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지하철 입구를 나서는데 누군가 상반신을 숙이며 인사를 한다. 낯이 있는데 알고 보니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다. “MB심판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지역 주민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그 분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파란 깃발이 펄럭이는 이 곳, 부산에서 야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니 어쩌면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부산, 영남에도 변화가 생길 거라는 목소리가 언론과 시민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부산 공동 출마 발표와 이에 맞선 한나라당의 물갈이, 전략공천 예고에 전국적인 관심이 몰리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는 누가 축배를 들고, 어느 쪽이 고배를 마실 것인가.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자들과 락파티 현장 사진출처=경향신문

지난 재보궐 선거, 지방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부각되자 정치인들은 20, 30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야권에서는 젊은이들의 성향이 대부분 진보적이라며 반MB, 반한나라당 정서를 부추기고, 여권은 낡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쇄신에 몰두했다. 그리고 양당 모두 젊은이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며 20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7살 이준석을 비대위원으로 앉혀 그의 발언과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청년비례대표를 슈퍼스타K처럼 오디션 방식으로 뽑기로 해 지원마감일까지 389명이 모였다. 그리고 모든 정당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거나, 청년실업을 해결하며, 군인 월급을 올리겠다는 등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제야 청년 유권자들의 표를 인식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보이는

사진출처=서울경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은 마뜩잖다. 당장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 정치인들이 내놓는 구호와 행보는 진정성을 의심받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믿을만한 추진력은 부재한 점이 문제다. 작년부터 반값등록금 요구와 운동이 뜨거웠지만, 사실상 올해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 인하율은 4.5%에 그쳐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던 정부가 또 다시 인턴자리만 제시하는 것을 보면 실망만 크다. 젊은 인사 영입도 과연 그 인물이 보편적 20, 30대들을 대표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실제로 그들이 당내에서 어느 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하다.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한나라당의 쇄신 노력은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고, 야당이 5년째 들고 나온 반MB 구호는 식상함마저 느껴진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구호에 젊은이들의 표심은 표류하고 있다.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이은지(27·여)씨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약속은 더 이상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같이 제시하고 보여줄 것을 바랐다. 취업준비생인 정모(27·여)씨도 “선거는 다가오니까 일단 뭐든 뱉고 보자는 식의 정책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여야 모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편, 지방 국립대학교에 재학중인 한모(24·남)씨는 “어쨌든 20대가 투표를 하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에 이제서라도 정치권에서 20대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진출처=한국일보
사진출처=한국일보

20대들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워낙 현실이 불안하고 불만스러웠기 때문에 변화와 참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시위 현장을 경험하고, 유권자의 권리를 진심으로 즐기게 된 20대들은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20대는 정치계가 어렵거나 뻔한 것이 아니라 당장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인식하며, 변화와 희망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보여주기식 소통과 이름뿐인 쇄신에 그친다면 20대들의 표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