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본이
개입하지 않은 ‘순수한’ 승부의 영역, 검은돈이 침범하다

 

현대 프로스포츠는 하나의 산업에 가까우며, 기업 자본은 프로스포츠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기업 자본에
의해 프로팀이 만들어지고, 경기가 진행되며, 선수들의 연봉이 지급되면서 프로스포츠의 기본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업 자본은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길수록 더 많은 이익(광고 효과)을 얻어갈 수 있기 때문에 프로스포츠에 투자를 늘리고, 이는 프로스포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물론 기업 자본이 단순히 프로스포츠의 금전적 조력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팀의 실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에는 스포츠 구단주의 자본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팀 간에 실력 차가 생기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만 보더라도 석유재벌 구단주의 ‘아끼지 않는’ 영입전략으로 좋은 선수를 많이 사들여, 3~4년 만에 중위권 팀에서 1위 팀으로
도약했다. 자본은 팀을 강하게 만들고, 경쟁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자본이라도, 실제 경기의 내용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는 법이다. 축구라면 90분, 농구라면 4쿼터,
야구라면 9회말 내내, 경기 내에서는 자본의 힘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경기에서는 선수들끼리 그 종목의 고정된 룰에 맞춰, 자신들의 육체적인 힘과 기술을
‘순수하게’ 겨룰 뿐이다. ‘순수한’ 승부의 과정은 사회의 그 어떤 일보다 공평하게 진행되어야하며, 승부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조건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 전제는 스포츠의 본질이기도 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의 강력한 흥행요소나 다름없다. 간혹 스포츠에서 심판의
편파판정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것은 항상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큰 논란이 된다. 승부의 ‘순수성’을 누군가에 의해 침해받고 있다는
의혹이야말로, 스포츠의 본질적인 면을 훼손할 만큼 프로스포츠계의 큰 위험요소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승부조작 파문은 그 위험을 현실화 시켰다.
그리고 승부조작에 쓰이는 검은돈은 경기에 아주 밀접하게 관여하면서, 기업자본이 감히 힘을 쓰지 못하는 ‘승부의 영역’까지 침범한다.
 

팬들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승부조작

 

사실상 승부조작은 스포츠 경기가 아닌 한편의 잘 짜여진 사기극에 불과하다. 또한 돈이라는 것이 적어도 승부의
‘순수성’까지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팬들이,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조차 잃게 만드는 일이다.

K리그 승부조작 파문이
있기 전에, 가장 먼저 승부조작 파문이 난 곳은 E-Sports였다.
젊은
층에게 사랑을 받으며 발전했지만 아직 그 기반이 취약하던 E-Sports는,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승부조작으로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다.
승부조작이 일어나기 전 2010년과 비교했을 때,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은 12팀에서 8팀으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걔 중 ‘8게임단’이라는 팀은 모 기업이 철수하자 갈
곳이 없어진 선수들을 모아 한국 e스포츠협회에서 선수들을 모아 만든 팀이다. 더욱이 MBC GAME이
음악채널로 업종 변경을 하면서 중계방송사가 2곳에서 1곳으로 줄어들었고, 승부조작 전에는 스타크래프트 개인리그 2개와 팀리그 1개가 돌아갔으나
현재는 팀리그 1개만 겨우 돌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E-Spotrs가 위기를 맞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E-sports계가 팬들의 신뢰를 잃고 인기가 급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E-Sports는 열성적인 팬덤의 영향력이 크고, 팬과 선수간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웠던 만큼 팬들이 느끼던 배신감은 더욱 컸다. 당시
E-Sports 관계자들조차 선수들을 믿지 못 할만큼 불신의 깊이가 컸었고, 그 이후에 사태가 잠잠해진 후에도 선수들이 못할 경우 팬들은 “(승부) 조작
아니야?”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물론 지금은 가끔 농담처럼 나오는 말이긴 하나, ‘승부조작’이라는 말이 농담 같이 팬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씁쓸한 일이다.

축구나 야구 같은 프로스포츠는 E-Sports처럼 기반이 약하지 않고, 기업이 기존에 투자했던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승부조작 파문이 한차례 더 생길 경우 ‘팬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므로, 프로스포츠 경기의
상품가치는 떨어지고, 한국 프로스포츠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MBC


불법 베팅 사이트
막기 위해, 스포츠 토토 활성화 생각해봐야
 

그러나 제2의 승부조작 사태는 분명히 일어날 수 있다.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 (이하 불법 베팅 사이트)라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대부분의 승부조작은 불법 베팅사이트와 관련되어 있다. 불법 베팅사이트의 수는
1000여 개 이상에 육박하며, 서버를 외국에 두고 사이트를 쇼핑몰 같은 종류로 위장하기 때문에 쉽게 단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승부조작
브로커들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승부조작을 도모할 것이다. 특히 돈이 없는 후보 선수나, 무명 선수의 경우에는 이 유혹에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불법 베팅 사이트는 베팅할 수 있는 종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고, 승부에 직접 관련되지 않는 부분도 베팅에 포함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부담 없이 조작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스포츠 토토로도
승부조작은 가능하나, 합법적인 경로를 밟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승부조작 범죄에 이용하기 굉장히
어렵다.
결국 승부조작을 없애려면 불법 베팅 사이트 단속을 최대한 철저히 하는 것과 동시에,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츠 토토는 베팅 상한액이 10만 원이며, 배당률도 낮고, 세금을 많이 걷어가서 환급률이 낮은 편이다. 심지어
베팅시간도 제한되어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제약이 많기 때문에 스포츠 토토를 즐기다가도, 곧잘 불법 베팅 사이트에 이끌리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 토토를
활성화시킨다면 이렇게 불법 베팅 사이트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를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베팅을 하는 사람들의 사행심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토토 활성화 정책’을 펴서 현재 스포츠
토토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제약을 없애서 불법 베팅 사이트의 힘을 약화시키는것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승부조작을 없앨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승부조작에 관련된 선수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이나, 어렸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에 대한 소양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불법 베팅 사이트가 위세등등한 상황에서는 절대로 승부조작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