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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장악한 뮤지컬, 전문배우 설 곳은 어디에


얼마 전, 실습수업 과제였던 단편영화 촬영 때문에 섭외를 부탁했던 뮤지컬학과 학생들과 뒷풀이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영상촬영이 모두 끝난 뒷풀이 자리인 만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배우 분들이 뮤지컬학과였고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최근에 본 뮤지컬을 말하자 바로 나왔던 질문이 ‘누구의 공연이었냐’는 것이다. 드라마 주연은 누구인 것이 바로 기억나지만 뮤지컬 매니아가 아니었던 나와 같은 조원들은 뮤지컬 주연 배우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조승우가 나왔던 지킬 앤 하이드였지만 조승우 공연은 아니었고, 제시카가 나오는 금발이 너무해 공연이었는데 제시카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에서 더 주목받는 것은 뮤지컬 배우여야 할 테지만 연예인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연예인 안 나오는 뮤지컬 찾기 힘들어

요즘 뮤지컬 주연배우들을 보면 아이돌의 이름을 찾기 쉽다. 뮤지컬 ‘페임’에는 샤이니 멤버 은혁과 소녀시대 티파니, 천상지희 멤버 린아와 트랙스 정모 등 아이돌 스타들이 한꺼번에 출연하고, ‘미녀는 괴로워’에는 카라의 멤버 박규리가 출연한다. 2010년에는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금발이 너무해’에 출연해서 큰 화제를 몰고 온 적이 있다. 당시 제작사인 피엠씨 프로덕션의 송승환 대표는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으면 표가 안 팔려서 뮤지컬 배우만으로 채우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스타를 배역에 기용하는 것은 흥행의 불확실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또 일부 관객들은 스타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기를 원할 수 있고, 특히 아이돌 팬의 경우는 소위 말하는 ‘팬심’ 때문에 공연장을 더 자주 찾을 수도 있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 연예인, 관객 모두에게 ‘윈윈 전략’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뮤지컬에서의 연예인 섭외다.


그러나 무분별한 연예인 섭외가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뮤지컬학과 2학년 박씨는 “요즘 뮤지컬에는 연예인이 없는 공연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해한다”면서도 “뮤지컬이 대중적이 된 거 같아서 좋지만 몇 년 씩 준비해 뮤지컬 배우가 되려는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허무하다”는 말을 전했다.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출현하는 뮤지컬 '페임' 출처 : 마이데일리


전문성 있는 뮤지컬 공연을 위해서는

하지만 뮤지컬은 특성상 전문성이 매우 필요한 공연이다. 노래를 할 때에도 일반 발성과는 다르게 가사를 전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발성이 필요하고 춤과 연기연습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끝없는 연습이 필요한데, 스케줄이 바쁜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모든 연습 일정을 소화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뮤지컬학과 학생의 말에 따르면, 연예인들의 경우 연습에는 많이 참여하지 못하고 공연을 하기로 한 날짜에 공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공연(소위 막공)을 가져가서 뮤지컬계에서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은 연기, 음악, 춤 모두가 필수요소인 영역인 만큼 전문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오로지 티켓 판매를 위한, 대중성 확보를 위한 연예인 섭외는 자제해야 한다. 뮤지컬분야는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뮤지컬학과가 존재하는 것이고 뮤지컬 전문 배우들이 존재한다.  지나친 연예인 섭외보다는 뮤지컬 전문 배우를 많이 기용하는 게 장기적 이득이 될 수 있다. 연예인 섭외는 오히려 뮤지컬 수준의 저하로 이어져 관객들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관객들도 뮤지컬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팬의 마음으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경우가 많아 뮤지컬 전반의 발전을 가져오기 힘들 수 있다. 뮤지컬을 즐긴 지 10년이 됐다는 대학생 조씨는 “정말 보고 싶었던 뮤지컬 공연을 한국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연예인이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했다”며, “연예인보다 전문 뮤지컬 배우의 공연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뮤지컬계는 인기 연예인에 의존하기보다는 뮤지컬 전문 배우들을 육성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연예인의 공연을 봤다는 만족감보다 완성도 높은 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다는 만족감이 관객들을 계속 뮤지컬계로 발걸음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Avatar
    여강여호

    2011년 12월 27일 22:11

    한류 한류 하면서
    정작 예술인들의 전문성은 퇴보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2. Avatar
    이클립스

    2011년 12월 29일 14:36

    물론 시간약속 안지키고 실력 없는 아이돌이라면 당연히 퇴출되어야 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돌을 굳이 부정적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연예인은 충분히 광고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뮤지컬 제작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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