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켜놓은 전기장판과 이불속의 따스한 온기가 요즘 부쩍 포근하게 느껴진다. 어렵사리 이불을 헤치고 일어나 세수를 한다. 하지만 곧 다시 침대에 눈길이 가는 계절. 겨울이 왔다. 집에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온몸을 싸맨다. 거리에 나가본다. 커플들이 짝을 지어 종종 걸음으로 걷는 모습이 눈에 띤다. 옷을 아무리 두껍게 입었어도 커플들의 모습이 왠지 더 따뜻해 보인다. 솔로라면 한번쯤 나도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다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텐데 하고 생각할 것이다. 4월에도 기록적인 폭설이 오는 요즘, 솔로들의 마음을 찬 바람으로 후비는 이 겨울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추운 겨울에 마음 한 구석이 허하다면 따뜻한 겨울음식에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솔로의 자유를 만끽하며 겨울철 푸드로드를 걸어보자. 
 
아침

분명 따뜻한 물에 세수를 하고 온몸을 단단히 무장했지만, 겨울철 아침은 너무나 춥게 느껴진다.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목도리 쪽으로 푹 수그린다. 덩달아 뱃속의 허기짐은 몸을 자꾸만 움츠리게 한다. 따뜻한 국물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이럴 때 사골국 한 그릇을 사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골국 같은 옛 음식은 왠지 모르지만 허름한 집일수록 그 맛이 좋다. 허름한 가게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 인심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께 사골국 한 그릇을 주문해보자. 아주머니는 올 겨울은 와이리 춥노? 라고 하시며 뽀얀 사골국물에 고기 덩어리를 한주먹 담아 당신에게 줄 것이다. 사골국을 한 모금 들이킬 때 아주머니의 훈훈한 마음 씀씀이와 따스한 국물에 곧 몸과 마음이 풀릴 것이다. 사골국을 든든하게 먹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보자. 

점심

사골국의 따스함과 아주머니의 훈훈한 마음 씀씀이를 가지고 거리를 걸어보지만 12시가 넘어가자 곧 다시 출출함을 느낀다. 뱃속의 출출함은 거리의 커플들을 더욱 얄밉게 느껴지게 한다. 따뜻한 면발이 생각난다. 점심은 간단하게 국수요리로 해결해보자. 국수요리로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라면이다. 하지만 라면을 가게에서 사먹기는 왠지 아깝다. 이럴 때 담백한 우동 한 그릇을 먹어보자. 요즘은 전통 일식 우동이라든지 하는 가게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맛있는 우동은 어릴 적 아버지와 기차여행을 할 때 맛보았던 가락국수가 제 맛이다. 들어있는 거라곤 고작 다시마로 맛을 낸 국물과 두툼한 면발이 전부다. 하지만 우동은 갖은 재료가 들어간 것 보다는 이렇게 만들어서 행인들의 요기거리가 되어주는 가락국수가 제 맛이다. 혹시 근처에 역이 있다면 역 안에 있는 분식집을 찾아보자. 분명 옛날 명칭그대로 가락국수라고 쓰여 있다. 가격도 3000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가락국수 한 그릇을 비워보자. 혹시 우동 한 그릇이라는 책을 읽어본 기억이 있다면 기억을 되새겨 보며 가락국수를 음미해보자. 책 속의 얘기와 가락국수의 따스한 면발에 곧 훈훈함을 느낄 것이다. 다 먹었다면 주인아주머니께 “잘 먹었습니다.”라는 얘기를 빼놓지 말고 하고 나오자.


저녁

겨울의 저녁은 일찍 찾아온다. 저녁 6시가 될 쯤 어느덧 해는 저물어 있고 추위는 한층 더 기승을 부린다. 점심을 간단하게 요기 했더니 배는 금방 고파온다. 저녁만큼은 갖은 반찬에 따뜻한 찌개를 먹고 싶어질 것이다. 김치찌개, 청국장, 동태찌개 등등 여러 찌개가 생각나지만 한국인이라면 역시 된장찌개다. 전통식 메주로 만든 된장찌개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늘 얘기하지만 이런 된장찌개 가게 역시 조금 허름한 가게에서 파는 것이 최고다. 혹시 그 집 주인아주머니께서 하숙집도 같이 운영하신다면 그 가게를 찾은 당신은 행운아다. 가게에 들어가 된장찌개 백반을 주문해보자. 조그마하고 뚝배기 흉내만을 낸 그릇에 된장찌개를 담아 오는 그런 가게가 아닐 것이다. 투박하고 큰 그릇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와 밥그릇을 꽉 채운 오공밥은 보는 이로 하여금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덩달아 무심하게 담겨 나오는 반찬들의 맛은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혹시 좀 더 색다른 반찬과 같이 먹고 싶다면 고등어조림을 주문해보자. 고등어조림의 매콤함과 양념되어 나오는 물렁한 무 한 조각에 밥 한공기가 금방 비워질 것이다. 혹시 부족했다면 밥 한 공기를 더 달라고 해보자. 분명 그냥 주실 것이다. 훈훈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그냥 집에 가기 아쉽다면 귤을 몇 개 사가자.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전기장판을 키고 그 위에 앉아 귤을 굴리다가 한 개씩 까먹자. 겨울철 귤의 달콤함은 또 한번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혹시 귤을 다 먹었다면 귤껍질을 그냥 버리지 말자. 말려두었다가 귤껍질차로 마시자. 귤껍질차 한모금은 잠 들기 전 몸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한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훈훈한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자.

심야


시간은 새벽 1시가 되어가고 있다. 혹시 전화벨이 울린다면 일단 받아보자. 아마 당신의 절친들의 SOS일 확률이 지극히 높다. 분명 SOS의 내용은 “술 먹자.”일 것이다. 다음날이 공강 이거나 오후 수업이라면 함께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집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면 가서 우정을 쌓자. 현재 시각은 새벽 1시다. 간단하게 세수만하고 옷을 단단히 입고 나가자. 이미 모여있는 과나 동아리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술을 마시며 수다를 해보자. 겨울철에 마시는 술은 움츠러든 몸을 빨리 풀어주기에 아주 적절하다. 또한 친구들과 같이 기울이는 술은 마음을 훈훈하게 하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너무 과음하지 말고 가볍게 2차까지만 하고 노래방등에 가서 놀자. 그리고 오전 6시쯤 같이 해장국을 먹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합당하다. 

겨울은 아직 길다. 솔로들도 충분히 겨울을 훈훈하게 보낼 수 있다. 솔로는 자유롭다. 자유인이라는 표현은 솔로들에게 어울린다.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없다고 낙담하지 마라. 당신은 일일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고할 필요도 없고 자유롭게 이성인 친구들과 술도 마시며 어울릴 수 있다. 솔로는 자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