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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RT는 다른 이의 글을 그대로 가져와서 올리는, 이른바 ‘재전송’ 행위이다. RT를 하는 목적은 대체로 그 사람의 글에 대한 ‘동의’나 ‘긍정’이겠지만 ‘이거 한번 보라’는 조롱이나 비아냥의 의미일수도 있다. 나는 윤주진씨가 “어버이 연합은 이 시대의 등불입니다.”라고 쓴 글을 RT한 적이 있다. 그 트윗 내용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같이 보고 비웃어보자는 의미로 RT를 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김정은을 ‘유산균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박정근씨가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계정의 글을 RT한 것은 동의가 아니라 비판이나 조롱, 농담의 목적이 다분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글을 단순히 ‘RT’했다는 이유만으로, 맥락도 파악하지 않고 국가보안법 상의 ‘찬양·고무’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법 적용이다.

박정근씨의 행위가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다. 단지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 특히 7조 찬양·고무 등에 관한 법조항이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넣을 수 있음을 다시금 증명한 사건인 것이다.

박정근씨는 통일 운동을 해오던 사람도 아니다. 포이동 주거복구 투쟁, 두리반 투쟁, 희망버스 등 사회적 약자들이 투쟁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연대했던, ‘진보적인 시민’이었을 뿐이다. 다만 박정근씨에게 국가보안법이 적용됐다는 것은 그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북한을 찬양하진 않았지만, 현 정부에 눈엣가시가 될 만한 여러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한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막걸리 마시는 술자리에서 정부비판을 하다가 국가보안법이 적용되어 잡혀갔다는 일화에서, 또는 ‘막’ 걸린다는 특성 때문에 이름 붙여진 ‘막걸리법’이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 사상의 자유 보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모호한 법조항과 그에 따른 자의적인 법 적용이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이젠 없어져야 한다.

 

ⓒ 프레시안

  

2.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북한을 압도한 이후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든,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이든 남북정책은 전부 남한체제의 우월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전후순서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북한에게 무언가를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경제 체제가 북한의 ‘봉건왕조’ 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이런 정책은 나올 수가 없다.

국가보안법 존치론자들만 우리나라의 체제가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월함’의 본질이 어디에서 오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민주화를 통해 개인의 인권이 상당 수준은 보장받게 된 ‘자유’가 보장된 국가라는 점이 우리나라가 북한에게 가질 수 있는 ‘우월함’의 본질이다. 그러니까 ‘국가안보를 위해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북한에 갖는 ‘체제 우월성’은 상당부분 사라지는 것이다.

간첩 행위나 국가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행위는 전부 현행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므로 ‘개인의 자유’라는, 우리나라 체제의 본질에 어긋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또한 역사적으로 반정부인사를 잡아들이기 위해 쓰였던 법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국가보안법 폐지’는 더욱 당위성을 갖는다.

일반인이 자신의 사상, 이념을 표현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제재도 가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것이 북한 삼대세습이나 북한 전체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라도 상관없다. 그들의 생각이 대중에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라면 스스로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닦아놓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북한의 봉건왕조 체제를 옹호하는 말 따위가 아무런 공감도 얻지 못한다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자신감의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완벽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그들(국가보안법 존치론자)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진정한 ‘자유 대한’의 모습일 것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면, 국민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는 나라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체제의 우월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된다. 무엇이 두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