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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그녀들과의 ‘아찔한 인터뷰’, 솔로를 말하다

독자는 대학생인가? 회사원인가? 아니면 예비대학생인가? 대학생이라면 공감하고 예비대학생이라면 앞으로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직장인이라면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사자성어. “이말삼초” 이는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자성어이다. 문자 그대로는 2학년 말부터 3학년 초까지, 속뜻은 여학생이 2학년 말부터 3학년 초까지 애인이 없다면 앞으로의 대학생활은 영원히 솔로라는 말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을 테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솔로라는 단어가 가장 부각되는 계절, 옆구리가 히말라야 산맥처럼 시리운 계절인 겨울. “솔로지만 괜찮아!”라는 주제로 이제 곧, 이말을 지나 삼초에 한발자국 성큼 다가간 그녀들과 함께 ‘위험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눈 내리는 밤, 홍합 집에서 소주 한잔과 함께 시작했다.

처음 ‘솔로지만 괜찮아’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제안받았을 때 느낌은?

여자 1호 : (시무룩해 하면서) 크리스마스를 무사히 보내서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인터뷰 제안을 받고 ‘내가 진짜 솔로구나’라고 현실을 깨달았다. 현실을 직시하게 해줘서 고맙다.

여자 2호 : 아무런 느낌 없었다. ‘그냥 인터뷰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여자 3호 : ‘이 사람이 나한테 염장 지르나?’ 하고 생각했다. (짜증내면서) 헤어진 지 별로 안됐다. 이제 좀 잊혀지고 있는데.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다. 아… 말 안 해도 내 기분이 어떠한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각자 솔로로 지낸 시기는?

여자 1호 : 약 9개월 정도를 솔로로 지냈다.

여자 2호 : 1년 10개월 정도? 너무 오랜 시간이라 가물가물 하다. 이젠 연애가 무엇인지 기억도 안 난다. 내 감성이 마비가 된 거 같다.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났으면 하는 환상도 없다. 아무나 나타났으면 좋겠다.

여자 3호 : 3개월 조금 안됐다. 아마 여기서 가장 최근에 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헤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여자 1호 : 군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것이 여자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갑자기 혼자 소주를 원샷한다) 남자친구가 입대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바로 헤어졌다. 전화도 자주하고 편지도 자주 보냈지만 역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점차 기다릴 자신이 없어졌다. 남자친구가 100일 휴가 나온 날 헤어지자고 했다. 후회는 안한다.

여자 3호 : 1호와 비슷한 이유다. 군인은 면회라도 갈 수 있겠지만 난 아니다. 남자친구가 유학을 갔다. 과에서 갑자기 티오가 났다고 추천을 받았다. 남자친구는 나 때문에 안 간다고 했지만, 전부터 유학을 가고 싶어 한걸 알고 있어서 가라고 했다. 나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없고, 보고 싶어도 못 보니까. 이러한 사실이 점점 쌓이고 쌓여서 기다리는 게 힘들어 지더라. 그래서 헤어졌다.

(그녀들의 대답을 듣고, 미안한 마음에 다 같이 소주한잔을 마셨다.)

연말에는 외로워하는 남녀들이 많다. 소개팅 제의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가? 소개팅을 했다면 잘되었는가?

여자 1호 : 8번정도 제의가 들어왔는데, 그 중 5번을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상대가 없었다. 아무리 외롭다고 하더라도 분위기나 감정 때문에 아무나 사귀고 싶지는 않다.

여자 2호 : (어이없어 하면서) 소개팅이 잘 이루어졌으면, 인터뷰에 응하지도 않았다. 2번정도 들어왔지만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소개팅을 싫어한다. 모르는 사람과 일대일로 만난다는 것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때마침 여자 4호가 들어왔다. 4호는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왔는데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느라 늦었다고 했다고 말하면서, 미안했는지 카페라떼를 사왔다. 하지만 1,2,3호녀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인터뷰 삼일 전 남자친구가 생겼지만 인터뷰 당일 날 필자에게 사실을 알려줘서 할 수 없이 인터뷰이로 참여했다.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냈는가?

여자 1호 : 집에서 혼자보내기는 싫어서 친구와 함께 클럽에서 놀았다.

여자 2호 : 이성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역시 특별한 날은 술이 최고다.

여자 4호 : 당시에는 남자친구가 없어서, 집에서 시상식보면서 담비(암컷강아지)와 함께 보냈다.

(창밖의 쌓여가는 눈보다 빠르게 빈 그릇에 무서운 속도로 홍합껍질이 늘어난다. 무료리필이 가능하다는 말에 미친 듯이 먹는 그녀들이었다.)

솔로일 때 서러운 점은?

