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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이슈] 삼성‧LG의 철수 결정, 걸음마에 불과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씨가 경영을 맡은 호텔신라가 커피‧제과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호텔신라는 2004년부터 자회사인 보나비를 통해 커피‧베이커리 카페인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LG그룹 계열인 아워홈도 이날 순대, 청국장 소매사업에서 발을 떼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재벌가 자녀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이용해 소상공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고 비판 받아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경주 최 부자의 예를 드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은 한 발 더 앞장서는 모양새다. 26일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분식사업과 제빵업, 세탁업 등 영세 소상공인들이 주로 활동하는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 대통령이 실태조사를 지시한 후에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정부를 칭찬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은 논평을 통해 삼성‧LG의 결정을 환영했다. 여론도 두 대기업의 결정을 ‘잘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텔신라의 자회사인 보나비에서 운영하는 카페 아티제. ⓒ 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문제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영역에 침범하며 사업을 늘리는 이유는 단순히 이익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본력만 있으면 되는 손쉬운 사업은 상속세 없이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편법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광고‧물류‧시스템 분야 등에서 계열사 간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대기업집단 계열사 20곳의 2010년 매출액 중 71%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대기업 내부의 거래를 통해 재벌가 자녀가 맡고 있는 회사를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우는 것이다.
ⓒ 동아일보
진정한 상생경영의 추구와 편법의 방지를 위해선 대기업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지정한 네거티브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 정부에서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는 방법도 있다. 대기업에서 출자 할 수 있는 자본의 총액을 제한함으로써 현재 진출해 있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일이다. 동반성장을 추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동시에 경쟁을 통해 선별된 광고‧물류 서비스 등을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LG가 고민 끝에 내렸을 결단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는 첫 걸음마를 뗀 것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빵집을 세우는 건 우리나라가 부딪친 문제들의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다. 두 대기업의 철수는 그 일각의 일각을 해결한 것에 그친다. 지금이라도 고민하지 않으면 빙산은 더 커질 것이다. 주체할 수 없이 커져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전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출총제의 부활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정치권과 대기업에 더 많은 걸 기대하는 이유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Avatar

    2012년 1월 27일 00:05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니까 대기업이 엄~청, 진짜 엄~청 생색내더라고요. 당연히 철수를 해야하는 것인데(애초에 진입을 안했어야 하는것이 더 맞는 말이겠지만) 철수한다고 하면서 마치 눈물을 머금고 나의 님을 보내는것 같은 뉘앙스가 풍기는 이유는 뭘까요…?!?!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뉴스에서 진짜, 거짓말 안하고 10번은 본 것 같습니다. 언플도 이런 언플이 없는듯… 회사 관계자가 하는 말까지 외울 정도로 많이 본것 같아요. ‘상생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커피와 제과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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