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국에 번역돼 호평을 받은, 피에르 부르디외의 제자 로익 바캉의 저서

정부가 청소년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 이유
“보이지 않는 손이 철 장갑을 끼고 나타나다”

경찰을 비롯한 교육당국이 내놓은 학교 폭력 대책을 보면 무슨 거대 폭력조직을 소탕하는 것 마냥 호들갑이다. 경찰이 학교에 ‘일진’명단을 내놓으라는 요구까지 했다. 현실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는 것만 같은 이유다. 폭력을 휘두른 청소년들을 구제할 수 없는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처벌을 내리면 정말 학교 폭력이 해결된다고 여기는 걸까. 다수의 교육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외신까지도 경쟁이 과도하게 벌어지는 줄 세우기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당국은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말이다. 용산 철거민들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반값등록금, 반FTA 시위에 물대포를 퍼붓는 행위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징벌의 몽둥이를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건 어제 오늘만의 모습도,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그 시작은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는 세력들이 권력을 잡은 1980년대 미국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레이건 정부부터다. 국가의 개입을 부정하는 신자유주의 정부가 들어섰지만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곳은 어디까지나 시장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범죄율이 정체했거나 감소했던 기간에, 역설적으로 형무소 수용자는 4배가 늘었다. 범죄 엄벌주의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국민들에게 마음껏 몽둥이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대상은 ‘청소년’ 범죄와 ‘도시폭력’이 들끓고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문제동네’였다.

사실 청소년과 이민자들만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 개념들이 신자유주의가 팽창하던 시기에 미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그들이 왜 청소년과 이민자, 문제동네의 주민들을 철창으로 몰아넣었던 건 왜일까. 저자는 범죄 엄벌주의 정책에 무언가가 은폐돼있다는데 주목한다. 복지국가의 폐기로 인해 국가의 의무가 줄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영국의 국가자문기관들은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실질적 자유주의를 위해 케인스주의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경제적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그 결과물이었다. 이로 인해 우리가 보고 있는 사회양극화와 계급‧계층 구조의 불안정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국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범죄 엄벌주의 정책이 사회보장과 복지정책을 축소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어린 조카들을 먹이기 위해 빵 몇 조각을 훔쳤다가 징역을 선고받는다. 시쳇말이었던 복지국가가 사장되면서 장발장이 늘어났다. 국가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신자유주의 아래에선 여러 명의 장발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가는 빈민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구조적인 상황에서 생기는 문제들의 책임을 회피했다. 대신에 개인, 특히 빈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국가의 책임회피는 1990년 대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톨레랑스(관용) 제로 정책에서 절정에 달했다. 사소한 경범죄에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뉴욕의 정책은 다른 도시와 서유럽, 남미로 전파되기까지 했다.  가난은 가난 한 자의 잘못이며 범죄는 본질이 나쁜 범죄자의 탓이라는 인식이 전 세계로 퍼진 것이다.

'무자비' 로익바캉은 국가가 물대포를 쏘는 이유를 묻는다. ⓒ 경향신문

 
<가난을 엄벌하다>는 근본적인 교육체제의 문제를 국가가 언급하지 않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15년 남짓밖에 살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구제불가라는 낙인을 씌우려는 이유는 뭘까. 구성원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교육체제를 만들고 유지해온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건 아닐까. 학생과 교사, 웹툰과 게임에 책임을 전가하고 사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저자는 옮긴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맺음 짓는다. “신자유주의 정부란 국민의 사회적‧경제적 보호에 대한 무관심‧무능력을 내건 정부인데, 그렇다면 ‘나 하는 것 전혀 없음’을 내건 정치인들을 우리가 뽑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