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임에도 불구하고 12월 한 달을 설레게 만드는 성탄절. 올해도 어김없이 이 성탄절이 연말과 함께 찾아왔다. 일찍부터 거리에는 캐롤이 징글징글하고 울려퍼지며 반짝이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사람들의 설렘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상황은 사람들에게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특히 연인과 함께하라는 ‘혼자보내는 건 불쌍한 것’ 이라는 부담스런 메시지를 팍팍 풍기고 있다. 하지만 “Merry christmas”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인파는(성인의 탄생일이면 그저 Merry하며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진 채 하루를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왜들 그렇게 거리로 나와 공해를 더 가중시키는 건지! 게다가 날씨도 추운데! 정말 솔로로썬 이해 할 수 없는, 하고 싶지 않은 현상이다. ) 휴일을 더 피곤하게 만들어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고, 분위기에 동참해 ‘up’ 됐던 분위기는 집에 돌아와  혼자가 되었을 때 더욱 싱숭생숭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25일은 그저 휴일 일뿐이고 혼자서 재충전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 목록!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는 꼬마의 <나홀로 집에>는 자신이 기억 할 수 있는 제일 어린 시절부터 계속 봐왔다거나, 괜히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되는 말캉말캉 연애 물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끝이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며, 가볍지도 심각하지도 않지만 짠한 느낌을 주는, 그리고 로맨틱무비의 주인공만큼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미스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6] 
하나씩 모자라 완벽하지 않지만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유쾌한 로드무비이다.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며 통통한 체형을 가졌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6살 꼬마 숙녀 올리비아. 영화는 전국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가게 된 올리비아를 위해 온 가족이 이틀 동안 차를 타고(비행기 값은 비싸서) 이동하면서 진행된다. 마약을 하고 15살짜리 손자에게 그 나이에 해야 할 제일 중요한건 섹스라고 외치는 괴짜 할아버지, 요상한 성공이론을 주장하며 자신감이 넘치지만 능력이 없는 아빠,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게 꿈이지만 통통한 체형을 가진 올리비아, 생활고에 시달려 지친 엄마와 이런 가족의 현실이 지긋지긋해 말을 하지 않는 아들, 그리고 자살시도 이후로 이들과 함께 살게 된 올리비아의 동성애자 삼촌. 영화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하나씩 모자란 이들이 에어컨이나 히터도 없을 것 같은 오래된 차를 함께 타고 이동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통해 점차 서로가 세상의 날카로운 기준과 평가로부터 지켜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특이한 포인트에서 웃음을 주는데 그 특이한 점(괴짜스러운)들을 자꾸 보다보면 점점 가족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특이한 이 가족은 이상하게 우리를 조금씩 닮았다. 
[참새들의 합창: The song of sparrows, 2008] 
<천국의 아이들> 감독의 작품으로 이란의 어느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카림가족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카림의 귀가 안 들리는 딸의 보청기가 고장 나고 카림은 비싼 수리비를 벌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에 아들과 딸도 아버지 몰래 자신이 할 수 있는 돈 벌이 방법을 찾는다.(금방 돈을 버는 모습이 아버지한테 걸려 된통 혼나긴 하지만, 아이들이 돈을 벌기위해 생각해낸 방법이 정말 귀엽다.) 영화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이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가족의 사랑과 희망이라는 익숙한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낯선 영화에서 사람들이 흔히 이슬람과 함께 연상하는 ‘폭력’적인 것은 영화에서 찾을 수 없다. 터지는 사건에 지친 어깨를 보이면서도 자식을 사랑하는 모습이 보이는 목소리 큰 다혈질 아버지, 누나를 위해 돈을 모으는 천진난만한 동생 등 보편적 인물을 발견 할 수 있는 귀엽고 따뜻한 영화.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 Everything is illuminated, 2005 ] 
나치로부터 자신의 할아버지를 구해준 사람을 찾아 우크라이나로 간 유대인 청년의 이야기.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일라이저 우드가 유대인 청년 ‘조나단’을 연기했다. 채식주의자이고 개를 무서워하는 조나단이 할아버지의 은인을 찾기 위해 가이드를 고용한다. 그런데 영어를 잘 하는 줄 알고 고용한 가이드 알렉스는 영어에 서툴고 설상가상으로 유대인을 싫어하는 괴팍한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주니어’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사나운 ‘개’와 동행하게 된다. 조나단은 이들과 동행하면서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고 할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일라이저 우드의 찌질한 모습이 귀엽고 조나단, 알렉스, 괴팍한 할아버지 그리고 강아지 ‘세미데이비스 주니어 주니어 이 넷의 조합이 웃음을 준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Tokyo godfather, 2003]

소개하는 작품 중 유일하게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매이션이다. 길에서 버려진 간난 아이를 발견한 홈리스들이 아이의 엄마를 찾아주려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로 알콜 중독자 ‘긴’, 여자가 되고픈 남자 ‘하나’ 그리고 가출소녀 ‘미유키’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자리를 잃은 채 떠돌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 주인공들은 아기의 엄마를 찾아주면서 사회에서 어둠을 담당하는 사람들(야쿠자, 불량 청소년 등)과 얽히고 그러는 동안 조금씩 그들이 왜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거리로 나오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여정에서 아름다운 것과 어두운 것 모두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킨다.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2006]

핀란드 헬싱키의 일본인 사치에가 운영하는 일본 가정식 식당에서 일어나는 하지만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하기엔 잔잔한 슬로우 무비이다. 카모메 식당의 메인메뉴는 일본의 대표음식 ‘오니기리’이며 개점한달 째 손님은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청년 ‘토미’가 전부이다. 손님이 없지만 매일 정갈하게 영업 준비가 되어 있는 사치에의 식당. 그런데 어느 날 헬싱키에 무계획으로 왔다는 일본인 미도리가 오고, 곧 함께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 부모님의 초상을 치르고 온 마사코, 남편이 집을 나가고 술에 빠져 사는 중년의 핀란드인 까지 더해진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카모메 식당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도 다양해지고, 요리하는 동안 생기는 열기와 사람들의 열기에 식당의 분위기가 점점 따뜻해진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집을 두고 떠나 온 사람들이기에 이 즐거움이 계속 될 수만은 없다. 영화는 그런 현실적 한계를 이런 대사로 풀어버린다. 

“하지만 늘 똑같은 생활을 할 순 없죠. 사람은 모두 변해가니까요.”

“좋은 쪽으로 변하면 좋을 텐데요.” 
“그럴 거에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게 좋은 쪽으로 변한다며 나쁠 것 없는 일이다. 덧없이 흐르는 시간과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불안감과 변화에 두려운 사람들이 보면 좋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