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춘투(春鬪)’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는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고요. 3월 30일에는 한대련은 청계광장에서, 범좌파 학생운동 단체들(진보신당,대사람,학생행진,사노위)은 시청광장에서 반값등록금 집회를 열었습니다 선거 이슈도 시끌시끌한데요. 지난 가을에 총학생회를 미처 구성하지 못한 대학들의 재선거들이 파행을 거듭하는 모양입니다. 또한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대학가의 움직임도 분주합니다. 3월 마지막 주, 대학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 살펴보시죠.

ⓒ 한대신문

국민대, 한양대 총학 재선거 ‘말도 안되는 사태’ 발생

국민대와 한양대 총학 재선거에서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국민대의 경우 북악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실수로 두 장 배부하는 사태가 벌어져 모든 투표소의 투표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고 하네요. 일각에서는 특정 선본의 당선을 위해 선관위가 개입해 고의로 두 장을 배부한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었습니다. 한양대 총학선거에서는 한 선본이 선관위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후보 사퇴 선언을 하고, 중선관위원이 ‘투표 거부’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돌리는 등 파행이 빚어져 투표가 중단됐다고 합니다. 이후 투표 재개를 시도했지만, 경제금융대, 국제학부, 생활대, 의대 등에서 투표 보이콧을 선언해 정상적인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제금융대 학생회장이 투표중단을 목적으로 투표함 자물쇠를 파손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네요. 국민대, 한양대 모두 최종적으로 기준 투표율을 넘겨 개표가 되고 당선자가 확정되었지만, 논란 많은 선거 속에서 탄생한 학생회가 얼마나 제 기능을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서울대 총학 재선거, 사상 최초 단독 선본 출마

서울대의 총학 선거는 전통적으로 치열한 경선을 통해, 학생사회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는데요. 투표율 저조를 이유로 거듭 무산되었던 기억 때문일까요. 54대 총학생회 재선거에 사상 최초로 단독 선본이 출마했다고 합니다. 「Ready, Action!」선본입니다. 재선관위 구성 과정에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난항을 겪기도 했다고 하니, 학생사회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서울대가 또다시 총학생회 공백 상태를 맞지 않기를 바랍니다.

동국대 학생들, ‘가짜 총학 물러나라’

동국대에서는 학생들이 총학생회 재선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 선출되었던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본관 점거 시위 과정에서 퇴학 조치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도, 기존의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실을 사용하며 학생총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학생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서명에 동참한 학생들은 퇴학 조치된 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실을 무단 점거하고 있는 것이므로, 스스로 퇴거하고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반면 시민단체들과 일부 동문들은 총학생회에 대한 퇴학 징계를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해, 총학생회를 둘러싼 학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 동대신문

원광대의 기업식 구조조정에, 학생들 ‘본관 점거’

원광대 재학생 400여명이 지난 29일 본관건물을 점거했다고 합니다. 원광대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부실대학 낙인을 받은 이후, 11개 학과 폐과 등 기업식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한국문화학과, 철학과, 한국화전공, 도예전공, 국악전공, 독일/프랑스문화언어전공, 정치외교학전공 등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 인문사회와 예술 관련 전공들이 구조조정 대상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일단 30일 점거를 풀고 대화에 나서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순수학문을 죽이는 방식으로만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꼭 다시 생각해보기를 원광대 본부에게 제안합니다.

ⓒ 전라일보

고려대 대학원생들, 성추행 교수 규탄

고려대 일반대학원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 한 교수가 식대 지불 요구, 해외여행 동행 강요, 연구비 횡령 등을 했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해당 교수는 성적인 내용이 담긴 메일을 수시로 보내고, 성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하네요. 대학 내, 특히 대학원에서는 교수와 연구생의 직접적인 권력 관계 때문인지 성추행 사건이 잦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징계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 또한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여대 수업에서 여성 비하 발언한 복거일

지난 21일 이화여대 행정학과 ‘규제행정론’ 수업에서 특강을 맡은 소설가 복거일 씨의 발언이 논란입니다. “여성은 결혼을 해도 언제나 혼외정사 의도가 있기 때문에 항상 감시해야 한다”, “여성이 화장을 하는 이유는 젊고 어린 여성을 원하는 남성에게 섹스어필을 하기 위해서이다” 등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남기셨네요. 복거일 씨는 강의 도중 어떤 수강생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불편함을 느낀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요.

계속되는 춘투, 전체학생총회 소식

2012년에도 대학가에 전체학생총회 열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3월 20일 단국대, 22일 아주대, 27일 영남대, 28일 덕성여대, 29일 대구대, 30일 숙명여대 등에서 연이어 학생총회 성사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4월 초에도 경북대, 동국대, 이화여대 등에서 학생총회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지속적인 학생총회 성사릴레이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요. 대학생 전반이 아닌 일부의 관심으로 성사된 행사여서인지, 딱히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주대 같은 경우에는 성사 이후 갑자기 우르르 학생들이 빠져나가서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 의결에는 실패했다고 하네요. 모쪼록 학생총회가 ‘진짜’ 힘을 발휘해서 그 동력을 잃지 않길 기원해 봅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무감독시험 추진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무감독시험’ 정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는 한동대학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인데요.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부정행위에 큰 의미가 없는 ‘서술형 문제’를 출제하여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단 이번 학기 중간고사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첫 시행해서 차차 확대시켜나갈 예정이라고 하네요. 대학가에 만연해있는 커닝 문제를 부정행위가 의미 없는 무감독시험이라는 장치로 풀어나가려는 시도가 참신해 보입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