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연말이 돌아왔다. 한 해가 지나가는 걸 알리는 매서운 칼바람과 거리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맘때면 항상 각종 모임들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이 지나간다. 사회생활을 하는 20대들은 직장 내의 각종 행사에, 종강을 맞은 대학생들은 종강파티를 겸해 열리는 연말 모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러한 모임들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술’이다. 한 잔, 두 잔 들이키는 알코올로 기분이 좋아지면 그제야 진짜 연말 분위기가 완성되는 느낌이 난다.

잘못된 음주 문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폭음 문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4일 발표한 주류 섭취량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26.5%는 한 번에 소주를 8잔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아직 ‘간이 깨끗한’ 20대의 폭음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20대의 26.2%가 한 번 음주 시 소주 기준 10잔 이상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2주일에 3회 이상 폭음하는 비율도 28.7%에 달했다. 폭음으로 인해 사람들이 인사불성이 됐을 때, 각종 범죄와 일탈 행위가 증가한다는 점에 비추었을 때 꽤나 심각한 폭음 비율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알코올 섭취 권장량에 의한 적정 소주 음주량은 남자 5잔, 여자 2.5잔이다.

술은 도구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적당히 흥을 돋우기 위한 수단이다. 도구가 도구답게 작동할 때, 연말 술자리는 아름다운 사진으로 기억에 저장될 것이다. 그러나 술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될 지경이 되면 기다렸던 모임은 또 하나의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되어버릴 것이다. 연초에만 ‘작심삼일’ 이런저런 다짐하지 말고, 연말에도 다짐 하나 해 보자. 잘못된 음주 문화, 이제는 고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