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법원이 국.공립대 기성회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 부산대 등 8개 국립대 재학생 4219명이 지난 2010년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기성회비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성회비가 수업료, 입학금 등이 포함되는 등록금과는 그 성격이 달라 의무 납부는 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1963년 학교 시설 확충 등을 위해 만들어진 기성회비 제도는 실제로는 그 관리와 사용을 대학 자율로 맡겨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금 인상 또는 직원 급여 인상에 악용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학생들에 의해 소송이 제기됐다.

27일 판결이 있은 후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악용된 기성회비에 대해 반환청구소송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대련은 “국공립대는 지난 10년간 거둔 기성회비를 반환해야 한다”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함께 요구했다. 그러나 국공립대가 기성회비 전액을 반환하기는 힘들다. 피고인 대학 기성회가 대부분 없어졌고 기성회비를 받아 바로바로 써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회비 존폐 여부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확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요 일간지 대부분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학의 자성을 요구하면서 ‘쌈짓돈’으로 여겨져왔던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대학 재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30일 <동아일보>에 실린 ‘국립대학 편법 기성회비, 수업료에 통합하라’는 제목의 사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나라살림이 어려울 때 만들어진 기성회비가 학교 운영 경비 등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며 기성회비를 수업료와 통합해 걷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는 ‘기성회비를 걷지 않고 수업료도 그대로 두면 재원 부족으로 국공립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결을 보도하면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동아>의 논리를 납득할 수 없다. 그간 기성회비는 총장 후보들의 단골 선심성 공약인 ‘교수 급여 인상’의 시행 도구로 번번이 악용돼왔다. 교수들의 접대비로 쓰이기까지 했다. 이런데도 기성회비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됐다는 말인가? 이미 대학에서 일어났다고는 믿기 힘든 기성회비 악용 사례들이 공공연해진 상황에서 ‘기성회비 없이 대학운영 안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기성회비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한 공개 없이 학교를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알고도 국.공립대를 믿을 수는 없다. 대학이 ‘등록금’이라고 이름만 바뀐 기성회비를 또 한번 악용할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각종 명목을 대가며 부풀려왔던 등록금 거품을 없애야 한다. 국공립대학은 교직원들이 낭비할 돈을 ‘학교 발전’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받아낼 자격이 없다. 감사원은 기성회비의 오남용을 고려했을 때 등록금을 평균 12%까지 인하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공립대학이 국민들과 학생들로부터 신뢰도를 회복하는 길은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순수한 수업료만을 등록금에 포함시켜 대폭 인하하는 것이다. 동시에 국공립대학 운영을 위한 정부 투자를 늘리고 정부 감시 역시 제도적으로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