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입학!?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같이 입시 준비한 사람으로서 좀 안타깝다.” 곧 있으면 대학에 들어가는 전현근(20)씨의 대입특별전형 부정 입학에 대한 반응이다. 전현근 학생이 대입을 위해 특별전형을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같이 입시를 준비한 수험생으로서 이번 피해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눈치였다.

감사원은 지난 2009년부터 작년까지 서울 주요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의 대입 정원 외 특별 전형 과정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부정 입학 의혹이 있는 학생 865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그 중 상당수가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가 80여 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 5명 내외,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한국외대도 각각 10명~40명가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정 입학의 방법도 다양했다. 농어촌 특별전형을 악용한 학생이 가장 많았고 특성화고,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이용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악용 사례

농어촌 전형 – 대도시에 거주하는 학생과 부모가 주소를 농어촌 지역으로 허위 이전한 경우

특성화고 전형 – 특성화고에서 전공한 분야와 같은 학과로만 지원이 가능한데 다른 학과에 합격시킨 경우

재외국민 전형 – 학생을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나 선교사에게 입양시켜 해외교포 자격을 취득한 경우

잘못은 부모, 학교 모두에 있다

먼저, 그 잘못은 부정 입학을 저지른 학생과 그 부모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걸어서 산을 넘을 때 혼자서만 자동차를 타고 산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주위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말이다. 부정 입학의 가장 많은 사례인 농어촌 특별전형의 경우 학생과 부모는 위장 전입 등의 방법을 통해 전형자격을 만족시켰다. 이에 실제로 농어촌에서 자라 도시 아이들에 비해 낙후된 교육환경에서 힘들게 공부한 시골 학생들은 그 기회를 빼앗겼다. 교육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를 악용해 시골 학생들에게 실망감과 무력감을 안겨준 것이다. 이 외에도 재외국민 전형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학생을 입양시킨 사례도 7건에 달했는데 이는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 행위라 볼 수 있다.

이 책임은 대학에도 있다. 도덕적, 지적 소양을 가르쳐야 할 곳에서 이러한 부정 입학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만 80건이 넘는 학생이 적발된 것만 보더라도 그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에 대학들은 학생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지 못했고 교육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명목 아래 만들어진 농어촌 특별전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과도한 입시 경쟁의 굴레 속에 ‘대학’이라면 그 방식이 어찌 됐든 학생들에게 명문대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고등학교의 목적이 대입 성공인 이때 학생들은 정정당당한 승부보다는 반칙을 먼저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일부 고교는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부모의 주소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확인서나 추천서를 발급해준 경우가 있었고 학교가 나서서 학부모를 위장 전입시켜준 사례도 있었다. 과열된 경쟁사회 속에 고등학교가 그 존재목적과 본질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되기도 한다.

출처 - SBS뉴스

반칙을 했으면 그에 책임을 져야

부정입학을 한 800여명 전원은 지난 달 입학이 취소되었다. 해당 대학들이 부정 입학으로 적발된 학생들에 대해 입학 취소를 감행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피해를 봤고 특히 열악한 환경 속에 어렵게 공부한 농어촌 지역의 학생들은 그 기회마저 빼앗겼으므로 입학취소는 마땅한 처벌이었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 위법성이 큰 사례에 대해서는 해당 학부모, 고등학교, 대학교 관계자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처벌이 필요하다. 단순 입학취소로는 매년 반복되는 입시에서 이러한 사건의 종지부를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대학들은 입학관리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서류 검사를 좀 더 강화해 지원 학생들의 자격충족 여부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면 정말 농어촌에서 자란 학생인지, 재외국민 특별전형이라면 정말 외국에서 자란 학생인지를 정확하게 검토해야 한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모 교수(45)가 직위 해제된 일이 있었다. 이 교수가 한 학생의 부모에게서 돈을 받고 학생을 불법 개인지도 한 뒤 한예종에 입학시켰다는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정당하지 않은 부정 입학으로 이번 대입 특별전형 감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하루빨리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가 사라지고 정정당당한 경쟁사회가 구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