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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이슈] 고시원에서 홀로 새해를 맞는, 20대의 슬픈 초상

1.5평짜리 고시원에서 홀로 새해를 맞았다. TV에서는 보신각 종이 울렸고,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캔맥주 하나를 쭉 들이킨 후 잤다. 나의 새해맞이 행사는 그것이 끝이었다. 새해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2012년이라고 해서 달라질건 없다. 동트기 전 버스를 탔고, 알바를 하고 있는 카페의 문을 열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켜고, 베이글이나 스콘 중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테이블이랑 바닥 청소를 한다. 같이 일하는 형은 그동안에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오픈 준비가 끝나고 나면, 이제 8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커피를 만든다. 바쁘지만, 그래도 여기는 편한 편에 속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했다. 학비가 급해서 딱 두 달 동안 했지만,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가끔 쌀이나 무거운 젓갈 등을 트럭에서 내리기도 했는데, 몸이 부숴 지는 것 같았다. 허약한 육체가 원망스러웠고, 어떻게 이런 일을 오랜 기간 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곳에서는 웃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몸이 너무 아프고 피곤해서 2달 동안은 책이나 영화를 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 오면 씻고 바로 잠들었다.

그래도 그때 힘들게 일한 덕분에, 올해는 복학을 할 수 있게 됐다. 각 학교에서 등록금이 인하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교과서 살 돈 정도는 남을테니 다행이다. 하지만 못내 아쉽다. 작년에 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그렇게 외쳐댔는데도, 고작 5% 정도만 인하한단다. 유럽은 거의 공짜고, 미국은 부모소득별로 등록금을 준다는데 한국은 여전히 등록금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없어 보인다.

등록금만 문제는 아니다. 취업 준비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일하는 카페 근처의 토익학원에 학원비를 물어보니 내 생활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돈이었다. 심지어 토익 응시료도 내 하루 일당보다 비쌌다. 자격증을 따려고 해도 학원비나 응시료가 부담이 되었고,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대외활동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스펙을 쌓는 것도 시간과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스펙이 좋은 애들도 취업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특히 나 같은 인문계열 학생들은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누구나 안정적인 정규직 직장을 원하지만, 그런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선택된 소수에 불과하다. 선택되지 않은 사람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백수로 지낸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단순히 일자리의 수만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

이런저런 걱정도 많아지고 생활에 치이다 보니, ‘연애’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가 됐다. 올해도 연애는 글러먹은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조차 두렵다. 데이트를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나 돈도 큰 부담이다.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고 취업준비까지 하면서, 타인에게 감정을 쏟는다는 건 사치처럼 느껴진다. 20대를 경제여건상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三抛)세대라고 일컫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2012년을 맞아서 바뀐 것이라고는 최저임금뿐이다. 그것도 4320원에서 4580원으로 260원이 올랐다. 그렇다면 하루에 2000원 정도 더 벌게 된다. 하지만 2000원으로는 생활의 질이 개선되기가 힘들고, 물가도 그만큼 오른다는 걸 고려하면 큰 의미가 없는 시급인상이다. 새해가 왔지만, 실질적으로 내 주위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사회 양극화는 깊어져만 가고, 불평등한 경쟁 시스템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늘어만 간다. 나를 포함한 20대들은 “새해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가 없다. 어떤 새로운 다짐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절망하고 싶지만은 않다. 올해는 나와 같이 희망 없는, ‘화난’ 20대들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연대하고 저항해야 한다. 나 홀로 지금의 사회를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 힘들어도 체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구조 때문에 고통을 겪는 수많은 20대들이 ‘뭉친다면’ 분명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믿음이 나를 버티게 한다.

오늘 데일리 이슈는 가상의 인물 ‘나’를 통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20대들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2012년 새해가 왔지만 20대들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는 변한 것이 없기에,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고함20은 2012년에도 한국사회의 ’20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20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나아가 주류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2년에도 고함20에 많은 격려와 충고 부탁드립니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0 Comments
  1. 뭐가 문제야

    2012년 1월 2일 03:50

    자기 깜냥도 모르고 수준이상의 것을 바란다면 당연히 희생해야 될 것이 있는거지;; 원하는건 많은데 자기 손해보기 싫다면 그건 도둑넘이고;;

  2. 제임스케이

    2012년 1월 2일 05:07

    저도 혹독한 20대를 겪었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마치 저의 일처럼 느껴지네요…
    언제나 희망을 잃지않기를 바랄뿐입니다.

