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그 상황에 놓여있지 않는다면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이상 수강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제는 방학이 없다는 것, 어디서도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즉, 더 이상 내가 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하는 기분 말이다. 사실 아직도 모든 순간들이 엊그제 같다. 대학 입학식부터 첫 오티, 엠티, 캠퍼스 안에서 울고 웃던 꿈같은 시간들. 하지만 현실은 4학년 혹은 취준생(취업준비생), 예비 졸업생일 뿐이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자신의 대학 생활을 돌이켜 생각해보자. 즐거움과 아쉬움, 뿌듯함과 후회와 같은 감정들이 묘하게 뒤엉켜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 학교를 다닐 날이 더 남은 학생들은 두렵기만 하다. 4학년과 취업준비생은 마치 남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멀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졸업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래서 물어봤다. 대학생활을 ‘마무리’ 짓고 있을 그들의 솔직한 ‘요즘 심정’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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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등대 하나 없는 칠흑 같은 밤바다에 빠져있는 기분이에요.” 이승기(26.건국대).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지만 중간 중간 새어나오는 그의 한숨은 그가 말하는 칠흑 같은 밤바다를 연상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긴 꿈을 꾼 것 같아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다 지방에 있는 집에 내려왔는데, 다른 세상에 있다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어요. 기분이 참 묘하네요.”




이승기씨의 반응은 그다지 놀랄만한 반응은 아닌 것 같다. 이와 비슷한 심정으로 졸업을 맞이하고 있는 학생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벌써 학생일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 걸 어떡하죠?” 강병규(27.명지대). 그는 05학번으로 학교에서 이미 고 학번 중의 고 학번에 꼽힌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늦은 졸업일수도 있지만 그는 아직도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바로 졸업을 하던, 저처럼 조금 늦게 졸업을 하던 대학생에게 졸업은 언제나 아쉽고 두려운 존재인 것 같아요.”




<4년간의 대학생활, 무엇이 후회 되냐고요?>




‘대학생활, 정말 후회 없는 시간들이었어요!’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후회’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 졸업을 한 달 앞둔 그들이 4년간의 대학생활 중 가장 후회되는 것은 무엇일까.




“진부하지만 가장 후회되는 건 공부에요.” 후회 없는 대학생활을 보낸 것 같으냐는 질문에 권정아(24.건국대)씨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권정아씨는 휴학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일명 ‘스트레이트 졸업’을 하는 상황이다. 그녀는 현재 한양대학교 계약직 교직원으로 취업을 한 상태다. 방송국 PD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현실의 문이 너무 좁아 계약직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고, 필요한 공부를 할 계획이다.

“일단은 취업을 한 상태지만 제가 원하는 방송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기본적으로 토익이나 토플 성적도 더 올려야하고, 한국어능력시험도 공부해야하고, 편집 기술도 더 공부해야 되요. 이러한 것들을 1학년 때부터 미리 해놓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바로 방송국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요.”



반면 대학생활 동안 오로지 ‘공부’만 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오해하시면 안돼요.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단 소리가 아니라, 그저 주어진 공부만 열심히 하고 공부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는 거예요.” 박철훈(26.단국대)씨는 행정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공무원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평범하고 무난했던 대학생활이 제겐 가장 큰 후회로 남아요. 그저 남들 다 하는 학점, 토익, 자격증 공부만 할 줄 알았지 자아실현을 위한 동아리 활동이나 인맥을 넓힐 수 있는 대외활동도 한번 해보지 않았어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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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는 졸업하면 바로 취업이 되는 줄 알았어요. >





졸업에 대한 반응은 크게 ‘시원섭섭하다.’ 혹은 ‘너무 막막하다’의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는 보통 졸업 전에 취업이 된 상태에 해당하며 아쉬운 듯 보이지만 그래도 얼굴에는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서려있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는 아직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로 졸업을 축하드린다는 인사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많은 취업과 관련된 통계자료가 말해주듯 안타깝게도 현실은 전자의 경우보다 후자의 경우가 일반적이다.



숙명여대 컴퓨터과학과에 재학 중인 박아영(가명.26)씨는 현재 휴학생이다. 이는 벌써 3번째 휴학이라고 한다. 3년 중 1년은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보내고 2년은 개인적인 학과 공부와 취업을 위한 자격증 및 토익공부를 했다.
“도피성 휴학 아니냐고요? 솔직히 맞아요. 학교생활을 하면서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기가 버거웠어요. 그렇다고 바로 졸업을 하기에는 제가 갖추어 놓은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요즘 ‘칼 졸업’을 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휴학 외에도 학교를 다니지 않고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고 한다. 바로 ‘졸업 연기 신청’ 이다. 이는 졸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은 다 갖추어 놓았으나 일부러 학점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다음 학기로 졸업을 미루는 것이다. 졸업 연기 신청은 1월 중에 있는데, 이때 기업에서 진행 중인 채용 과정이 있을 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다.




“졸업 연기 신청은 저처럼 졸업 전에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이 하고 있어요. 기업에서는 졸업을 하지 않은 학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졸업을 미루는 거죠. 1학년 때는 졸업을 하면 바로 취업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취업 때문에 졸업을 하지 못하다니, 참 씁쓸하네요.” 김인태(26.계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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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아니라도 나는 여전히 청춘이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고, 대학생활에 후회되는 것은 도통 한 두 가지가 아니며, 취업의 문은 여전히 좁기만 하다. 그들은 인터뷰 도중 종종 우울하거나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을 하자 모두 눈을 번쩍이며 ‘절대로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가 늦어 봤자 20대 아니겠어요? 학생이 아니라고 해서 내 젊음이 지나간 건 아니잖아요.”심민아(총신대.24). 현재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는 마지막 방학을 보내면서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고 한다. “뻔 한 위로 같지만 저는 겨우 제 삶의 반의반을 살고 있는 셈이에요.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어요. 현재가 조금 고달플 뿐 저는 여전히 청춘인걸요.”




또한 그들은 4학년이 되기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상투적이지만 많은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전에 ‘남들이 다 하는 것, 그래서 해야만 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죠. 진실 된 마음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채다정(25.이화여대)







참 아이러니하다. 졸업을 한 달 앞둔 그들에게 왠지 모를 풋풋함과 진한 청춘의 향이 느껴진다. 명언이 하나 생각난다. 바로 조지 버나드 쇼의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이다. 우리는 젊음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학년과 상관없이 우리는 여전히 젊다. 숫자로 환원되어 평가되는 것에 절망하고 기죽는 것은 어쩌면 젊음에 등을 돌리는 자세 일 지도 모르겠다. 함부로 우울해하거나 낙담하지 말자. 우리는 젊으니 여전히 ‘없는 게 메리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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