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이 주춤하더니 어느새 캠퍼스에 개강이 찾아왔다. 이리저리 강의실을 물어보는 신입생에게도, 여유로운 발걸음의 재학생에게도 봄바람이 살랑인다. 화사한 캠퍼스룩이 욕심날 정도로 따뜻한 풍경이지만, 소신 있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도서관 책상에 몇 시간째 앉아 있는 이들에게도 3월은 찾아왔다. 그리고 졸업을 미룬 대학교 ‘5학년’들에게도 어김없이 봄 학기는 찾아왔다. 

졸업 요건을 모두 충족했으나 ‘졸업 유예(졸업 연기)’를 선택하여 대학교 5학년을 맞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충남대 학사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고함 20과의 인터뷰를 통해 “충남대가 졸업 유예 제도를 도입한 지난 2010년 이후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가 이 제도를 도입한 첫 해에 졸업을 연기한 학생은 285명(전기 졸업), 그 다음 해인 2011년에는 433명(전기 졸업), 그리고 올해에는 451명(전기 졸업)이다. 특별히 올해 2월에는 충남대 학부생 3058명이 졸업했는데, 100명 중 15명이 졸업을 연기한 셈이다. 이 학교의 경우 졸업을 연기하려면 기성회비의 1/6을 납부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있지만 졸업 유예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졸업을 연기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취업 준비생의 신분으로 학교에서 내보내질 경우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졸업 연기를 부추기고 있다. 그들은 졸업을 앞두고도 눈에 보이는 결과로 자신을 증명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보호막인 학교 울타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이미 졸업한 사람보다는 졸업 예정자를 선호한다는 사실 또한 미취업생으로서 학교를 덜컥 떠나는 것을 두렵게 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가진 4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35.8%가 취업 재수생의 경우 감점 요인이 되며, 44.6%가 취업 재수생의 채용이 다소 꺼려진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88개사)에서 취업 재수생에게 감점을 주는 곳은 48.9%(43개사), 이들의 채용을 꺼리는 곳은 54.5%(48개사)로 각각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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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올해 2월 학사모를 써야 했던 이 모씨(25세)는 졸업 유예를 신청했다. 취업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 졸업을 연기했다는 그녀는 “봄 학기 개강을 맞는 학생의 느낌은 없다. 그저 상반기 공채를 기다릴 뿐이다.”라고 말했다. 아직 학생 신분이긴 하나 개강을 맞는 설렘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취업 스터디와 공모전 준비에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정규 과정을 마친 학생이 학교 문을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 당연한 사실이 버겁기만 하다. 요즘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에게 졸업을 축하한다고 말하기가 난감한 것이 사실인데, 졸업을 연기한 사람들의 선택을 어느 누가 마음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졸업을 연기한 학생들의 3월 체감온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