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한 국내 자전거여행자 모임 카페 게시판에 제주도 남원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의 여성전용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건이 발생한 게스트하우스는 자전거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쳐간 곳 이였다. 발견한 사람은 게스트 하우스 여자 투숙객으로 샤워 도중 나무 벽 틈에서 카메라를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고 한다.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범인은 7월부터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한 직원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7월부터 도둑촬영을 했으며 촬영된 영상은 다 지웠고 인터넷에 유포하지 않았다고 진술 했다. 경찰은 영상 복원과 인터넷 유포 여부를 조사했고 범인은 구속 되었으며 3월에 재판이 열린다고 한다. <고함20>은 이 사건을 통해 피해자 보호에 허술한 수사기관의 수사진행과 성범죄에 허술한 한국의 법을 따져봤다.


많은 ‘몰카’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의 심정을 고려하지 못한 수사진행

이 사건의 잠정 피해자는 약 200명으로 예상되는데, 경찰은 ‘몰래 촬영된 영상을 복구하여 피해자를 찾으려 하였지만 영상이 눈 아래부터 찍혔고 복구된 화질이 낮아 대조가 쉽지 않은 점’ 그리고 ‘숙박인 명부가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점’을 들어 정확한 피해자 신원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워낙 음성적인 사이트가 많아 피의자가 유포하지 않았다고 확정 짓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연유로 그 시기에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연락이 가지 않아 자신이 피해자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기도 하며, 설사 자신이 피해자 일 수 있다는 것을 안 사람들도 사건이 조사되는 긴 시간 동안 불안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건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제주도라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직접 갈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피해자임이 아는 사람들도 전화 상으로 수사 진행 현황을 물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조차 제한된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고함20이 인터뷰한 피해자 A씨 역시 범죄가 발각됐던 8월말 이후로 한 학기(A씨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내내 정신적으로 피해를 봤으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제한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Q. 사건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A. 같이 여행 갔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알게 되었어요.

Q. 충격을 크게 받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네요. 사건에 대해 듣고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A. 일단 제주도 서귀포 경찰서에 전화해서 범인이 누군지, 제가 찍혔는지, 인터넷에 유포 됐는지를 물어 봤어요. 이 세 가지가 제일 중요하고 궁금한 거였으니까요. 하지만 경찰로부터 ‘아직 안 나왔다.’라는 말만 반복적으로 들었어요. 그리고 결과도 직접 들을 수 없었어요. 9월 초에 난 기사를 보고 범인에 대해 알게 되었죠. 범인의 얼굴이 기억나면서 소름이 끼쳤어요.


Q. 피해자인데 피해자 대우를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 피해여부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A. 처음엔 서귀포 경찰서에서 여자 경찰이 서울로 오신다더니(얼굴대조를 위해 직접 만나야했다. 피해자는 경기도소재의 학교에 다니고 있다.) 나중엔 제주도로 내려와서 피해자인지 확인을 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학생이라 시간도 여의치 않았고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되어 갈 수 없었죠. 그리고 나중에 주민등록증 복사본을 보내라고 해서 보냈어요. 결과는 최근에(12월 중순 쯤) 담당 검사에게 들었어요. 영상의 화질이 낮아서 제 얼굴이 있다고 확실하게 확인 되진 않지만 저도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고요.


Q. 그렇게 긴 시간동안 시달렸는데 명확한 대답을 듣지도 못했네요.
A. 네. 그저 전 검사에게 그저 ‘내릴 수 있는 제일 큰 형벌을 내려주세요’ 라고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정말 한 학기동안 이 일에 시달렸어요.


해당 업소 주인이 올린 글

성범죄에 관대한 한국

지난 해, 영화 <도가니>로 인해 아동과 장애인성범죄에 관대한 한국의 법의 문제점이 대두 됐었고 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그럼, 잠재적으로 200명의 여성에게 상처를 주고 형벌을 기다리고 있는 이 게스트 하우스의 피의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얼마 일까? 피의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제 13조 1항(카메라 등 이용 촬영)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이하의 벌금을 선고 받게 될 것이다. 만약 나중에 피의자가 영상을 음성적인 사이트에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형량은 고작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늘어날 뿐이다. 게다가 피고가 만약 별 전과가 없는 초범이며, 반성을 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 적은 형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개인의 자유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 보호도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이 되었다. 모든 개인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알릴지 자신만 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헌법을 따르는 법치국가에선 타인의 사생활 보호에 해를 입힌 자에게 마땅한 형벌을 내려야 한다. 게다가 개인의 ‘성’에 대한 보호는 그 중에서도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인터넷 다운로드 사이트의 미성년자관람불가게시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 유출’ 음란동영상과 뉴스에 보도되는 성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례들은 한국의 허술한 법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의 법과 법정은 성범죄로 피해자가 입은 수치심과 상처보다 범죄자의 인권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