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침 트위터는 지하철 출근길에 있는 사람들의 트윗으로 가득했다. “무슨 일인지 5호선 지하철이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 “지각할 것 같아 결국 중간에 내려 버스로 갈아탔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지하철 운행이 혼선을 겪은 이유는 기관사 이모(43)씨가 12일 오전 8시 5분 왕십리역에서 열차에 뛰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오전 근무를 마친 직후, 직원용 스크린도어 출입문을 통해 열차로 뛰어내렸다고 도시철도공사 측은 밝혔다. 사고로 5호선 마천방향 열차 운행은 18분 동안 중단됐다.

출처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6월 열흘간 병원 치료를 받은 후 내근직으로 전직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계속 운행 근무를 맡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시철도노조는 “올해 95명의 기관사가 업무 강도와 건강 문제 등으로 전직 신청을 했으나 23명만 전환됐다”며 “정신적 문제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가 2004년부터 지금까지 3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기관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2005년 도시철도노조는 기관사로 근무하며 정신 질환을 앓게 된 기관사 7명에 대한 집단산재요양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사상사고를 경험한 4명에게만 승인하고, 나머지 3명은 불승인했다. 이번 사건은 당시 기관사 직업병에 대한 소홀함이 낳은 비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관사의 근무 환경과 건강권 확보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큰 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눈에 보이는 부분만 개선할 뿐 정신질환 등 기관사들의 ‘속앓이’는 외면해왔다. 
공황장애 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한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성인 남녀 6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생 한번 이상 정신 질환을 경험한 이는 14.4%로 나타났다. 평생 한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고민해 본 사람은 15.6%였고 지난 1년 간 자살을 실제로 시도한 사람은 1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이들 중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는 비율은 15% 정도로 매우 낮다. ‘정신과를 찾는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서는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주저하게 된다. 게다가 근무 환경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질환 발병조차도 ‘인정할 수 없다’고 외면당하니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번 기관사 자살은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주는 사건이 되었다. 정신 질환을 낳을 확률이 높은 직업들의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또 정신 상담 활성화, 사회적 인식 개선 등 정부 및 기업 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