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감옥에 가둘 수 없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 형무소에 수감된 26일, 한겨레 1면과 경향신문 20면에는 이 같은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2011년 겨울, 우리는 보았습니다. 무너진 삼권분립과 짓밟힌 민주주의를, 비리가 도덕을 억압하고, 거짓이 진실을 구속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865명이 게재한 광고였다. 이 광고는 이화여대 재학생, 졸업생 커뮤니티 ‘이화이언’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했다. 22일 정 전 의원의 유죄 판결 직후 광고 제작은 시작됐다. 4일 간 학생들끼리 모금 담당, 신문사 연락 담당, 디자인 담당 등 역할을 나누어 힘을 합친 결과 26일 광고가 나갈 수 있었다. 신문사에 광고 이미지를 넘기기까지는 865명이 참여했지만 그 이후에도 학생들의 기부가 계속돼 참여자가 1000명을 넘겼다고 한다.
 

광고 게재를 위한 모금에 3만원을 냈다는 이화여대 재학생 남수정씨는 “광고가 나가기까지 시안 수정과 글 다듬기를 수십 차례 거듭했다. 사진도 많은 사진들 중 어떤 사진이 좋을지 고민했다”며 “정봉주 의원이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기부 참여 이유를 밝혔다. 남 씨는 또 “이 광고의 취지는 단순히 정 의원 수감에 대한 반발이 아니었다”며 “이를 넘어서서 현재 시국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에 참여자들이 깊이 공감했고 그것을 광고로 표현하자는 데 적극 동의했다”고 말했다.
남 씨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이번 이화여대 광고가 단순히 정 전 의원의 유죄 판결을 비판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26일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에 의한 시국 선언과도 맞물린다. ‘서울대학교 학생 일동’ 명의의 시국선언문은 10.26 재보선 당시 디도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를 개탄하는 것을 그 취지로 하고 있다. 시국선언문은 “10.26 재보선에서 자행된 일련의 선거 방해 공작들은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최악의 범죄 행위”라며 정부와 여당이 직접 이에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한편 고려대와 숙명여대도 곧 시국선언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출처 뉴시스

이러한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당연히 처음이 아니다. 4.19 혁명 뿐 아니라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도 대학생들은 계속해서 민주화를 요구해왔다. 학생 세력은 민주화를 일궈낸 핵심 세력으로 역사 속에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2011년 지금, 대학생들은 다시 한 번 한국의 민주주의를 의심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예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대한민국에 당연히 공고화됐을 줄로 믿었던 민주주의가 사실상 후퇴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신문에 광고를 내고, 시국 선언을 하는 등의 ‘행동’은 ‘민주주의가 괜찮을까?’라는 단순한 우려의 행동이 아닌, ‘민주주의가 괜찮지 않다’는 확신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게재한 신문 광고라는 기발한 수단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몇몇 대학의 시국선언이 한국 민주주의의 심각성을 말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한 번도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면, 이제는 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신문 광고가 실리는지, 왜 몇몇 대학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걱정하고 있는지, 왜 대학생들이 분노하는지, 움직이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