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강요하는 세상 당신은 행복한가요?

  ‘세상은 불평불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이야기들로 차고 넘친다. 요새 떠도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고통조차 웃으며 견뎌야 한다. 아니 애초에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고통을 고통이라 여기는 부정적 태도를 갖는 순간 우주의 에너지는 당신을 못 보고 지나칠 것이다.’

앞에 나온 말은 책 <지금은 없는 이야기> 에서 최규석 작가가 처음 말하는 부분이다. 이 말들은 사실 수천 년을 반복해 온 이야기들이다. 최규석은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짜증나고 분노하게 만드는 수많은 이야기들에게 복수하려 한다.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우화이다.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총 20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현대인을 풍자하기도 하고 공정하게 보이지만 공정하지 않은 역설적인 사회를 풍자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흔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풍자하는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 ‘개와 돼지’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있다. 조물주가 무료함과 외로움에 지쳐 개를 만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머지않아 조물주를 즐겁게 해주던 개들은 조물주와 같이 무료함에 지쳐 간다. 그래서 조물주는 개들을 위해 돼지를 선물한다. 돼지를 받은 개들은 돼지를 사냥하며 늘 웃었고 늘 행복했다. 돼지들은 매일 신체의 일부를 잃거나 죽었다. 끊임없는 고통과 두려움에 지친 돼지들은 조물주에게 고통을 이길 무언가를 부탁한다. 그리고 연민을 느낀 조물주는 돼지들에게 두 가지 선물을 준다. 망각과 웃음. 선물을 받은 돼지들은 여전히 고통 받았지만 개처럼 웃을 수 있었다. 웃으면서 잊었고 잊으면서 웃었다. 그래서 개처럼 행복했다.

  개와 돼지 이야기는 풍자를 통해 강자에게 착취당하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참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일침을 가한다. 착취당하는 상황조차 행복이라 느끼고 살아간다면 죽을 때까지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긍정적인 생각은 좋다. 하지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누가 뭐래도 자신은 불행한 것이다. 애써 긍정하고 행복해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불행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한다면, 그리고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서 불행에서 벗어난다면 애써 행복한 척 하지 않아도 행복해져 있을 것이다.

저자 최규석

암묵적으로 곳곳에 퍼져있는 사회적 시선도 문제다.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긍정의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라는 시선이 그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웃으면 행복해진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정말로 불행한 사람에게도 해당될까? 그런 사람들은 그저 웃는다고 행복해질리 없다. 그러나 그들 역시 웃으면서 행복한 척을 해야 한다. ‘저 사람은 너무 부정적이야. 웃으면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데 말이지.’라는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이처럼 최규석 작가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우리가 다시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던져 준다. 풍자를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만화가 최규석은 <지금은 없는 이야기> 전에도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 등의 책을 내며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었다. 그는 2004년 서울 국제 만화애니메이션 축제 단편상을 수상했고, 그 외에도 4개의 큰 상을 수상한 만화가이다. 이토록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뚜렷한 자기생각을 만화에 담아 독자들을 감동시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얻은 단단한 깨달음 하나, 세상은 이야기가 지배한다. 단순한 구조의, 적절한 비유를 사용하는, 짧은 이야기들. 이 이야기들 중 몇 개만이라도 살아남아 다른 많은 우화들처럼 작자 미상의 이야기로 세상에 떠돌다 적절한 상황에 적절하게 쓰이기를, 그리하여 오르지 못할 나무를 찍는 열 번의 도끼질 같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 <지금은 없는 이야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