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부터 ‘간 때문이야’가 들리지 않는다. 우루사의 매출을 86%나 올려주었던 이 CM송이 사라진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조치 때문이다. 모든 피로의 원인을 ‘간 때문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방통위의 결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만성피로의 원인 중 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0.002%밖에 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캐나다 의학 저널 2009)를 생각해볼 때 ‘간 때문이야’는 확실히 얄미운 광고이다.

‘얄미운 광고’를 전문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정보수용자에게 거짓된 신념(belief)을 심는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이두희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저서에서, 광고에 담긴 정보를 지식과 신념으로 구분하였다. “예를 들어 엑설런트 아이스크림은 분유가 아닌 생유로 만들어졌다는 속성을 소비자가 알고 있는 것이 지식(knowledge)이며, 엑설런트가 그런 속성을 실제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정도가 신념(belief)인 것이다.”(이두희 저 ‘광고론’ 중)

간 기능 개선을 통해 피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신념을 심어 높은 판매고를 올린 우루사 광고처럼, 소비자의 신념을 교묘하게 이용해 꿀맛을 본 예는 해외에도 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번인텐스’는 성기능 향상이란 신념을 심는 광고들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번인텐스를 마신 남자가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수많은 여자들이 곁에 누워있는 식이다. 사실 에너지 드링크와 성기능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광고가 심은 신념은 번인텐스를 유럽과 남미의 시장선도브랜드로 올려놓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체면을 구긴 에너지드링크의 원조 ‘레드불’이 한국에서 방영하고 있는 광고를 보면 거짓신념이 지금도 유효한 듯 하다. 광고 속 백발의 할아버지는 레드불의 효과를 묻는 친구에게 이렇게 자랑한다. “요즘 늦둥이 보는 재미에 살아~”

성기능 향상이란 신념을 심은 번 인텐스 광고

소비자에게 거짓된 신념을 심는 광고가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하여 농심이 야심 차게 내 놓았던 신라면 블랙은 4개월 만에 생산이 중단되고 말았다.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을 담았다’는 광고문구가 거짓으로 밝혀지며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기 때문이다. 실패원인으로 높은 가격이나 꼬꼬면의 출시를 뽑는 시각도 다수 있지만, 유명 라면 블로거가 뽑은 세계 최고의 라면 7위에 오르기도 했던 제품의 맛을 생각해 보면 4개월만의 생산 중단은 의외의 결과일 것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SKT의 LTE 광고도 같은 맥락에 있다. 10MHz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SKT의 LTE는 20MHz 주파수의 LG유플러스 LTE에 비해 낮은 속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SKT는 ‘품질은 뒷면에 있다’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높은 속도의 LTE라는 신념을 심으려 시도 했고 LG유플러스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개그맨 황현희가 출연한 속도 비교 광고를 통해 “품질 어디 갔어? 어디 갔어 품질~”이라고 놀려댄 것이다. 속도 차이를 부인할 수 없는 SKT가 제대로 맞대응 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품질은 뒷면에 있다'-SKT
'품질 어디갔어? 어디갔어 품질~'-LG 유플러스

교묘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이 얄밉지만, 이를 욕할 것만은 아니다. 제품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광고의 주된 역할 아닌가. 잇몸약을 복용한 조형기가 이에 줄을 물어 피사의 사탑을 일으켜 세우는 ‘이가탄’ 광고나, 치킨 한 마리로 힘을 내는 윤아의 ‘굽네치킨’ 광고를 욕할 이가 있을까? 다만 소비자의 몫은 도를 넘어선 거짓광고를 걸러내는 일이다. 광고를 보고 만성피로의 원인을 간 때문으로만 생각한 환자가, 우루사만 복용하다가 자신의 병을 방치한 사례가 충분히 있을 법 하지 않은가. 소비자는 구매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매 순간 기업을 심판할 수 있다. 광고를 볼 때 눈에서 힘을 빼지 말자. 믿기 시작하는 순간 속기 시작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