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오늘 밤 힘드나요. 눈가에 드리운 다크써클. 인생이 뭐길래, 사는게 뭐길래. 완전 tired tonight
야근(夜勤)은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정해진 시간 외에 추가로 근무하는 것을 말하며, 초과근로나 잔업, 특별근무, 시간외 근무와 뜻이 통한다. 야근이라는 말 자체는 기본이나 보통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 예외적인 것을 가리키지만 이미 한국 직장인에게 ‘야근’은 익숙한 단어다.
법인사무소에서 일하는 김재영(가명·31·남)씨는 두 달째 야근생활을 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이 시기에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9시에 출근해서 10시까지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도 반납하고 있어요. 1년 중에 이때만 이래요. (그러니까 견디는거지) 아니면 이 일 절대 못하죠.”라고 근황을 이야기하는 그, 면도를 하지 못해 턱수염이 거뭇거뭇했다.
김씨처럼 야근을 감내하고 있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취업포털 ‘사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하루 평균 3시간, 일주일 평균 4번의 야근을 하고 있다. 한 주 동안 야근 횟수는 5번(26.2%), 3번(19.9%), 4번(16.3%), 2번(15.5%)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직장인들은 잦은 야근을 하고 있고, 주 5일제를 감안한다면 한 주 내내 야근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직장 새내기인 전지은(가명·25·여)씨도 최근 일주일에 절반 이상 야근을 하고 있다. 전씨는 “야근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네요. 야근 생활 한 달 하니까 몸무게가 5kg 줄었어요.” 라고 말했다. 야근을 하는 사람들은 사생활이 없어지고, 피로 등으로 건강이 나빠지며, 짜증이 늘고, 가족과 친구 등 주위에 소홀해졌다고 한다. 또한 애사심이 줄고, 업무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등 야근은 회사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이 근로시간은 높은 반면(한국 연간 2256시간, 네덜란드 1389시간, 독일 1430시간 등),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된지도 오래다.
이렇게 근로자의 건강권을 해칠 우려가 크고 비효율적인 초과근무는 법적으로도 적정기준과 그 보상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시간이 일주일에 12시간을 넘어서 안된다는 한도를 정했고(제53조 1항), 이를 넘길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부장관의 인가가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제53조 3항) 명시하고 있다. 특히 여성과 18세 미만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휴일에 일을 시키지 못한다.(제70조) 그리고 합법적으로 허용된 연장근로를 할 경우에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한 수당(일명 야근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적 제도와 현실의 괴리는 심각하다.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노동법과 근로환경을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야간근무 및 교대근무 노동시간은 노동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결정되며, 야간근무 노동자의 평일 노동시간이 하루 8시간을 넘지 않고, 고용 전후 3년에 한번 이상 노동의학적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노동법 제6조) 스위스도 노동자가 6주 동안 계속해서 교대근무를 했을 때, 노동시간이 교대근무를 하지 않은 것보다 더 길어지지 않도록 배정할 것 등 자세한 지침을 마련해놨다. 정부 당국도 한국의 야근 실태에 대해 모르지 않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도 한국에는 불이 꺼지지 않은 빌딩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