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은 성형의 메카다. 그리고 그 관문인 3호선 압구정역은 성형 광고의 총집합소다. 전동차 안에서는 압구정역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O번 출구로 가시면 OOO성형외과’가 있다는 음성광고가 함께 나온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출구 밖으로 나갈 때까지 끝없는 성형외과 광고들을 마주하게 된다. 2011년 5월 한국여성민우회의 조사 결과, 3호선 압구정역과 신사역 단 두 개의 역에만 무려 153개의 성형광고가 발견됐다.
성형외과 밀집지역인 만큼 성형광고의 범람은 사실 이상할 것이 없다. 대학생 안지영(가명,22) 씨는 “성형에 관심 있는 여성들이 몰리는 압구정인 만큼, 성형광고가 많으면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모임 등으로 압구정을 자주 방문한다는 최대원(29) 씨도 “워낙 성형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까 그만큼 성형광고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적확한 지적이다. 한 해 성형 시장 규모가 5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성형광고가 범람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중교통 광고, 옥외 광고는 물론 온라인 플래시 광고, 바이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성형광고는 일상 속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다. 성형광고의 범람에 사람들이 무감각하다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대한민국 땅에서 성형은 이제 매우 일상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성형에 대한 관심만큼 성형광고가 증가하고, 이것이 다시 성형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성형 시술을 통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M 병원은 2010년 온라인 광고비로만 약 20억 7천만 원을 집행했다. 온라인 병원 광고 시장 규모의 1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어려워지는 광고 환경에서 각종 매체는 성형외과라는 떠오르는 광고주를 반기고, 성형외과 광고주들은 이에 화답한다.

압구정역 탑승게이트 바로 앞의 성형광고

중학생도 혹하게 만드는 과장 광고
 
압구정역 내부의 성형광고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성형광고가 꽤 ‘먹히는’ 광고임을 알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내 성형광고에 적힌 성형외과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기도 했다. 성형광고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 중에는 눈에 띄게 어린 학생들도 많다.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이우림(17) 양은 “성형광고를 많이 보긴 했는데 별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도 광고를 보면 성형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성형광고는 성형에 대한 욕망을 사람들에게 불어넣는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광고주의 이윤을 위해 ‘양심 팔아버린’ 광고들이 등장한다면 이것은 커다란 문제가 된다. 지난 해 8월, 부산 북부경찰서는 부산 지역 성형외과 홈페이지를 조사해 허위·과장 광고를 한 병원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105곳의 조사대상 병원 중 54개 병원이 적발됐다. 부작용 정보를 빠뜨리거나, ‘무통증’과 같은 허위 사실을 게재하거나, 보건복지부의 검증을 받지 않은 시술을 광고하는 등 성형광고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적발 사례까지 가지 않아도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매일 접하는 성형광고들에 허위 광고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성형광고의 스테레오타입인 ‘비포 앤 애프터’ 광고는 성형시술을 받은 고객의 외모가 믿기 힘들 정도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비포 앤 애프터’ 광고는 과장 정도가 심각하다. 성형 전 사진은 맨얼굴에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린 채로 촬영하고, 성형 후 사진은 헤어, 화장, 의상까지를 완벽하게 갖추고 촬영한다. 부작용이 없다는 내용이나 일단 병원만 찾아오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광고 내용, ‘성형 No.1’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도 비윤리적인 상술이다.

압구정역 내부의 Before&After 성형광고

압구정역에서 만난 중학생 남궁재영(16) 양은 “자신의 외모를 자기가 결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성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과장된 광고가 성형을 과도하게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중고생 방학 성형 할인’ 광고를 보고 수술을 받는 친구들이 있냐고 묻자 “한 반에 한두 명씩은 있다”고 답했다. 아직 성장이 끝나지도 않은 어린 학생들까지 성형을 결심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아니면 광고가 주입한 잘못된 욕망일까.
 
성형 광고 더욱 많아질 전망
 
의료업은 사람을 대상으로 다룬다. 따라서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다른 경우에 비해 심각하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광고는 의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업계의 광고에 비해 엄격한 제한을 받아 왔다. TV, 라디오 매체를 통한 광고가 금지되어 있으며, 일간신문 광고도 월 2회를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또한 엄격한 사전심의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광고를 통해 유통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에 대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발로 2005년부터 의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작년 12월 종편(종합편성채널) 개국과 맞물려 의료기관 광고와 전문의약품 광고를 방송 매체를 통해 내보낼 수 있게 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좁은 시장에 무리하게 진입시킨 4개의 종편을 살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002년 2조 7천억 원에 달했던 TV 광고시장은 2009년 1조 8천억 원 규모에 그친데 이어 2010년 2조 1천억 원대를 기록하는 등 작아지고 있는 추세다.
 
관련 법 도입을 통해 의료광고가 증가하면,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성형광고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시장 중 파이가 커지는 추세에 있는 뉴미디어 광고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성형광고가 다시 한 번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광고의 크기만큼, 사람들이 갖는 욕망의 크기도 증가할 것이다. 광고 시장 논리에 따르면 ‘선순환’이다. 하지만 사회가 더욱 성형에 집착하게 될 징조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상황을 ‘악순환’이라고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