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받은 첫 월급이 4만원이었죠.”
 

현재 부산교통방송에서 일하고 있는 방송작가 박선영씨는 15년 전 처음 월급 받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한 프로그램 오프닝 작성이 채택돼 한 달을 일했다. 통장을 정리했을 때 찍혀있던 4만원은 충격적이었다. 그 당시 최저시급이 1400원, 하루 최저임금(8시간 기준)은 11200원이었다.


 
  그런데도 방송 일을 계속 해 온 이유에 대해 그녀는 ‘엉덩이가 무거웠기 때문에’라고 말을 한다. “일을 잘 해서 남아있는 게 아니고 하다 보니 오래된 거죠. 무엇보다 다른데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계속 말을 들어보니 ‘방송작가’라는 일 자체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방송작가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던 SBS 드라마 <온에어>

  학창시절부터 방송부 활동을 하며 방송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서울, 부산, 순천 등 전국 방송국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지역 방송작가는 자료조사, 오프닝, 글 구성 등을 역할분담 없이 다 도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연봉도 서울과 차이나는 게 사실이고요.” 그래서 방송작가 지망생이나 후배들에게 그녀는 ‘일단 서울로 가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방송작가 일을 하기 위해서 박선영 작가는 무엇보다 수용력과 원만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송작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출연자 섭외를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국어와 책읽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국어사전을 꼭 들고 다녔어요. 특히 신문을 읽어야 돼요. 사설이나 칼럼 면을 보며 사회를 들여다보고 글감도 발견하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눈물’ 이다. “방송 일 하다보면 울 일이 많이 생겨요. 화장실에서 울고, KBS에서는 옥상 헬리포트(헬리곱터 착륙을 위한 비행장) 에서도 울었고…….” 방송일, 그 중에서도 작가를 하다보면 속이 까맣게 타는 경우가 많다. 당장 그 날 방송에 나오기로 했던 인사가 갑작스레 취소를 통보하고, 출연했던 분은 방송분량이 적다며 항의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또 작가는 한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 그 주변인, 지인 열 다리를 거치는 건 기본이고, 어렵게 연락이 됐지만 거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박선영 작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나 교수님 등 연락처를 미리 알아두는 건 기본이고, 이메일도 평소에 외우고 다닐 정도예요.” 라며 몇 분의 이메일을 줄줄 읊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했다. 진행자나 아나운서는 저마다 개성이 있다고 한다. 손석희 교수처럼 늘 성실하면서도 내공을 지닌 앵커도 있지만, 대본만 읽는 진행자도 있고 아예 대본을 덮어두는 분도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음주방송도 종종 본다고 한다. 연출자도 각양각색이다. “아이템을 늦게 줄 때 제일 애가 타고요. 조언을 하거나 논의를 하는 게 아니라 글에 직접 손을 대실 때 힘들어요.” 반면에 호흡이 잘 맞거나 촬영, 편집 감각 있는 PD와 일할 때는 즐겁다고 박선영 작가는 웃으며 말한다.

  결국 방송은 협업이다. 방송국에는 여러 역할이 나뉘어져 있으므로 서로 맡은 분야를 잘 하는 게 첫 번째다. 또한 다 함께 프로그램을 잘 만들기 위해 조화롭게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그녀는 힘을 주어 말했다. 그리고 자주 밤을 새는 등 노동 강도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지각을 하거나 펑크를 내면 안 된다고 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최대한 빨리 알려야 돼요.” 박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잠수를 타거나 도망을 가는 건 금물이다. 그동안 지각이나 무단결근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밝히는 그녀에게 고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방송작가로 경험이 풍부한 그녀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뭘까. 박선영 작가는 다큐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사람과 삶이 담긴 휴먼다큐’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로 상도 여러 번 받은 그녀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내용도 지역 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들은 이야기인데요. 학교에서 제일 자신감 넘치는 아이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있는 경우고요. 그 다음이 편부모 가정이래요. 그리고 가장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조손가정(할머니, 할아버지가 양육하는 가정)의 경우라고 해요. 이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담은 프로그램을 차기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15년의 세월에 웃음과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방송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그녀는 계속 방송 작가로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박선영 작가는 지금 일곱 번째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작가들의 노트북이 자주 바뀌는 이유는 ‘자판부터 닳기 때문’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을 그녀의 다음 작품들이 기대된다.

< 15년 경력 방송작가가 알려준 라디오 사연, 문자 잘 뽑히는 비법 >

 

1. 우선 그 프로그램에 처음 문자를 보내는 청취자는 잘 읽어주는 편이다.

2. 그 내용이 희망적인 메시지와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더욱 좋다.

3. 청취자가 너무 많거나, 라디오 시간대가 피크 타임일 경우는 피하는 게 좋다.

4. 지역 라디오 방송은 당첨 확률이 높다.

5. 주말의 경우, 라디오를 들으며 휴일을 보내는 방송 작가들이 사연이나 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방송 작가들이 쓴 사연과 내가 쓴 사연 중 어떤 게 뽑힐 확률이 높을지 말하지 않아도 아실 거다.

