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그만 둘 때가 됐나 하고 생각했어요.” 3년 동안 중등 임용고시를 치른 김지은(가명·28세)씨의 첫마디였다. 그동안 김씨는 오직 교사만을 목표로 삼았고, 올해도 한 번 더 임용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달 14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임용시험 방식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교사신규채용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필기시험인 1차 시험 방식이 현재 객관식에서 주관식으로 바뀌고 초등교사 임용시험에는 교육학 과목이 폐지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한국사 능력 검정 인증 3급 자격증이 있어야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런 바뀐 규정이 초등 임용고시는 올해 바로 적용되고, 중등 임용고시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씨는 “중등의 경우 아직 1년이 더 남았지만, 제도가 자꾸 바뀌니 불안해서 차라리 더 늦기 전에 공무원을 준비하려고요.”라고 결심을 밝혔다.

ⓒ 교육과학기술부

교사 채용방식은 2008년도에도 1차 시험이 주관식에서 객관식으로 바뀐 바 있다. 게다가 교육과정이 변경될 때마다 전공 과목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에 김씨 같은 임용고시생의 불안함은 누적되어 왔다. 교과부는 4년 만에 다시 주관식 시험 방식으로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 “객관식 전형이 사교육 의존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제도가 바뀌는 것을 오히려 호재로 본다. 새로운 시험 방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불안한 수험생들이 관련 수업이나 교재를 찾기 때문이다.”

노량진 임용고시학원 ⓒ 세계일보

한국사 시험을 필수로 정한 것에도 논란이 많다. 교과부는 “교사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지만, 자격증을 따기 위한 형식적인 역사 공부에 그칠 우려가 있다. 예비교사들의 역사관을 위해서는 자격증보다 대학 교육 과정으로 넣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기사가 올라오자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덧글 게시판에는 ‘예비교사 관뒀지만 여전히 남일 같지 않다’, ‘수능도 만날 바뀌고 수험생이 봉이냐’, ‘대한민국 정부 마인드는 변화=발전인데, 바뀐다고 꼭 나아지는 건 아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눈에 띄었다. 새로운 정책이 이전과 얼마나 뚜렷한 차별점이 있고, 더 좋은 교사를 양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자주 변경되는 제도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이런 경우 ‘갑’은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고, ‘을’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이렇게 발언권을 잃은 ‘을’들은 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 기업들 역시 채용과정에서 새로운 자격을 요구하거나, 방식을 바꾸는 등 응시생들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서울방송(SBS)은 공개채용 방식을 수시채용으로 바꾸고, 인턴 기간을 18주로 늘린다는 공지사항을 알렸다. 대기업 채용에서도 영어 말하기나 국어 능력 시험 등 각종 자격증을 의무로 정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지원자들은 고충을 겪고 있다.

ⓒ SBS

정책과 제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을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활용해야 채용 구조가 보다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준 없이 오락가락 바뀌는 제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현상인 만큼, 고민하고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