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의원들의 ‘결단’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김영춘 전 민주당 최고의원의 부산 출마 선언과 김부겸 전 최고의원의 대구 출마 선언에 이어, 17일에는 정동영 민주통함당 상임고문이 지역구인 전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호남에서 각각 내리 4선, 3선을 한 정세균 전 최고의원과 유선호 의원도 호남 불출마를 선언했다. 천정배 전 최고의원 역시 “서울 서초구에 출마하거나 한나라당에서 가장 센 사람과 붙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긍정적인 일이다. 특히 기득권을 버리고 선택한 곳이 한나라당세가 강한 영남이나 서울 강남이라는 것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이상에도 부합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움직임이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각에 따라 뒤틀어 볼 수도 있다. 지역구 주민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시각이나 자발적 불출마가 아니라 ‘호남 물갈이론’이라는 대세에 떠밀린 것이라는 분석들이 그것이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보여주고 있는 시각이다.

출처 : 미디어오늘
 



<중앙일보>의 말 바꾸기 



민주당엔 인수합병(M&A)은 있지만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한나라당에선 현역의원 8명이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의 퇴진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으로 연결될 걸로 보인다. 반면에 민주당엔 기득권을 포기하려는 의원이 많지 않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두 명뿐이다. 세 번을 이긴 곳인 군포를 버리고 대구로 가겠다고 한 김부겸 의원이 “대통령을 하려는 이들은 서울 강남 등 한나라당 강세 지역으로 가라”고 했지만 호응하는 대권 주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1월 12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민주당, M&A는 성공했지만 …’이라는 제목의 글 일부다. 민주당이 인수합병은 성공했지만 혁신은 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글 내용만 뜯어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에서 소장파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사실이고, 통합을 이뤄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에서 불출마 선언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불출마 의원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혁신을 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니지만, 평소 중앙일보의 논조를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12일 이후, 상황은 변했다. 민주통합당의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정동영 상임고문이 강남 출마를 선언하고,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천정배 전 최고의원 역시 “가장 센 사람과 붙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앞서 인용한 부분에서 볼 수 있듯, 대권 주자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앙일보 논설이 비판하고자 한 핵심이었다. 두 의원의 기득권 포기로 중앙일보의 비판 논리가 깨진 것이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두 의원의 기득권 포기에 대한 중앙일보의 보도는 어땠을까. 상식적으로,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는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 맞다.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했으니, 기득권을 포기했을 때 그것을 높게 평가해야 옳다는 소리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논조는 극적으로 변한다. 논설 어디에도 기득권 포기에 대한 칭찬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18일자 중앙일보는 정 최고의원의 강남 출마 소식을 전하며 ‘강남을은 대치동이라는 부촌 이미지와 함께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섞여 있어 정 고문이 승부수를 던져볼 만한 지역이라는 것’ ‘당내에선 쉬운 지역구에 안주하려는 모습을 보인 정 고문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셌다.’는 등의 문구로 마치 정 전 최고의원이 기득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떠밀리듯 호남을 포기한 것처럼 묘사했다.

20일자 기사는 더 노골적이다. 제목부터 <지역구 갈아타는 민주당 호남 의원들 … 물갈이 쓰나미 전에 수도권으로 피난?>이란다. 기사의 부제는 <일각선 지역구민과 약속 위반 지적> 이다. 지역구를 포기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결단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편집이다.


   

물론 신문사마다 고유의 논조가 있는 법이다. 또,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다르니 같은 일을 가지고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일을 두고 한 신문사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두고 보여준 중앙일보의 보도 행태가 딱 그 꼴이다. 선거를 위해, 어떻게든 반대 입장의 정당을 폄하해야 했던 한 언론사가 벌인 촌극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