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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이슈] 사립대 주식투자,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돼

고려대가 학생들의 피 같은 등록금을 날려먹었다.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이 독단적인 투자로 인해 2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ELS, ELT 등 고위험성 증권에 재단 적립금을 투자한 결과다. 게다가 이번 투자에는 재단 적립금 이외에도, 경영대 발전기금 120억 원이 함께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중앙학원 측은 현재 투자 손실액은 105억 정도이며, ‘주식이라는 게 원래 끝까지 기다려 봐야 아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투자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냐의 차원이 아니라, 살인적 등록금으로 만든 학교 적립금을 재단의 뜻대로 고위험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시스템 자체다.

ⓒ 미디어소울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 11월 사립대학 적립금 관련규정을 변경하면서, 고려대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립대에서 적립금 투자를 통한 ‘돈 불리기’에 나섰다. 이전에는 적립금을 은행 등 제1금융권에 예치해놓고 예금 이자를 얻는 소극적 투자만 가능했으나, 규정 변경을 통해 주식, 펀드 등의 투자가 가능한 제2금융권에도 적립금을 예치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교과부는 학교기업의 금지업종 102개 중 81개도 해제했다.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대학의 수익 구조를 개선해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좋은’ 목적을 천명했지만, 이는 대학의 기업화를 촉진시키는 데 큰 몫을 한 ‘실패한 정책’이다.
실제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이상민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개 사립대학이 2010년 3761억의 적립금을 주식펀드나 파생상품에 투자해 149억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수익 구조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이 생겼으니, 그 부담은 다시 고스란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사립대 재단들이 투자에 사용한 돈 역시 애초에 학생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구조는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교과부의 규정 변경은 가족 재단을 중심으로 독단적으로 운영되고 국가의 감시도 거의 받지 않았던, 사립대의 ‘내 멋대로’ 행보에 날개만 달아준 꼴이 되었다.
작년 1월, 참여연대 등이 연세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판결 결과, ‘적립금 사용처, 펀드 수익률 정보, 등록금 인상근거’ 등을 공개하라는 명령이 나왔다. 대학 적립금은 학문 연구 등 공익을 위한 기부금이기 때문에 목적과 취지에 맞게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근거였다. 판결문이 말해주는 것처럼 대학 적립금은 쉽게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공적인 기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립대의 독단적인 적립금 유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이와 같이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각개 투쟁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참여연대

현재 제도 하에서는 펀드, 파생상품 투자를 통해 수백억 원의 투자 손실을 보는 제2, 제3의 ‘고려대’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재단이 투자에서 입은 손해를 등록금을 통해 메우려는 시도를 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도가 없어 더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사립대 주식투자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번 고려대의 사건을 계기 한국 사립대학 전반의 적립금 투자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적립금을 독단적으로 투자, 투기할 수 없도록 제도를 다시 개선해야 한다.

페르마타
페르마타

청년/저널리즘/문화 연구자. 페르마타 = 그 음의 길이를 2~3배 길게. 마쳐라.

2 Comments
  1. Avatar
    ㅇㅅㅇ

    2012년 2월 24일 05:47

    실제로 하버드같은 미국대학들은 제대로 투자해서 흑자수익률을 거두는데, 우리나라대학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네요..무조건적인 투자기피도 문제가 될수도 있지만 저딴 멍청한놈들땜에 등록금만 오르네요..휴

  2. Avatar
    LcMPark

    2012년 2월 24일 11:41

    투기 뿐만 아니라 투자까지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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