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대학가에서 일어난 시위 중 가장 화두가 되었던 것은 ‘반값등록금 시위’ 이다.  많은 대학생들에게 ‘시위’라는 또는 ‘투쟁’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고루하고 무서운 것으로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시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것이다.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 문제에 대해 직접 체감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등록금 시위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는 학생들 중에서도 시위의 방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고민은 집회를 주체 하는 운동권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학창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단과대 학생회장을 도맡았던 경희대학교 졸업생 김영수씨(29살, 가명)에게서 “현재 학생 운동이 더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끼리만 빡센 구호를 외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립덥과 플래시몹

최근 MBC노조가 ‘MBC 프리덤’ 이라는 립덥을 촬영했다. UV의 ‘이태원 프리덤’이라는 노래를 개사하고 노조원들이 주인공이 되었다. “국민들의 열기로, 고정방송 백프로, 직원들은 일터로, 김재철은 집으로” 라는 등의 직설적인 개사와 노조원들의 신나는 춤과 더빙이 돋보인다. 립덥은 립싱크와 더빙의 합성어로, 참가자들이 노래를 립싱크하며 부르는 영상에 원곡을 덮어씌워서 만드는 일종의 뮤직비디오이다. 이러한 립덥은 영상을 통한 새로운 홍보와 소통 문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MBC프리덤
MBC프리덤 출처 http://skymac.blog.me/70131644279

                                   

그런데 립덥은 홍보와 소통 외에도 다른 기능이 있다. 립덥은 카메라의 필름을 한 번도 끊지 않고 찍는 것이 원칙이므로 촬영을 하는 동안 구성원들의 단결력을 높일 수 있다. 필름을 끊을 수가 없으므로 한 번의 실수라도 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부분은 자신 만의 역할이 아니라 모두의 역할이 되는 것 이다. 이렇게 립덥은 ‘공동체 지향’ 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플래시몹 역시 유사하다. 플래시몹이 진행되는 동안 준비된 인원에 더하여 모르는 사람들도 함께 섞여 즐겁게 춤을 추면서 말이 오고 가지 않아도 구성원끼리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개개인들이 연대하고 단결하는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드림하이에 등장한 플래시몹
드림하이에 등장한 플래시몹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을 말한다 출처eogksrhswb.blog.me/30103820383

이러한 립덥과 플래시몹의 ‘공동체 지향’적인 특성은 사실 ‘사회운동’ 혹은 ‘시위문화’라는 것과 잘 어울린다. 시위에 참여하는 개인은, 나 하나의 이익보다는, 사회의 발전을 도모해 더 많은 개인이 행복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있는 것 이다. 이러한 일치성 때문에 이미 많은 시민 단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립덥이나 플래시몹을 이용한다. 학생운동 단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대학생연합은 지난 여름에 ‘반값등록금 립덥’을 촬영한 바 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위 문화

사실 사람들이 거리 행진, 단식 농성, 삭발 등의 행위에 대해 ‘그 분노는 잘 알겠지만 거리감이 있다.’ 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이러한 행동들이 ‘운동권들만의 투쟁 방식’으로 특화되었기 때문이다. 거리 행진이나, 삭발과 단식농성이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투쟁 방식이라고 생각을 한다. 심지어 사회변혁에 중심이 되어야 할 많은 대학생들이 더욱 이러한 운동 방식 그리고 ‘투쟁’이라는 단어에 조차 낯설어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사회 운동’과 같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역사를 진보시키는 자양분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학생 운동’에 대해 “극소수의 좌익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들조차 자신이 직접 학생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 역사가 변한 탓을 할 수 도 있고, 대학생들이 취업에 전력질주 해야 하는 사회 현실, 분위기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학생 운동의 방식이 그들만의 방식이라는 점, 일반 사람들에게 너무 낯설다는 점 또한 학생 운동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결국은 립덥이나 플래시몹같은 새로운 형태의 표현 방식이 사회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활동은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고 집단의 가치를 홍보 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UCC를 통해 파급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기사의 한 줄 보다도 유명한 UCC가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이 인터넷 시대의 현실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립덥과 플래시몹은 무엇보다도 함께 촬영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동적인 활동이어서 이십대에게 잘 어울린다.

하지만 모두가 한 가지의 예시일 뿐 사회 운동이 이 둘을 통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건, 이렇게 젋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문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다. 립덥과 플래시몹에 이어서 한가지 예를 더 들자면 ‘구호’도 문제가 될 수 있다. MBC프리덤의 마지막은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라는 구호로 끝이 났다. 즉 ‘결사 투쟁’ 이라던가 ‘철폐 투쟁’과 같은 단어가 아닌 대중적인 언어를 사용한 것 이다.

마지막으로 립덥과 플리시몹을 촬영한 영상의 질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촬영을 하는 그들만의 보람이 아니라 대중들의 감동까지 고려한 영상의 세련된 마무리가 필요하다. ‘시위문화’가  지금 보다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공감 받을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그리고 20대를 통해 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