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메이커: 트러블이 아닙니다. 20대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쉽게 떠나기는 힘든 여행. 소풍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부터, 큰 맘 먹고 준비해 떠나야 하는 여행까지, <고함20>의 방학 특집 연재 ‘트래블 메이커’가 만들어 드립니다. 다양한 20대의 여행,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Travel maker.

오래전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긍정적인 대답은 내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이유는, 음식에는 감정이 따라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먹는 사소한 재미부터, 큰맘 먹고 고급레스토랑에 발을 들이는 설렘까지. 하루에 3번 우리가 만나게 되는 수백, 수천가지의 음식들은 오만가지 감정들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일명 ‘식도락여행’을 계획하게 됐고 먼저, 한국 각 지역의 음식들을 먹고자 하는 여행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 학교에서 일본 동경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때 든 생각이 잠시 한국 식도락 여행을 미루고 일본 식도락 여행을 가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식도락 여행의 목적은 변하지 않기에 여행지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변경을 했다. 사실, 일본의 음식 즉, 일식은 중식과 더불어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중 하나이다. 심지어 시내에 나가면 한식전문점보다 일식전문점이 많은 경우도 더러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의 일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음식이기에 기왕이면 일본 본토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원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체인점이 아닌 본점으로 가야 하지 않는가.

식도락 여행 계획 짜기.

일본 식도락 여행을 짜는데 가장 큰 정보를 준 매체는, 인터넷이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특히 블로그 덕분에 블로거 개개인의 잘 정리된 정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동경의 수많은 유명 맛집부터 자신들이 소개하는 잘 알려지지 않을 맛집까지. 많은 음식점들이 소개 되어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식도락 여행 계획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참고했고, 이동경로에 맞춰 맛집들을 지하철 노선도에 따로 메모하였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메모하면 좋은 것은 영업시간이다. 간혹 점심시간, 저녁시간외에는 ‘준비 중’ 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영업을 하지 않는 집들이 있다. 미리 영업시간을 찾아 알아둔다면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식도락 여행 준비. 지하철 노선도에 메모하면 더 좋다.

 

본격적인 식도락 여행.

동경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쌀쌀한 가을 날씨 (당시 11월)에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음식은 일본의 라멘. 뜨끈한 국물에 푸짐한 고명을 생각하면 절로 입안에 침이 고였다. 라멘은 라면과는 다르다. 일본 라멘은 한 그릇의 요리다. 우리나라로 치면 ‘갈비탕’ 정도의 음식이다.

진한 고기육수에 쫄깃한 면, 그리고 깔끔하게 담겨진 고명들. 이것이 일반적인 라멘의 모습이지만 실제 일본 라멘집의 메뉴판을 보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라멘이 있다. 까다로운 입맛의 손님들이 와도 그들의 기호에 맞추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손님들의 기호는 잘 못 맞추는 경우도 있다. 얼큰하고 개운한 국물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진한 고기육수의 느끼함은 ‘라멘 한 그릇’을 비우기에 버거운가 보다.

동경의 이케부쿠로(池袋)로 갔다. 미리 블로그를 통해 알아놓은 라멘집이 있었다. 역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라멘집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전성시(門前成市). 이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집이었다. 약 30분정도 기다린 끝에 입성할 수 있었으니, 들어서자 진한 미소(味噌)냄새가 풍겨왔다. 자리에 앉자 미리 주문해 놓은 라멘이 나왔다. 지인의 “라멘을 고를 땐 맘에 드는 고명을 보고 골라라”라는 조언을 따라 푸짐한 고명이 눈에 띄는 라멘을 주문했었다. 고명 밑에 파묻힌 면을 들어올렸다. 고기기름에 반들거리는 면은 한국의 라면처럼 꼬불거리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국수 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맛은 푸짐한 고명만큼이나 일품. 면에 깊은 육수 맛이 배여 있었다.

이케부쿠로의 낮은 서울만큼 북적이지는 않았다. 한가한 평일의 낮은 관광객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잡화점을 돌아다니며 쇼핑과 함께 이곳저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지하철도 한산했다. 출퇴근의 러시아워는 일본의 자하철도 마찬가지. 낯선 이국인들에 파묻혀 행선지로 이동하기란 심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평일 낮은 관광하는데 최고의 골드타임이 아닌가 싶다.

이케부쿠로에 이어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시부야(渋谷), 회전초밥을 먹기 위해 간 곳이다. 도쿄의 중심부에 위치한 시부야는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정도에 해당하는 곳으로 유명한 백화점들부터 다양한 관광명소가 있어 도쿄 필수여행코스중 하나이다. 이번에 방문하게 된 회전초밥집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초밥집인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회전초밥집이었다. 초밥 또는 스시라 불리는 이 음식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일정한 양의 밥 위에 신선한 해산물을 올린 대표적인 일본음식으로 세계인이 사랑을 받는 음식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인에게도 역시 초밥은 친숙한 음식이다.

초밥은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회전초밥 이라는 대중화된 초밥 집을 통해 일반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한다. 이 회전초밥집은 빠른 회전을 바탕으로 즉석에서 만들어진 신선한 초밥을 자신의 입맛에 따라 하나씩 먹을 수 있다는 점과 가격 또한 비싼 편이 아니라는 경제적인 면이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찾아간 회전초밥집의 분위기는 한국의 회전초밥집과 그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나 맛은 확실히 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도 그 질과 맛은 우수했다. 한국의 회전초밥집이 열등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일본의 회전초밥집은 관광의 설렘의 덕분인지 몰라도 정말 맛있었다. 그곳에서 먹었던 초밥의 맛이 어떤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맛있었다.’라는 단어만은 기억나니 이정도면 말다했다. 항상 비싼 색깔의 접시위에 있던 장어초밥부터 새빨간 빛을 뿜어대는 마구로 초밥, 즉 참치초밥까지. 수십 가지에 달하는 초밥들을 모두 먹어보지 못한 일은 오랫동안 후회로 남을 것 같다.

식도락 여행을 마친 후.

수일간 동경에서 먹고자 계획했던 음식들은 모두 먹어볼 수 있었다. 시부야, 신주쿠, 오다이바, 요코하마 등등. 그리고 라멘, 초밥, 덮밥, 회 등등. 짧은 일정이었지만 동경의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식도락 여행을 진정으로 즐겼다. 점원과 말이 통하지 않기도 하고, 온통 일본어로 된 메뉴판에 고민을 하기도 하고, 지하철을 잘못 타 엉뚱한 역에 내리기도 했지만 그 순간만큼 나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여행하는 ‘미식가’였다. 첫 식도락 여행지가 한국이 아닌 점이 아쉽기는 했으나 일본이라는 ‘친근하면서 이색적인’ 나라에서 여행한 일은 좋은 선택이었다.

지금 평범한 여행에 질린 당신에게 이런 ‘식도락 여행’은 어떤지 추천해본다. 그곳이 서울이든, 부산이든, 동경이든, 베이징이든. 당신이 찾고자 하는 맛이 있다면 그곳이 식도락 여행의 행선지가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