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연상녀, 주인님이 되어주세요

 “이거 왜이래! 나 이래 봬도 플래티넘 미스라구!” 지난 11월 개봉 된 장근석·김하늘 주연, 영화 <너는 펫>의 명대사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능력 있는 연상녀가 주인이 되고, ‘예쁜’ 연하남은 펫이 되는 관계를 형성하여 함께 동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애완남’이라는 말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케이블TV에서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시리즈가 방송된 바 있다. 주된 내용은 역시 여자 주인이 남자 펫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많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이 프로그램에 펫과 주인으로 출연했던 남·녀는 실제 연예인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영화나 TV프로그램에서 애완남을 흥미로운 소재로 다루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 우리 주변에도 ‘주인-애완남’의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을 애완남이라고 칭하는 것도 어색하지만 실제 주인과 애완남의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이 더 불편하다.


애완남, 분양받고 싶어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애완남’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식iN에 올라온 질문들이다. ‘애완남 키우고 싶은데요’부터 ‘20살 애완남 있어요’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있다. ‘Manpat’이라는 애완남 관련 카페도 있다. 이곳은 애완남이 되길 희망하는 남성들과 애완남을 분양받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형성한 공간이다. 2007년에 형성되어 현재 회원 수가 12,624명에 다다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집에 오면 아무도 없다. 심심해. 외로워. 하지만 귀여운 펫이 있다면?’, ‘집에 오면 쌓여 있는 설거지. 귀찮아. 하기 싫어. 하지만 설거지를 해 줄 펫이 있다면?’ 카페 메인 페이지에는 이와 같이 ‘펫이 필요한 이유’가 적혀있다. 실제로 이를 본 많은 여성들이 애완남을 분양받고 싶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글에는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과 희망하는 나이가 적혀있다. 또한 주인과 펫의 계약서도 있다. 예시로 올라온 계약서에는 ‘단, 주인은 같이 사는 기간 동안 펫에게 하루 3끼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주인은 요구사항을 얼마든지 적을 수 있다. 펫이 이를 지키지 않을 시 내보낼 수도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월 17일 KBS 아침뉴스타임에「10대 애완남 “시키는 대로”」라는 제목의 뉴스가 방송되었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애완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게다가 2-30대 직장인 여성이 10대 애완남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인은 애완남에게 ‘엉덩이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 현상을 10대들 사이에 번지는 하나의 놀이라고 보기에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이다.


‘문화’라 부를 수 없는 부끄러운 ‘문화

 ‘애완남’이 등장할 당시에 이는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이제 ‘주인-애완남’은 단순히 외로워서 형성한 관계라고 보기에는 변질된 모습이다. 이 관계의 연령대가 낮아져 10대 사이에서도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아 주인의 무리한 요구가 성희롱·성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영화나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능력 있는 연상녀가 귀여운 연하남을 만난다는 의미를 넘어선 듯하다. 또한 이를 실제 연애라고 보기에도 모호하다.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허강일(21)군은 “‘애완남’이라 불리는 남자들은 결국 돈 많은 여자한테 얹혀사는 사람이라고 밖에는 안 느껴져요. 아무리 요즘 경제활동이 어렵다고 해도, 자신의 힘으로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아무런 삶의 목표도 없이 지내는 건 부정적으로 보이죠. 그리고 애완남을 키우겠다는 여자들도 조금 이상해보여요. 또 이 현상이 여성의 성(性)을 상품화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남성의 성(性) 상품화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네요.”라고 말했다. 애완남은 예쁜 연하남을 넘어 노력하지 않는 남자로 비춰진다. 결국 이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인형처럼 소유하고 싶고, 데리고 살며 키우고 싶은, ‘애완남’이라는 단어를 ‘남성 신조어’의 일종으로 보고 넘기기엔 개선될 문제가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