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가 모였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이었다. 자정이 지나도록 그들의 술자리는 끝날 줄을 몰랐다. 늦은 시간을 상기할 때마다 그들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명절이라서 더더욱 그렇단다. 여느 때보다도 더 흥성거리던 술집은 얼마나 많은 20대들이 명절이 가족과 함께 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실제로 명절이 20대들에게 ‘기분 좋은 날’보다 ‘부담스러운 날’로 받아들여진지는 꽤 오래된 일이다. <고함20>이 명절마다 매번 작성하고 있는 ’20대와 명절’에 대한 기사는 언제나 부정적인 방향이었고 많은 20대들은 이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올해는 귀성 문제로 부모와 다투다 자살을 택한 20대 여성에 대한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20대와 명절의 거리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전통은 때때로 인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의 20대에게는 명절이 그렇다. 차례의 절차가 맞았는지 틀렸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어른들, 가사노동만을 맡아 하고 차례는 함께 지내지 않는 엄마, 매년 오가는 불편하고 맘 상하는 얘기들. 항상 20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문제들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던 거니까, 원래 전통이 그런 거니까 조용히 입을 다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 속 불만도 함께 조용해지는 건 아니다. 어른들도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충이 있다는데, 그럼에도 왜 매번 고속도로에서, 기차 안에서 온갖 난리를 벌이면서 그 고생을 사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박한 사회 분위기는 20대를 전통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기도 했다. 머리가 조금 자라고 보니 IMF를 겪은 사회는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또 경쟁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사회가 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명절에 만나는 어른들은 ‘뭘 좋아하는지’ 대신 ‘공부를 잘하는지’를 물었고, 그 어른들은 아직도 좋은 대학을 다니는지, 취업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와 같은 받고 싶지 않은 질문들을 던진다. 자주 만나고 소식을 전하지 않다보니 또래 친척들은 어색하게 느껴지고, 나를 비교되게 하는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판국이니, 애당초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명절이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더욱 더 취업 준비에 매진하거나, 아니면 아예 전통이랑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듯 여행을 떠나버린다.

출처: SK텔레콤 대학생자원봉사단 SUNNY 블로그

설날 연휴는 다 지나갔고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여전히 20대들은 불편함을 느꼈고, 아마도 올 가을 추석 때도 같은 불평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다음번에는 고향을 찾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명절이 주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명절이 싫어져 올 때 20대는 스스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말이다. 전통의 권위에 대해서, 어른들과의 소통에 대해서 미리 지레짐작해서 그냥 잠자코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아무리 틀렸다고 생각하는 문화도 덮어두는 게 낫다고 여기며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했던 것은 아닌가. 각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물론 수많은 눈치를 이겨내고 전통으로 내려오는 것을 바꾸어 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대가 포기해버린 명절 문화에는 더 나은 미래가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대와 더 멀어진 명절에서 더 슬퍼지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 20대 자신이다. 여성을 차별하는 명절 문화가 싫다면 은근슬쩍 또래 남자들을 가사 일에 투입시켜보자. 스펙을 묻는 어른들의 질문에 취업을 어렵게 만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답해 보자. 또 필요하다면 명절 문화를 바꾸기 위한 글을 쓰거나 또 유사한 사회 운동에도 참여해보자. 20대가 변하는 만큼, 변화시키고자 하는 만큼, 딱 그만큼 명절이 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