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휴향해서 고기랑 술 먹는데 북괴군이 연평도에 포발 쏴서….술취한 상태로 전투복 입고 병기들고… 갔다와서 편지 쓰는 거야 ㅋㅋ”

서해 끝자락 해병대 이등병이 쓴 편지는 그렇게 빈 공간이 많았다. 그는 하루하루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시간 속에 목숨 바쳐 지내는 그들은 국가로부터 얼마를 받을까? 물가가 오르고 최저임금마저 시급 4580원으로 오른 지금, 군대의 병장 월급은 108,300원이다. 하루 일당도 아닌 월급 103,800원. 아침 6시에 기상해서 10시에 취침하는 대한민국 군인 월급이다. 그나마도 이병은 81,700원 정도이다. 편지를 쓴 김 모 이병은 제대로 된 휴식조차 즐기지 못한 채, 전사 시 장례보조금 9000원이라는 말을 들으며 2년을 보내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징병제로 그 수당을 후하게 줄 수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전역을 한다 해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예비군이라는 호칭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난 마치 옛날 동화책의 등장인물이 된 느낌이야. 괴물이 살고 있는 성 안은 계속 겨울이라서 눈이 오고, 바깥 세상은 꽃이 피어있는… 난 그 성안에 있는 것 같아.. 이상하게 그 괴물들은 나보다 짝대기가 한 두 개씩 더 있더라구.”

최전방으로 나간 김모 이병의 편지에는 저런 문구가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 있지만 왠지 마음에 걸린다. 지난 2011년 10월에 자살한 육군 31사단 김모 이병이 부대 내에서 각종 가혹행위에 시달려왔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가 나왔다. 김모 이병은 선임병들에게 폭언과 얼차려 등 가혹행위를 당해왔다. 이외에 극단적인 사례로 선임병들이 후임병들에게 많은 양의 과자 또는 빵 등을 강제로 먹게 하는 ‘PX빵’, 선임과 후임 기수에게 반말과 폭행을 당하는 ‘기수열외’가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곳이 있다. 그럼에도 중대장과 대대장은 가혹행위를 보고하지 않고 군대 내에서 처리하거나 쉬쉬하는 상황이다.

“짬밥은 파리비빔밥이라 불리지. 진짜ㅋㅋ 세명당 한 마리씩 있어. 그리고 쥐랑 같이 살아. 전역할 때 미키마우스랑 대화까지 가능하게 해야지”

육군 강모 이병은 농담같은 진담을 말했다. 군대의 음식과 취침공간의 위생을 의심하게 하는 말이다. 2011월 6월 25일과 26일, 전남 장성군 국군통신사령부의 한 대대에서 장교 1명을 포함한 22명의 장병들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인 사건이 있었다. 해당 부대는 이를 단순 장염증세로 처리했고 역학조사도 생략했다고 한다. 전역한 장병이 민간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고 상급부대에 신고한 뒤에야 뒤늦게 집단발병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2명 이상이 비슷한 질병 증상을 보일 경우 즉시 상급부대에 보고하고 역학조사를 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서나 뉴스에서나 군대 질병에 관한 기사는 보기 힘들다. 단체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에 집단 전염병에 관한 보고가 적다는 것은 대한민군 청년들이 심하게 건장하거나,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일이다. 군에서 식중독과 같은 단체 질병을 암묵적으로 숨겨왔다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왼손 봐봐. 이게 눈 올 때 삽질하다가 생긴거다. 장갑껴도 춥고, 작업 계속하다가 얼어서 터졌다가 다음날 또 나가서 삽질하고… 동상의 흔적이지…”

휴가 나온 박모 이병의 손은 굳은 살과 붉은기가 가시질 않았다. 그는 삽질을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고 한다. 장갑이나 기타 의복으로도 막지 못한 추위 속에서 동상이 걸렸다고 한다. 의복을 보급 받은 상태에서 저 정도이니 의복을 받지 못한 장병을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지난 12월부터 ‘깔깔이(야전 상의 안에 부착되는 내피)’ 보급이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 납품업체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물량이 제때 확보되지 못하면서, 보급 받지 못한 장병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군 당국은 보급 되지 못한 2만개 정도는 1월 말이나 돼야 보급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군대에서의 겨울은 춥다. 옷 하나 더 입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옷을 공급받지도 못한 채 장병들은 노동을 하러 눈 속으로 뛰어 든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곳에서 외롭게 보내는 장병들에게 군 당국은 의복조차 주지 않았다.

“젊은 나이에 국가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대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여성가족부는 작년 1월 이후 군대에 관한 언급은 자제하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또 병무청 홈페이지는 징병제의 장점으로 ‘적은 국방예산으로 병력 유지 가능’을 말한다. 우리 군인에 대한 혜택이 적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강한 군대’를 만들고자하는 국방부 역시 그와 마찬가지이다. ‘가고 싶은 군대, 보람찬 군대 육성’을 주장하는 국방부가 장병들의 현실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군인에 대한 혜택, 군인 폭력 및 질병, 군납품업체 비리 등 군대에 대한 다양한 소식들은 금방 들끓다가 사라진다. 비단 정부와 정부정책 기관에만 군인에 대한 보호 및 인권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아들이, 내 동생이, 내 남자친구가 있는 군대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편지에서, 인터넷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조금의 관심만 있다면 그들의 속사정을 이해하고 얘기하고 말할 수 있다. 한 번 이슈가 되고 나서 잠잠해지는 양은냄비근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 군인들에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