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쓰러졌단다. 하루에 10시간을 넘게 일했단다. 주말에도 특근을 했고 많게는 한 주에 58시간까지도 일을 했단다. 게다가 자동차 도장공장이란다. 유해한 발암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 노동자들이 꺼려하고, 실제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나오기도 한 곳이다. 무엇보다, 쓰러진 노동자는 현재 학교를 재학 중인 고3이란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 못한 학생이란다.

70년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먼 개발도상국의 이야기도 아니다. 엄연히 이 땅,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장실습생 문제는 과거부터 지적받아왔다 (출처 : 프레시안)

지난 17일, 광주 기아차 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던 특성화고교 3학년 김씨가 쓰러졌다. 9월부터 기아차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한 김씨는 하루에 평균 10.5시간, 한 주에 최고 58시간(평균 52.5시간)씩 일을 해왔다. 그것도 유해물질 발생 때문에 성인 노동자들도 꺼리는 도장공장에서의 근무다. 그는 18일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미성년자 노동자는 1일 7시간, 1주일에 40시간을 넘는 노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본인 동의가 있었을 때도 1일 8시간, 1주일에 46시간이 최대다. 최승범 광주공장 홍보팀 차장은 한 인터넷 언론과의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을 어기고 초과근무를 시킨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기아차 측 역시 범법행위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현재 광주 기아차 공장에서 김씨처럼 초과근로를 하고 있는 학생은 약 60명으로 알려져 있다. 갑작스런 일이 아닌 언젠가는 터졌을 인재(人災)였다는 이야기다.

눈여겨볼 일이 있다. 김씨가 쓰러지기 3일 전인 1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주력 정책은 ‘고졸취업 활성화’다. 특성화고 취업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취업 실적이 떨어지는 특성화고의 교육과정을 통폐합하고, 학교 자체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취지는 좋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취업 실적’이 떨어지는 특성화고는 일반고로 전환시키겠다는 발상은 명백한 실적주의요, 전시행정이다. 취업 실적이 특성화고의 목을 죄니, 학교 측도 생산직 채용 때 가산점을 준다는 현장 실습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남 지역에서만 4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현장 실습생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어리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기본권을 모를 수 있는 나이다. 혹여 알았다 하더라도 쉽게 따질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기업은 그런 그들을 철저히 착취하고 있다. 정규직과 동일한 근무를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은 성인 노동자보다 적게 지급한다. 쓰러진 김씨는 정규직과 같은 정도의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기본급 기준으로 15~20% 적게 받았다고 한다. 기업의 탐욕이 어린 노동자를 쓰러지게 한 셈이다.

18살, 하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다.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을 나이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입학을 앞둔 친구들을 부러워할 나이다. 반대로 일찍 돈을 벌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을 나이다. 실제로 김씨는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꿈에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쓰러졌다. 등록금을 마련하겠다는 그의 꿈도 함께 쓰러졌다. 그가 일했던 현대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씨의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