여자 1호 : 친구랑 같이 있는데 ‘남자친구가 불러서 가봐야겠다.’고 말하고 나와 헤어질 때 서럽다. 난 좀 더 놀고 싶지만 친구가 애인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을 때 서럽다. (잠시 생각하다가) 고민상담도 해주고, 투정도 받아주는 사람이 필요할 때 솔로가 서럽다. 말하고 보니까 서러운 점이 많다.

여자 4호 : 같이 밥 먹어줄 사람 없을 때 서럽다. (모두가 공감하면서) 애인이 있는 친구들은 ‘남자친구랑 먹는다고 다음에 먹자.’고 말하고 그리고 마땅히 부를 사람도 없으면 결국 혼자 밥을 먹는다. 제일 서럽다. 웬만하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거나 굶는다. 식당에서 혼자서는 밥 못 먹는다.

여자 3호 : (짜증내면서)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둘이 좋아하는 감정은 이해하지만 굳이 사람 많은 곳에서 표현해야 하나? 그럴 거면 차라리 방을 잡으라고 하지. 예의없는 것들 솔로를 배려하지 않는다.

여자 2호 : (창밖을 한번보고 가리키면서)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 나는 혼자 걸어가면서 주변을 보는데 커플들이 서로 팔짱끼고 시시덕거리면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우울하다.

장시간 솔로였을 때 이성과의 스킨십이 그립지 않은가?

여자 3호 : (곰곰히 생각하면서)가끔 그립다. 밤늦게 기숙사를 올라가는데 헤어지는 길 앞에서 연인들이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입술이 외로워하는 것을 느낀다.

여자 1,4호 : (동시에)길거리에 손잡고 있는 커플을 봤을 때. 항상 주머니에 있는 손을 이성의 따뜻함으로 데우고 싶다.

여자 2호 : 영화나 드라마에서 키스신이 나오거나 포옹하는 장면이 나올 때 TV속 주인공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다.

그렇다면 솔로가 좋을 때는?

여자 1호 : (당연한 듯이)구속받지 않아서 좋다. 클럽을 가거나 술을 마실 때 허락받을 사람도 없고, 몰래가서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만사가 자유롭다.

여자 4호 : 쓸데없는 감정싸움을 하지 않아서 좋다. 사소한 걸로 싸우고 그리고 스트레스 받고 다시 화해하고 이런 식의 반복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어제도 남녀가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걸 봤다. 안타까워 보이더라.

여자 3호 : 지출이 줄어든다. 커플이었을 때는 만나면 카페를 가든가, 밥먹으러 가든가, 극장을 가든가. 놀러 가거나. 같이 있으면 항상 돈을 쓴다. 과거에는 남자친구가 맛집을 좋아해서 맛집 탐방을 한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돈을 엄청 썼다. 그로인해 살도 엄청 쪘다.

만약 자기가 좋아하는 이성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하는가? 혹은 자신만의 유혹방법은?

여자 1호 : 속으로 끙끙 앓는다. 계속 앓고 있으면 친구들이 눈치 채고 도와준다. 아니면 먼저 친구들한테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한다. 그러다가 한번은 친구들이 짜증내더라. ‘좋아하면 직접 말하지 왜 자꾸 뜸들이고 고민하고 초조해 하냐고……’

여자 2호 : 최대한 좋아하는 이성에게 자주 보이려고 노력한다. 친해지려고 하고, 필기도구도 일부로 빌려보고, 아무렇지 않게 옆에 앉고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려고 하면서 계속 눈치를 준다. 저번학기 교양시간에 이상형을 발견했다. 수업기간 마다 자꾸 쳐다보다가도 눈 마주치면 딴 데 보는 척하고, 옆자리에도 한번 앉아보고 그러다가. 조별과제가 있어서 일부로 그 사람이랑 같은 조를 했다. 과제핑계삼아 연락도 자주했지만. 결국 같은 조였던 다른 여우가 물고 갔다.

여자 3호 : 연락을 자주한다. 만약 온라인상에서 대화가 끊어지려고 하면 일부로 대화를 이으려고 노력한다.

마지막 남은 잔을 비우면서 인터뷰는 끝이 났다. 막잔을 받은 여자 3호에게 나머지 1,2,4호가 남자친구 생길 거라고 덕담을 해줬지만 여자 3호는 ‘여태껏 마신 막잔을 생각하면 남자친구가 몇 백 명은 될 거야.’라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또 그녀들은 한 목소리로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뷰를 했지만 남는 건 왠지 모를 공허함과 외로움뿐이었다.’고 말했다. 식탁위에 남은 소주 5병과 빈 홍합껍데기들이 솔로인 그녀들의 공허한 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Avatar
    커플

    2012년 1월 11일 10:40

    잘 봤어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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