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깽판이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두 번이나 물을 먹인 대기업들 이야기다. 대기업측 대표는 17일 동반성장위 본회의에 전원 불참하며 훼방을 놨다. 지난달 13일 전체회의 불참에 이어 두 번째다. 2010년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의 핵심 사업인 ‘이익공유제’의 도입은 해를 넘기도록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협상 테이블에 나서달라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권유 혹은 부탁은 이제 처량하게 들릴 지경이다.
전경련을 위시한 대기업은 이익공유제에 대해 원천 봉쇄 의지를 표하고 있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영업이익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초과 이익분의 일부를 협력 중소기업에게 배분케 하는 제도다. 전경련은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충분히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대기업 측이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 본회의는 대기업 불참으로 무력화됐고, 소위원회 구성도 대기업 측이 대표자를 추천하지 않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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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태도는 비겁하다.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으면서 이익공유제 도입 불가라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나름대로 근거는 갖췄다. 대기업은 기여도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 중소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제도라는 것 등을 이익공유제 반대의 이유로 든다. 하지만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대기업의 행동은 의문을 낳는다. 기여도 산정 시스템이 개발된다 한들,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설계된다 한들 대기업의 입장이 달라질까 하는 의문이다. 대기업이 이익공유제 도입을 막으려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거라는 것이다.
아무리 넘친다 한들 자기 것 남 주긴 싫다.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못마땅할 대기업의 진짜 속내다. 이익공유제 도입이 현실화되면 대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득을 일정 부분 잃게 된다.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경제 주체인 대기업에게 최적의 선택은 자신의 몫을 온전히 지키는 일일 것이다. 국가와 사회, 중소기업이 ‘상황이 어려우니 도와주십사’ 하고 부탁하는 것이라면 대기업의 거절이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이익공유제는 어려운 쪽에 시혜를 베풀려는 정책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정책이고, 한국 경제의 시대적 과제다. 대기업, 재벌 위주 성장 정책으로 인해 빼앗겼던 중소기업의 이익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초과이익을 내는데 밑거름이 된 중소기업 자원에 대한 정당한 배분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거부로 이익공유제 도입을 지연시키는 대기업의 행태는 당연한 것이 아닌, 낯짝 두꺼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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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를 해외에서 제도화한 사례가 없다는 것. 이익공유제에 반대하는 대기업의 주요한 논리다. 물론 이익공유제가 제도화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이토록 심한 경제 구조도 다른 나라에는 없다. 이는 대기업 – 중소기업 간의 적극적인 이익 분배가 한국 경제에 필요하다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된다. 대기업이 ‘경제 구조 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것도 내놓을 책임도 여기에서 나온다.
정운찬 위원장은 다음달 2일 열리는 동반성장위 회의에서는 대기업 대표가 참석하지 않더라도 표결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에게 주어진 ‘스스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기업은 깽판 놓기를 그만두고 조속히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