 평가하는 것이 축구협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일부 스폰서는 노골적으로 감독의 경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라고 말해, 이번 경질이 스폰서의 외압과 무관치 않음을 인증했다. 능력과 성적 이외의 요소가 평가에 개입된 것이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언론사의 사장이 교체될 때마다 외압론이 터져 나왔고, 심지어는 TV나 라디오의 출연진이 교체될 때도 그랬다. 축구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계파’ 문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광래 감독은 조중연 현 대한축구협회장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허승표씨와 매우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허승표씨는 지난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축구협회를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때문에 인터뷰 직후 조광래 감독 경질 발표가 나자, 정몽준-조중연으로 이어지는 축구계 여권이 친 허승표계 인사를 쳐낸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다분히 음모론적인 발상이지만, 그런 생각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계파’문화가 남아있음을 방증한다.
 

▲황보관 기술위원장 출처 : 연합뉴스

목적을 위해선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도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대표팀 감독 경질은 기술위원회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시간이 촉박하고 기술위원장이 동의했다는 이유로 정관에 명시되어 있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감독 경질 결정을 내렸다. 비단 축구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사회의 많은 곳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법률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졸속 입법되고 있으며, 목적을 위해서 원칙 따위는 고려치 않는 행태 역시 만연해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국회에 비교하며, “이번 감독 경질 과정은 국회 날치기보다 더한 일”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원칙을 무시하는 일의 대명사로 ‘국회’를 사용했다는 자체가, 한국 사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일이다. 

축구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곪고 곪은 종양이 드디어 터졌다고 표현한다.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앞서 말했듯, 한국 사회 역시 똑같은 종양을 안고 있다. 감독 경질이라는 형태로 터진 축구계의 종양 앞에서, 괜시리 한국 사회의 종양이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