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재학 중인 김씨(24)는 최근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유난히 식당이 시끄러워 주위를 둘러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식당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가장 식당에 학생들이 많이 몰릴 시간인 12시 전후였는데, 그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정작 대학생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캠퍼스투어를 온 모양인데, 밥 시간은 조금 피해주면 안되나?” 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의 말처럼 ‘잘 나가는’ 대학들엔 사계절 내내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른 봄에 소풍을 겸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대학탐방’이란 명목으로 본격적인 입시를 앞둔 고2 학생들이 여름이나 가을철 단체로 오는 경우도 많다. 수능이 끝난 요즈음엔 진학을 앞둔 중3 학생들이 주손님이다. 물론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에 어린 학생들이 찾아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미 눈에 익어 본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학교의 이곳저곳에 보이는 중고등학생의 선망 어린 눈빛은, ‘아, 내가 다니는 대학이 이런 곳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어깨를 으쓱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캠퍼스 투어, 좋게 바라볼 수만 없는 이유


그러나 대학생들은 캠퍼스 투어를 ‘자랑스럽게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보통 캠퍼스 투어는 중고등학교에서 대형버스를 빌려 오는 ‘단체 투어’와 소규모로 찾는 ‘개인 투어’로 나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첫 번째 경우다. 학생 식당 앞에서 만난 장씨(24)는 “캠퍼스 투어도 좋지만 안 그래도 몰릴 시간인데 식사시간을 조정할 수는 없는 건가.” 라고 말했다. 오백명도 더 될 거 같은 학생이 한 번에 식당에 몰려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해 고등학교 모교 방문단에서 캠퍼스 투어 봉사를 했다는 주씨(23)는 “사실 밥시간에만 학생들이 투어를 오는 것은 아닌데 가장 눈에 띌 때가 이 시간이라 유독 부각되는 것 같다.” 고 반박했다.


문제는 또 있다. 최근엔 캠퍼스투어의 방법도 다변화되었다. 과거엔 통솔자가 전체 학생을 이끌고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설명하던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조를 짜서 미션을 부여하거나, 자율 투어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몇몇 학생들이 질서를 어기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전씨(24)는 “교복을 줄인 학생들이 학교를 상징하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침을 찍찍 뱉고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캠퍼스투어, 명문대로…명문대로…


학생들의 불만과는 별개로,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 이 현상이 옳은 것인지 역시 따져볼 문제다. 개인 단위로, 또는 소풍의 목적으로 찾는 것이 아니라면 흔히 캠퍼스 투어는 몇몇 ‘명문대’를 대상으로 한다. ‘인서울’에 있는 몇몇 잘 나가는 대학들과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들이 그 대상이다.


대학탐방의 목적이 ‘좋은 학교 보여주고 학습욕 고취시키기’인 것은 명백하다. 실제로 단체로 이루어지는 캠퍼스 투어를 따라가 보면 그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여기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나 잡아 보라며 도망갔던 그 언덕이구요. 여기는 국내 도서관 중 1위 평가를 받은 학술정보원이에요.” 캠퍼스 홍보대사 학생의 설명이 이어지면, 중고등학생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난다.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꼭 이런 대학 오고 말거야.’라는 눈빛이다.


때문에 캠퍼스투어는 그 자체로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요즘 유행하는 애정남 식으로 말하면 “중고등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캠퍼스투어를 오면 명문대고요, 그게 아니면 꼴통대입니다잉~”쯤 되겠다. 그러나 과연 이것은 옳은 일인가. 적성과 진로를 따지지 않고, 대학 간판만을 보고 온 ‘명문대 투어’는 어쩌면 학벌주의가 나은 산물은 아닐까.


게다가 시간이 지나며 대학탐방을 오는 학생들은 점점 어려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등학생들이 학교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사회의 학벌주의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이미 캠퍼스 투어는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풍경’이다. 너무 익숙해져서 이젠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러나 한번쯤 되짚어볼 문제다. 무엇이 캠퍼스 투어를 있게 했는지, 왜 캠퍼스 투어는 명문대에서만 이루어지는지, 왜 캠퍼스 투어를 오는 학생들은 점점 어려지는지. 과연 그 물음들에 대해 고민해보고서도, 캠퍼스 투어를 온 학생들을 보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