6. 방송에 사연과 이벤트 응모를 ‘직업적’으로 하시는 꾼들은 방송사에서도 다 안다고 하니 주의!


< 방송작가의 분류 >

 

방송작가는 프로그램 장르별로는 드라마작가, 구성작가, 다큐멘터리작가, 교양작가, 쇼작가, 코미디작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연출자와 마찬가지로 장르별로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작가 초기에는 여러 분야를 담당하지만, 경력이 좀 쌓이면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갖게 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드라마작가 

드라마작가를 따로 분류한 것은 그만큼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작가가 되기 위한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인데 이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 다음의 방법은 방송교육기관에 서 교육을 받은 뒤 추천을 받아 ‘서브작가’ 부터 시작하여 거의 몸으로 때우는 5~6년 이상의 도제식 수련기간을 지나고 나서야 명실상부한 드라마 작가로서 정식 작품을 맡을 기회가 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드라마이고, 많은 작가 지망생 들 중 대다수가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만큼 이 분야는 매력이 있으며, 사회적 통찰력과 인간 내면의 세계를 작가 나름대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의 작가보다도 책을 많이 읽고 항상 인간 내면을 탐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고로 유명 드라마 작가가 억대 계약금을 받기도 하는데, 인기도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일반 경력 작가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거나 작품 편당으로 책정해 작가료를 받고 있다. 
 

종합구성작가 

구성작가는 드라마를 제외한 쇼, 교양, 다큐멘터리, 코미디 등의 기타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기획과 프로그램 구성의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과 구성안, 세부 대본을 작성하는 일 등의 중요한 업무를 담당한다. 이런 일을 하는 구성작가에게는 무엇보다도 사회 변화를 꿰뚫는 안목과 호 기심, 탐구심, 끈기와 적극적인 연구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구성작가가 되기 전단계인 스크립터 (Scripter)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잘 견뎌내는 끈기가 필요하다. 1~2년의 서브작가 과정이 필요하며, 최소한 3~4년의 경력을 쌓아야 메인 구성작가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 후 하나의 작품을 맡고 있는 메인작가 밑에서 서브작가를 하다가 경험 이 생기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메인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때는 월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수입도 가능하다. 다른 분야에 비해 공개 채용 이 드물며, 본인의 능력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이고, 프로그램 참여도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분야보다도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브작가 

드라마작가나 종합구성작가의 AD라 할 수 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자료조사를 맡고 잔심부름을 하다, 10분 내외의 작은 꼭지 대본을 쓰면서 메인 작가를 옆에서 보조하게 된다. 바로 이 시점부터 ‘서브작가’라고 불 리는데, 이런 서브작가의 생활을 1~2년 하다보면 점점 더 많은 분량의 대 본을 쓰게 되고, 그런 후 정식으로 메인작가 (드라마, 종합구성물 프로그램 등의)가 된다. 이 일을 잘하려면 스크립터 시절부터 아이디어가 많고, 부지런하며, 인사 등 기본 예의범절을 갖추었다는 느낌을 주도록 열심히 일해야 한다. 
 

스크립터(자료조사원) 

자료조사원은 ‘스크립터’라고 불리며, 연출부문의 FD와 같은 역할이라 고 보면 된다. 스크립터가 하는 일은 자료조사와 자료정리·수집, 진행자 선정과 섭외, 촬영장소 선정 및 섭외, 복사 및 잔심부름 등을 하는데 거 의 막노동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인맥을 통해 들어 가거나, 아카데미 등에서 교육을 받은 뒤 특채로 입사하는 경우가 많은 데, 워낙 고되고 힘들어 스크립터나 서브작가 지망생들 중 60%가 입사 1년 안에 그만둔다고 한다. 그만큼 정식 메인작가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급여는 역시 바우처(voucher, 전표,인환권) 형식으로 주급, 월급으로 지급된다. 보통 초기에는 60만~80만원 전후를 받게 되 는데, 아르바이트 신분이므로 4대 보험이나 야근 수당 등 아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외화번역작가 

번역작가는 공채로 뽑지 않고 프리랜서들을 쓴다. 외화담당 PD가 번역작가 들에게 일대일로 일을 맡기는 형식이다. 그래서 영상물 번역을 하려면 주 로 인맥을 이용하여 왔고 지금도 그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요즘 번역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인력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형편이라 번역 작가되기가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번역작가가 되려면 누구나 하는 정도의 번역 실력을 뛰어넘는 전문번역가 로서의 실력을 먼저 갖추어야 하며, 일을 맡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영상번역은 일반 책을 번역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데,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온 사람도 영상물 번역은 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번역 작가가 되려면 외국어는 물론이고 한국어 실력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 이다. 외국어에 우리말을 정확히 맞추어야 하기에 번역한 대사의 길이가 너무 짧아도 안 되고 길어도 안 되며, 게다가 센스 있게 구어체로 번역해 내어 생동감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보수는 보통 편당 얼마라 는 식으로 지급되거나, 방송국 급여지급규정의 호봉에 맞춰 시간당 (보통 10분 단위)으로 계산하여 지급된다.

출처 : 미디어잡 (www.mediajo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