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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사 베껴 쓰는 몰상식한 언론 행태

얼마 전 <고함20>에서 기자 활동을 하고 있는 이슬기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읽던 도중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기사를 발견한 것이다. 생리공결제가 대학마다 들쭉날쭉하다는 사실 보도한 <노컷뉴스>의 기사였다. 그 기사가 익숙하게 읽혔던 이유는 바로 며칠 전, 그가 같은 주제로 한 두 편의 취재 기사를 써서 발행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기사를 읽은 직후 <노컷뉴스>에 전화를 걸어 아이템 인용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확인 후 연락주겠다”라는 말과 다르게 이후 연락을 받지 못했다.



생리공결제를 남용하는 학생들의 행태와 복잡한 절차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생리공결제에 대해서 두 편의 기사로 심층적으로 다룬 슬기 씨의 기사와 대학마다 다른 생리공결제에 대해 팩트 중심으로 다룬 <노컷뉴스>의 기사를 아예 동일한 기사, 표절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생리공결제에 대해 언론에서 이전에 마지막으로 다뤘던 것이 2008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아이템 베끼기’ 의혹은 성립한다. 슬기 씨의 기사는 <고함20>을 통해 11월 18일과 21일에 걸쳐 발행됐고, <노컷뉴스>의 기사는 같은 달 26일에 나왔다. 게다가 <노컷뉴스>의 기사에서 사례로 인용한 대학인 한양대와 상지대가 슬기 씨의 기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던 대학이라는 점을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기사 베끼기’는 매우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고함20>의 경우, 한 주가 멀다 하고 <고함20>의 글과 비슷한 기사들이 기성 언론에서 발견되고 있다. ‘데일리20대이슈’ 코너를 통해 10월 28일 보도됐던 ‘대학가 투쟁’에 관한 이야기는 11월 2일자 <문화일보>를 통해 거의 완전히 베껴졌다.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났지만 대학가에는 구성원 간의 대립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기본적인 기사 주제도 일치할뿐더러, 기사 내에서 다루고 있는 대학들도 완전히 일치한다. 동국대, 한국외대의 학과 통폐합 문제, 홍익대, 연세대, 아주대의 청소 노동자 문제, 건대신문의 편집권 투쟁, 건국대 총여학생회의 생리공결제 도입 투쟁까지 모든 팩트가 동일하게 사용됐다. <문화일보>의 기사가 <고함20>의 것과 달랐던 것은, <고함20>의 기사가 이러한 대학가 투쟁을 이제라도 주목해야 한다는 칼럼이었던 데 비해 <문화일보>의 기사는 대학가 투쟁을 ‘판치는 시위’라는 표제를 통해 부정적으로 규정했다는 것뿐이다.



기성 언론에서 대학생들이 쓴 기사를 저작자에게 일언반구 없이 베껴 가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 언론은 대학이나 20대와 관련해 기성 언론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영역의 아이템을 잡아내 기성 언론과는 색다른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기성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왔다. 한 인터넷 언론사의 사회부 기자는 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기자들 사이에서 기사 아이템이 부족할 때 각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나 학보사 사이트를 뒤져 아이템을 찾는 것은 매우 일상화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들의 ‘기사 베끼기’는 뿌리 깊은 관행이다. 기자 세계에서 기자들은 다른 기자의 글을 베껴 오는 것에 대해 전문 용어로 ‘받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관행은 저널리즘의 원칙에도 위배될뿐더러, 기자들의 창작욕을 떨어뜨리고 자신이 작성하는 기사에 대한 책임감을 약화시켜 국내 미디어 환경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베끼기 관행이 좋은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더욱 심각하다. 그들이 상대적으로 약자라는 이유로 아이템을 빼앗는 행위는 비도덕적이다. 훌륭한 언론인이 되겠다는 그들의 꿈을 짓밟는 행위고, 또 그들에게 ‘이렇게 베껴 써도 기자’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 놓는다. 이러한 몰상식한 기사 베끼기, 하루 빨리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 기자협회
 






온라인 뉴스 복제율, 심각성 도 넘어



국내 언론들의 뉴스 복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뉴스의 사회학’ 수업의 과제로 제출한 ‘온라인 뉴스 복제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환경에서 독립형 인터넷 신문사 외에 기성 종이 신문의 언론사닷컴들도 복제 뉴스를 다량 생산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복제율이 낮게 판단된 기사의 경우에도, 여러 개의 신문 기사를 짜깁기한 사례도 다량 발견됐다. 연구를 주도한 연구조 조장 천수이 씨는 “대부분의 인터넷언론이 서로의 기사를 복제하고 있었고 심하게는 90% 이상의 복제율을 보이는 신문기사도 많았다. 이러한 복제현상은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고 사회적 공론장을 만들어가야 할 뉴스의 본래 존재목적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3 Comments
  1. 노지

    2011년 12월 25일 22:27

    참 _-;;; 저래도 기자라고…

  2. 로단테

    2011년 12월 26일 04:59

    걍 찌질하다ㅡ
    쯧ㅡㅡ

  3. 메멘토모리

    2011년 12월 26일 08:41

    대학신문사나 고함20에서 기사를 쓰던 학생들 중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도 꽤 많을텐데.
    자신이 쓴 기사를 신문사기자들이 베끼고. 그런 일을 당했던 학생이 기자가 된다면 “나도 당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그런 관행이 대물림될 것이 더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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