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e는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마음과 생각의 경직된 틀이 곧바로 무장해제 된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아주 객관적인 숫자에 담긴 우리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려온다. 또한 몇 문장의 메시지를 통해 순간적인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5분 동안 이 메시지가 안내하는 다양한 공간을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채색의 선명함
이 방송은 전체적으로 무채색의 느낌이다. 화면을 구성할 때 검은색과 흰색의 비중을 높인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용되는 문장 역시 화려체가 아닌 건조체, 만연체가 아닌 간결체이다. 하지만 무채색의 지식채널 e는 아주 선명하게 다가온다. 군더더기와 미사여구를 배제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본질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편의 주제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고 어떠한 화려함으로도 이 주제를 흐리지 않는다. 제작진들은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시청자의 머릿속에 메시지를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여유 있는 전달, 깊이 있는 울림
지식채널 e의 장면 전환은 전체적으로 느리다. 내레이션이 아닌 자막을 통해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도가 있는 듯하다. 그것은 바로 각 단어와 문장 그리고 배경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시청자를 배려하기 위함이 아닐까. 제작진들은 한 번에 많이 보여주려는 욕심 대신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하나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담백함을 선택한다. 여유 있게 흐르는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어느 누구의 재촉도 받지 않은 채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대가
조선 땅을 웃게 하라. 지식채널 e 어느 편의 제목이다.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편은 IMF 경제위기와 군사정권 시절에 각각 유행하던 사오정 시리즈와 참새 시리즈 유머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흑백의 화면으로 전환하여 과거의 이야기가 진행되려 함을 알린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풍경과 함께 본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라를 잃은 조선인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려 한 어느 코미디언(신불출)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그의 어록과 사진은 애환이 담긴 조선의 배경과 함께 실제 그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자칫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거를 참 맛깔난 이야기로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채널 e는 흥미를 끄는 제목으로 시작해 그 주제의 코드에 맞는 이야기를 세련되게 배치한다. 단순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한 편의 이야기(story)를 만들어 그 안에 핵심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telling) 것이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주제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정말 탐나는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조선 땅을 웃게 하라 중'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되는 알파벳은 ‘e’라고 한다. 그래서 모스 부호에서는 알파벳 e를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하나의 점으로 표기한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알파벳인 것이다. 지금도 매 주의 방송을 통해, 지식채널 e의 의미를 지켜나가기 위한 제작진들의 치열한 노력이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