  3. 이클립스

    2012년 1월 2일 06:34

    어제 드디어 이십대가 되었습니다 . 무궁무진한 자유를 누린단 생각에 어떤 새해보다 기뻤습니다. 그치만 이 글의 ‘나’와 같은 이십대라면,,,,,,,,, 이번 새해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4. 귀농

    2012년 1월 2일 06:44

    몰입해 읽다가 가상이라는 이야기에 김이 팍 새는.

  5. 내 이야긴줄..

    2012년 1월 2일 09:12

    가상이란것에 왜 더 절망감이 들까요..
    새해를 새벽 세시까지 알바하면서 맞았고
    5평짜리 고시원방에 들어와서 잤죠.
    크리스마스니 새해니.. 그저 남이야기같은.

  6. robbin2

    2012년 1월 2일 20:20

    저소득층= 일+알바 중산층= 일+알바+약간의유흥 부유층= 유흥
    뭐 이런거 아닐까… 25살…. 막막하다…

  7. 2012년 1월 3일 06:19

    어떻게 살고 싶길래 그런건지요?
    안정을 바라나요?
    이십대에? 모든 것이 다 결정되어 있으면 참 맘이 편하시겠습니다.
    작은 데라도 들어가서 일 좀 배우세요. 제발. 인문계는 뽑아주지도 않는다는 건 별나라 달나라 이야기고…
    엑셀을 혼자서 연습하던지 파워포인트를 연습하던지 아님 ERP를 공부하든지 전략기획서를 연구하던지, 상품을 뒤집어 파보던지, 라면이라도 원가분석을 해 보던지…
    그러면 들어갈 데 많습니다.
    그러고 나서 실력 키워서 다른 데 도전하고 도전하고 그렇게 좀 사세요.
    한 번 들어가서 영원히 눌러앉고 싶다는 멍한 눈으로 살지 말고.
    그러니 여러분의 삶이 팍팍한 겁니다.
    참… 여러분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 2012년 1월 3일 08:04

      꼰대짓 할때가 없어서 여기서 댓글로 꼰대질 하는 당신의 인생도 그리 윤택해보이지는 않아서 유감이네.

      이명박이나 보수신문들도 20대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기 혼자 뭔가 대단한걸 안다는 양 주접을 떨고 있으니 ㅋㅋㅋ 당신 말대로 해서 취직이 되면 다들 당신말을 듣고 있지 않겠어?
      지금 20대가 도전정신이 없어서 이런거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대 개새끼론 부활하셨네

      당신의 인생이나 걱정해. 당신이 경쟁에서 낙오했을 때 당신을 일으켜줄 사회안전망 따위는 우리사회에 없으니까

  8. 가상..

    2012년 1월 5일 16:00

    누구에게는 이런 글이 가상으로 느끼면서 쓰지만 누구에게는 가상이 아닌 현실입니다. 글에 너무 공감이 되고 현실인 나와 너무나 같아서 마음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고시원 작은 방구석에서 떡국 대신에 라면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내년에는 이것보다 낮겠지라는 희망으로 한해 한해 살아왔지만 아직도 8년째 고시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네요. 돈을 모으면 방값은 올라가고 또 모으면 또 올라가고 가끔 꿈속에서 로또에 대박이 터지고 행복해하는 나를 꿈꾸는 허망한 삶.. 하지만 눈을 뜨고 하면 정신없이 또 하루를 살아야하는.. 기댈수도 기댈때도 없고 마음에 병은 깊어가고 삶에 희망은 쓰리고 이제는 누구를 탓할 이유도 모르며 살고 있습니다. 미래? 위에 누구는 도전하라고 하지요. 도전? 도전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부익부 빈익빈.. 이런말이 왜 생겼을까요?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런 질문과 나를 돌아볼 여유란 없습니다. 그냥 일개미처럼 움직이는 사랑받는 애완견만도 못한 삶에 그냥 세상을 등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 인페르노

      2012년 1월 5일 21:18

      이 글을 쓰면서도 ‘나’의 이야기는 많은 20대들에게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희망을 잃지말고, 부디 버텨내시기 바랍니다. 저도 20대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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